2019년 11월 11일 엄동설한 속 위례신도시 청량산 자락에 천막이 설치됐다. 한국불교 대변혁의 시작을 알린 아홉 스님의 90일간 용맹정진. 상월결사의 시작이었다. 천막법당 무문관정진 90일간, 한국불교 변화의 화두가 던져졌다.
상월결사가 시작한지 3년간 한국불교는 ‘불교중흥’ ‘국난극복’ ‘세계평화’의 원력으로 하나가 됐다. 이는 상월결사를 이끄는 회주 자승 스님이라는 중심이 있기에 가능했다.
천막정진 후 자비순례를 앞둔 2020년 7월 28일, 태화산 예비순례에서 자승 스님은 “상월결사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것은 우리가 내적으로는 어려운 역경을 수행으로 이겨내는 것이며, 외적으로는 침체된 불교의 새 바람을 불러일으켜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원력에 따라 순례단은 한걸음 한걸음 발을 내딛었고, 도합 1000km가 넘는 길을 걸었다.
원 력 - 불교를 다시 세우자
상월결사에는 불자들의 원력이 모인 장이었다. 가장 큰 원력은 바로 ‘불교중흥’이다. 회주 자승 스님은 “우리 각자 위치에서 목숨을 걸고 임하면 중흥이라는 말이 굳이 필요한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불자로서의 자각과 매순간 치열한 정진이 바로 불교중흥으로 이어진다는 의미였다.
이 원력은 3년간 천막정진과 순례서 그대로 나타났다. ‘결사’라는 무거운 단어가 있었지만, 행동은 무겁지만은 않았다. 천막정진 기간 사부대중은 아홉 스님을 외호하며 절과 기도를 하고 음성공양을 올렸다. 정(靜)을 바탕으로 했지만, 동(動)도 함께했다.
2020년 10월 7일부터 27일까지 이뤄진 상월결사 자비순례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진행됐다. 대구 동화사부터 서울 봉은사까지의 511km에 달하는 지원단을 포함한 108명의 순례단이 ‘불교중흥·국난극복’ 하에 똘똘 뭉쳤다.
2021년 10월 1일부터 18일 진행된 삼보사찰 천리순례에서는 ‘불·법·승’ 삼보에 대한 신심의 발로였다. 108명의 순례단은 423km를 걸었다. 지리산을 넘는 대장정은 ‘불교 중흥’이라는 원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이어 2022년 3월 23일 해남 대흥사를 시작으로 월정사, 백양사, 법주사, 은해사, 화엄사 등에서 이어진 평화방생순례는 마음의 평화가 곧 우리 사회의 평화라는 원력으로 진행됐다.
평 등 - 사부대중은 평등하다
상월결사의 특징은 스님들부터 솔선수범, 대중을 함께 이끈다는 점이었다. 길 위에서 텐트를 치고 노숙하는 기간 너나 할 것 없이 동등한 정진대중이 됐다. 1호 텐트는 회주 자승 스님의 정진자리였다. 회주 자승 스님부터 대중과 함께 정진하는 모습은 귀감이 됐다.
많은 이들은 상월결사에 대해 “앉은 불교에서 움직이는 불교로, 침체된 불교에서 활기찬 불교로, 소극적 불교에서 적극적 불교로의 변화”라고 평가한다.
상월결사의 방향은 ‘찾아가는 불교’로 평가할 수 있다. 상월결사는 자비순례와 천리순례, 평화방생순례로 이어지며 우리 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불교의 모습을 알리고 있다.
행 선- 모든 순간이 수행 그 자체
상월결사는 앉아서 참구하는 선수행에서 행선이라는 새로운 수행문화 형성에 앞장서고 있다. 이는 건강을 위한 트래킹 등 현대문화와 걷기명상 등 불교와 연관된 명상문화와도 맞닿아 있다. 일상의 모든 행위가 선(禪)이 아님이 없다는 것을 상월결사 대중은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최근 이어지고 있는 평화방생순례는 각 사찰마다 독특한 문화를 반영한 순례문화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 순례마다 한국불교 곳곳의 현안을 살피고 대중이 함께 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방향까지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상월결사는 한국불교의 대전환을 알린 결사이자, 미래불교로의 새로운 비전 제시다. 이태원 참사 추모의 성격을 더해 열리는 상월결사 3주년 기념식이 한국사회에도 새로운 변화의 화두를 던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