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작가트리엔날레2022 개최
내달 7일까지 평창 진부면 일원게이트볼장·실내 낚시터 활용
유휴공간 특성 따라 전시장 명명작품·전시장 지속 활용안 마련
주름진 강원의 산 속으로 사공들을 불러모았다. 사공은 예술가와 지역 주민, 관객 모두를 뜻한다.
국내 유일 순회형 시각예술축제 강원작가트리엔날레2022가 ‘사공보다 많은 산’이라는 주제 아래 내달 7일까지 평창 일원에서 열린다.
지역 주민들이 쉽게 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평창 진부면을 구석구석 활용해 눈길을 끈다.
주요 무대는 ‘평창송어축제장’, 이곳의 전시공간은 4곳이다. 일상·유휴공간의 의미를 살려 전시장 이름을 붙였다. 가장 많은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장 ‘홀(Hall·전 종합공연체험장·주제 ‘잇따라 뻗어진 산’) 45점을 비롯, △게이트(Gate·전 게이트볼장·주제 ‘사공보다 많은 산’) 17점 △풀(Pool·전 어린이 실내 낚시터·주제 ‘우리가 모두 이미 산’) 7점 △파크(Park·축제장 공터 야외공간) 5점 △밭(Batt·공터 비닐하우스) 33점 △파빌리온(축제장 내 신축물) 16점 등을 선보인다.
100여점의 조각·설치·회화·영상·사진작품 등을 실내외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이외에 △타운(진부시장 문화사랑방 ‘컨템포러리 룩’) △그래피티 인 월정사(월정사 경내)에서 영상 및 설치, 대형 벽화 1점도 볼 수 있다.
대규모 작품이 많다. 전시장 ‘게이트’에 걸린 길종갑 작가의 ‘두류산 풍경’은 캔버스 크기만 9m에 달한다. ‘홀’에 있는 엄영달 작가의 ‘잡상’은 도자기 200개를 나열했다. 최선길 작가의 ‘천년의 노래-가을’은 원주의 고목 반계리 나무를 6m의 회화로 펼쳤다.
외부 시선이 아닌 강원도에 사는 당사자 관점에서 풀어낸 작품도 보인다. 탄광촌에서 나고 자란 최승선 작가의 ‘병반의 시간’은 70∼80년대 활기를 띤 정선 탄광촌을 고스란히 담았다. 광부들의 삶을 향한 따듯한 시선이 녹아있다. 최원희 작가의 ‘생선 몇 마리 더 드렸어요’ 등에도 삼척 주민들의 일상이 생생히 담겼다.
독특한 소재와 형식을 활용한 작품들도 있다. 전시장 ‘게이트’에 있는 황재형 작가의 ‘풍선껌2’는 머리카락이 소재다. 태백의 미용실을 돌며 모은 머리카락을 캔버스 위에 붙여 형상을 구현했다. 또 다니엘 경·송광찬·장일호 작가의 작품 시리즈는 바다를 배경으로 한 형광색 설치물이 독특하다.
영화 ‘버닝’, ‘반도’의 음악을 작곡한 장일호 작가의 ‘개복치’ 소리도 들을 수 있다.
강원의 일상이 공간자체로 구현됐다. 전시장 ‘아트-밭’은 비닐하우스를 전시장으로 설치, 무와 배추 등 농작물을 기르는 ‘평창의 밭’을 옮겼다. 평창의 지역성과 주민 일상을 조명한 영상과 사진, 설치 등을 선보인다. 강원대와 강릉원주대 학생들이 참여한 조각 12점도 전시된다. 관객이 참여하는 식물 일러스트 드로잉도 있다.
인구 문제 등 사회 의제를 고민한 작품도볼 수 있다. 이은우 작가의‘산은 많고 들은 적으며, 사람들의 성품은 부드럽고 삼간다’는 영상이다. 강원문화재단의 문화기반조성사업으로 추진된 ‘컨템포러리 룩’에서 선보인다. 강원도 인구 실태 보고서를 통해 저출산과 고령화에 직면한 현실을 보여준다. 실제 진부면 노인과 아동이 참여했다.
월정사 팔각구층석탑 보수현장에는 대형 벽화 ‘월정-스페이스’가 걸렸다. 진부중 학생 100여명과 그래피티 아티스트 제바(유승백) 작가가 협업했다.
차재 강원작가트리엔날레2022 예술감독은 “지역예술가의 재발견과 지역 커뮤니티의 재생의 동반 수행을 기본 미션으로 한다”며 “예술과 기술, 지역주민의 시공간을 연계해 강원의 산들을 ‘예술의 고원’으로 연결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강원트리엔날레운영실은 전시기간 설치한 조각과 전시 공간(‘파빌리온’)을 지역주민들에게 환원할 수 있도록 관련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신지희 운영실장은 “조각작품은 3년간 장기임대했고, 영구 설치와 관련해 지역주민과 공청회도 가질 예정”이라며 “축제장 내 폐기물 등이 쌓여있던 공터를 정비, 설치한 ‘파빌리온’은 평창도시문화재단과 논의해 지역주민이 쓸 수 있는 공간으로 환원할 것”이라고 했다.
29일에는 평창송어축제장 전시장에서 핼러윈 파티도 진행, 관객 대상코스튬 경연대회가 열린다. 화·수요일은 휴관한다. 강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