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 자유를 향한 선택] 4. ‘출가 열풍’ 불러온 월정사 정념 스님(5월11일-법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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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6-05-11 08:37 조회7,402회 댓글0건본문
산중서 배운 출가정신 삶 속에 구현하는 것이 이 시대의 출가
▲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은 “단기출가학교는 우리 사회의 요구에 대한 불교의 적극적인 응답”이라고 설명했다. |
2004년 9월 첫 문을 연 월정사(주지 정념 스님) 단기출가학교는 시행 초기부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삭발염의하고 한 달간 행자생활을 체험하도록 하겠다”는 주지 정념 스님의 선언은 순식간에 교계 안팎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 달’이라는 기간과 ‘삭발’이라는 조건이 일반인들의 동참을 이끌어낼 수 있겠는가는 의구심과 동시에 단순한 ‘사찰체험’을 넘어 출가의 본래 정신을 일반인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참신한 시도라는 기대도 컸다.
한 달간 삭발염의 조건으로
2004년 9월 처음 문 열어
일반인 동참여부 의구심 속
2000여명 넘는 동문 배출
상구보리 하화중생 이념을
시대요구에 부응해 재해석
생활 공간을 도량으로 삼아
출세간 정신 세간에 전하려는
적극적 의지 구현이 궁극 목표
그렇게 출범, 올해로 12주년을 맞은 단기출가학교는 2016년 5월 현재 48기(7월1~23일), 49기(2017년1월5일~2월3일)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다. 2000여명이 훌쩍 넘는 동문을 배출하며 전국에 ‘출가열풍’을 불러온 월정사 단기출가학교. 빠르게 발전하고 변화하는 시대, 많은 이들이 출가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우리 시대의 출가정신은 무엇인지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에게 직접 들었다.
▲단기출가학교를 시작한 동기는 무엇인가.
“프랑스 보르도 근교의 자두마을(Plum Village)을 방문한 적이 있다. 틱낫한 스님이 운영하는 이 명상공동체에는 다양한 인종, 다양한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함께 생활하며 수행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행복한 삶, 평화로운 세상은 공허한 구호가 아니었다. 그곳을 다녀온 후 우리나라 불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수려한 숲과 사찰, 훌륭한 시설들. 한국불교는 더 많은 역사와 문화, 지적 자산과 함께 성숙한 수행자도 갖추고 있다. 오직 부족한 것은 세상에 대한 관심과 열린 마음이었다. ‘모든 고뇌가 사라진 열반’이 구호가 아닌 사실이란 것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이 필요했다. 단기출가학교를 시작한 이유다.”
▲부처님 당시 출가란 무엇이며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출가란 어떤 의미인가.
“출가는 세속에서 지향하는 명예나 재물, 권력, 오욕락 등을 통한 즐거움에서 벗어나 보다 가치 지향적이며 좀 더 궁극적인 길, 자유로운 삶의 추구로 나아가는 출발이다. 또 다른 차원에서 보면 몸이 세속에서 승가로 옮겨 가는 것이기도 하다. 그것은 자기라는 작은 집에서부터 더 넓은, 생명의 차원으로 생각을 열어젖히는 것이다. 이는 곧 지혜를 통해 생명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이 생기는 것이고 그 속에서 사랑과 자비의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출가는 그런 마음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더 많은 헌신과 봉사, 즉 보살도를 실행하는 모습이다. 그런 점에서 단기출가학교의 출가 정신은 이곳에서 출가자의 정신을 배워 세속에서 우리의 삶 자체를 도량으로 삼아, 우리의 삶을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으로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단기출가학교의 궁극적 지향점은 사회와 일상으로의 출가정신 회향인가.
“이 시대 새로운 출가정신의 구현이다. 단기출가학교는 한 달간의 프로그램이지만 출가의 전 과정을 압축한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출가정신을 배우고 삶의 현장에서 출가 정신, 출가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이끈다. 이를 통해 세간 속에서 출가자와 다름없는 삶을 살고 더 높은 가치를 이뤄낼 수 있다.”
▲세간의 요구에 대한 출세간의 대답, 세간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제시라고 보아도 되는가.
“그렇다. 지금까지 우리는 출가를 단절의 느낌으로만 바라봤다. 그러다보니 출가를 소극, 은둔, 도피 등 부정적인 느낌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출가의 근본정신을 회복하고 이 시대 출가정신을 상구보리하화중생의 측면서 재해석한다면 세간과 출세간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출세간에 살면서도 세간을 충분히 살필 수 있고 맑고 근본적인 밝음을 구해서 세간에 공급하고 세간을 더 맑혀 줄 수 있다. 반대로 세간에 살아가는 사람도 출가자의 정신에 입각해 살아간다면 스스로의 삶과 주변이 더 맑아지고 밝아져 세간이 정토로 거듭날 수 있게 될 것이다.”
