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기여할 자연명상마을 만듭니다”(4월7일-신동아) -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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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6-04-07 10:11 조회7,502회 댓글0건본문
오대산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 인터뷰
김성남 기자
강원도 오대산은 기온이 서울보다 5도 낮았다. 월정사 전나무 숲길을 지나 문수교를 건넜다. 절 앞 오대천은 얼어붙었다. 얼음 위 눈밭을 고라니가 건너갔나 보다. 발자국이 선명하다. 이 추위에 얼마나 쓸쓸할까. 고려시대 만들어진 국보 제48호 팔각구층석탑을 바라보며 심호흡을 해본다. 청량한 공기가 가슴 안으로 밀려든다.
구층석탑 너머에 적광전(寂光殿)이 있다. 석가모니 부처를 본존불로 모신 전각을 대웅전, 비로자나 부처를 모시면 적광전이라 부른다. 이곳 전각은 석가모니 부처를 모시고도 적광전이라는 현판을 붙였다. 그것은 오대산이 화엄·문수도량이며 한암·탄허 대종사가 주석(駐錫,입산안주)하면서 불교 최고의 경전인 ‘화엄경’ 사상을 널리 펼친 것과 관련이 있다.
화엄경의 주불이 비로자나불이다. 문수보살은 지혜를 상징한다. 적광전 전면 기둥엔 ‘부처님 진신사리를 지금 여기 모셨으니/ 수많은 중생들 끊임없이 예배하라’라는 자장율사의 불탑게가 주련으로 걸렸다. 이전의 적광전은 6·25 전란에 불타 없어졌지만 탄허·만화 스님이 중창에 나섰고, 한진그룹 조중훈 선대 회장이 불사를 지원했다.
적광전에 들어서니 네댓 명이 기도를 하고 있다. 한 중년 남성의 손에는 3000주가 들려 있다. 그는 건강을 잃었었다. 생명의 사형선고를 이미 받은 몸이었다. 전국 각지의 절을 돌며 절식과 기도로 건강을 되찾는 중인 그는 “월정사 기운이 맑아 가끔 찾는다. 이곳에서 기도하면 몸과 마음이 청량해진다”며 경을 외웠다.
無無亦無 → 活潑潑址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인 강원도 평창군 오대산 월정사는 불교계에서도 특히 사회와의 대화에 열심인 곳이다. 사찰문을 활짝 열고 세상과 호흡하는 일의 중심에 이 절의 주지인 퇴우(退宇) 정념(正念·60) 스님이 있다. 그는 단기출가학교, 템플스테이, 모범 요양시설 운영, 조선왕조실록 반환운동, 오대산 불교문화축전, 천년의 숲 걷기대회 등을 통해 사회의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조계종 히트상품 제조기’로 불려왔다. 일제강점기에 오대산 사고(史庫)에서 일본으로 반출된 ‘조선왕조실록’과 ‘의궤’를 되찾아온 공로로 스님은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경내 대법륜전에서 개최된 산중총회에서 정념 스님은 선거인단 만장일치로 차기 주지에 다시 추대됐다. 임기는 4년. 이로써 2004년 처음으로 월정사 주지 소임을 맡은 이래 조계종 선출직 주지 가운데 최다인 4연임 주지로 이름을 올렸다. 정념 스님은 1980년 희찬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으며, 중앙승가대를 졸업하고 1985년 자운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받았다. 중앙승가대 총동문회장, 조계종 중앙종회 호법분과 위원장, 강원불교연합회장, 상원사 주지 등을 역임했다. 현재 전국 교구본사 주지협의회 회장도 맡고 있다. 스님은 ‘신동아’ 인터뷰에서 오대산 자연명상마을 조성과 문화올림픽, 인간과 환경, 출가학교, 사회에서 불교의 역할, 화쟁사상, 마음의 평화 얻는 법 등에 대해 설법했다.
스님의 방에는 햇볕이 잘 들었다. ‘무무역무(無無亦無)’ ‘활발발지(活潑潑址)’ 같은 경구가 담긴 액자들이 벽에 걸려 있었다. 무슨 뜻인지 언뜻 다가오지 않는다. 스님이 환하게 웃으며 설명한다.
“참선할 때 도움이 되는 경구인데요. 마음이 비어서 어디에도 치우침이 없는 중도적 관점을 무심이라 합니다. 거기서 다시 백척간두 진일보해서 무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 ‘무무역무’입니다. 그렇게 아무런 걸림이 없어야 ‘활발발지’, 물고기가 뛰듯이 힘차게 깨침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겁니다. 집착하지 말라는 소리입니다, 허허.”
슥슥. 분명히 머리카락 넘기는 소리가 났다. 스님에게 머리카락이 있을 리 없다. 그가 숯검댕 같은 눈썹을 양손으로 쓸자 그런 소리가 난 것이다. 환한 웃음에도 강한 기운이 묻어난다.
정념 스님은 절의 행정을 책임지는 주지이면서도 선승들처럼 안거에 들어 참선을 해왔다. 이번 겨울에도 동안거 결제(結制, 안거를 시작함)에 들어갔다. 그동안 40안거에 임했다. 기자가 월정사를 방문한 날은 석 달 동안거 해제일 이틀 전이었다.
▼ 사판승이면서도 수행을 위해 안거에 임하는 이유가….
“주지는 사중을 대표해서 종무를 처리하고, 포교나 가람 수호, 그리고 사회적 책임을 떠맡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을 잘 활용하면 결제도 하고, 소임도 차질 없이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결제를 하면 큰일을 할 때도 판단력이나 맑은 마음을 더 낼 수 있습니다. 잡다한 생각을 날려버리고 오로지 화두일념으로 수행하는 것이 소중하지요.”
“번뇌 현장에서 수행해야”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팔각구층석탑(국보 제48호)과 적광전. 김성남 기자
▼ 이번 동안거 기간에 붙들고 용맹정진한 화두는 무엇이었고, 무엇을 깨달았는지요.
“화두는 궁극적으로 본분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하나로 다 통합니다. 이 화두가 다르고, 저 화두가 다를 것 같지만 결국 알고 보면 중도를, 생각이 일어나기 이전의 마음자리를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래서 참선은 의문 풀 듯이, 해답을 하나씩 찾듯이 하는 공부는 아닙니다. 일반인은 유무(有無), 혹은 상대적 개념 속에서 사물을 이해하고 해답을 찾습니다. 그러나 화두는 분별심을 지양하고 무분별지를 지향합니다. 의정(擬情)을 지니되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 의정이 무엇입니까.
“의심을 지니되 지극함이 함께하는 것입니다. 화두의 장점은 그런 의정을 통해 마음을 집중하고, 중도를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정혜쌍수(定慧雙修, 선정과 지혜를 함께 닦는 일)와 같은 수행을 이뤄내는 데는 간화선(看話禪, 화두를 사용해 진리를 깨닫고자 하는 선)이 지름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 화두는 대의정과 대신심과 용맹심이 있어야 합니다. 의정이 지극하면 절로 용맹심이 발해지고, 분심이 일어납니다. 간화선에선 이 세 가지를 솥의 세 발처럼 기본이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살아가는 일이 복잡하고, 많은 지식을 쌓아야 하는 시대에 그런 간절한 마음으로 ‘올인’할 수 있는 공부가 쉽지는 않습니다. 발심조차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 스님께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여러 가지 대중교화에 나서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저는 화중생련(火中生蓮)이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불꽃 속에서 연꽃을 피운다는 뜻입니다. 이 세계를 등지고 고요한 곳에서만 수행하는 것은 진정한 수행이 아닙니다. 욕망의 불길 속에서, 탐진치(貪瞋癡, 탐내어 그칠줄 모르는 욕심·노여움·어리석음)의 불길 속에서 수행자로서 해탈의 연꽃을 피우는 것이 영원히 부서지지 않는 수행자의 모습입니다. 번뇌의 현장을 떠나서 한 수행은 값어치가 별로 없고 힘이 약합니다. 어렵고 고통스러운 가운데서도 늘 희망을 지녀야 합니다.”
▼ 월정사 주지를 4번째 연임하게 됐습니다.
“4년씩 3번이니 12년 동안이나 주지 노릇을 했습니다. 본사 주지도 사실 지역 불교의 수장이나 지도자 노릇을 하게 되고, 행정이나 살림 같은 것도 다뤄야 하기 때문에 오래하게 되면 매너리즘에 빠지고 열정이 줄어들어 역동성을 상실하게 됩니다. 저도 그런 것을 절감하고 있어 스스로 경책(警策, 죽비로 때림)을 합니다.
어쨌든 다시 주지를 맡으면서 한국 불교가 새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승경(僧經)이나 기복성을 중심으로 하기보다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면서 불교의 본질이 더 잘 구현되도록 해야 된다고 봅니다. 그런 측면에서 제가 단기출가학교나 문화축전, 선재길 걷기대회, 문화대학, 탄허대종사 선서함양 전국 휘호대회 등을 펼쳤는데, 대중이 상당히 공감했습니다.”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불교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요즘 정념 스님이 꿈꾸는 새 프로젝트는 오대산 자연명상마을 조성이다. 한국 불교의 전통적 명상·참선 문화와 오대산 자연환경을 활용해 월정사 아래쪽에 세계적 명상센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현대인의 지친 심신을 달래주고 ‘힐링(healing)’하는 자연명상마을에는 수련 공간, 강당, 식당, 휴게시설 등 20개 동의 친환경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20만㎡, 최다 216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명상센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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