▲동참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월정사라는 공간에 들어온다는 점이 주변 상황의 가장 큰 변화다. 수행자에게 대중과 스승은 어떤 의미인가.
“사람은 혼자만의 의지, 원력으로 무엇인가를 지속하기가 쉽지 않다. 또 세간에 몸담고 살면서 자신의 생각에만 집중하기가 어렵다. 아무리 좋은 가르침을 만나도 자기화하고 세상 속에서 실천해 내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출가라는 틀과 대중, 도반이 필요하다. 대중이 공부를 시킨다는 말이 있다. 자기라는 모습은 업성의 존재이며 혼자 있게 되면 업성이 발현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단기출가는 청규에 따른 단체 생활을 하므로 세간에서 익혀온 자기 버릇을 일단 내려놓을 수 있다. 단체생활이 힘은 들지만 함께하는 공부 속에서 자기의 버릇, 습관을 바꾸고 부처님의 가르침, 수행을 더 힘차게 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또 많은 스님과 강사진들이 함께 하기 때문에 행자들에 대한 지도, 실천이 더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단기출가학교에 입학하는 분들은 고민,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진정한 하나의 길, 발심까지 이뤄지지는 못한 상태라 볼 수 있다. 그 발심을 이어주고 정견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바른 길을 확립시켜주는 것이 단기출가학교의 역할이다. 또 불자로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를 정립시켜주고 익혀주는 것도 단기출가학교다.”
▲단기출가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지금껏 배출된 졸업생들은 단기출가학교에서 만난 감동, 신심을 바탕으로 거듭난 불자의 삶을 당당히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이들이야말로 한국불교의 새로운 신행문화를 이룩할 기반이다. 이러한 이들이 더욱 많아진다면 우리 삶의 현장 속에서 월정사와 같은 도량이 일구어질 것이다. 또한 이곳에서 얻어 가는 출가의 정신이 금생에 지속된다면 우리의 삶은 더 의미 있고 더 행복해질 수 있으며 우리 사회는 더 평화롭고 행복한 곳으로 거듭날 것이라 생각한다. 더욱 많은 이들이 새로운 세상, 새로운 삶을 만나길 바란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삭발·염의하고 침묵…청규와 대중 속에 만나는 자유
월정사 단기출가학교는
스님이 되기 위한 예비과정인 행자생활을 체험하는 월정사 단기출가학교는 1년에 4번, 한 달여의 과정으로 진행된다. 지원 가능 연령은 20~63세 남녀로 월정사 단기출가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된 서류를 심사해 합격자를 선정한다.
하지만 최종 합격은 입산 당일 심사위원 스님들의 면접인 ‘갈마’를 거쳐 확정된다. 종교와 학력은 무관하지만 심신이 건강하고 대중 생활에 지장이 없어야 한다. 특히 허리, 무릎, 발 등에 질환이 있거나 전염병이 있는 경우에는 입방이 허락되지 않는다. 단기출가학교는 ‘휴식’이나 ‘힐링’을 제공하는 여가프로그램이 아닌 치열한 수행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사찰 수련회나 템플스테이와는 그 출발부터 다르며 경전을 배우는 불교대학, 참선공부를 하는 시민선방도 아니다. 월정사측이 안내문을 통해 “출가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나 휴양의 개념으로 오는 곳이 아니다”고 못 박으며 “경전이나 참선공부를 심도 있게 하려고 오신 분들은 입교를 자제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단기출가학교는 ‘행자과정 체험’이라는 원칙에 따라 남녀 모두 삭발을 원칙으로 하며 대중생활의 규칙인 청규를 준수해야 한다. 수행기간 중 외출, 서신교환, 전화사용 등 일체 외부와의 연락이 금지되며 가족 면회도 불가능하다. 청규를 어겼을 경우에는 참회의규에 따라 엄중한 경책이 가해지며 시정되지 않을 경우에는 퇴방조치 될 수도 있다. 예불, 발우공양, 운력 등 수행의 전 과정에 동참해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모든 생활은 철저한 대중생활과 묵언을 원칙으로 진행되며 개인행동은 용납되지 않는다. 하루 일과는 새벽 3시 기상, 예불로 시작하며 오후 9시 마무리된다. 단기출가 기간 동안 휴일은 없다.
한 달씩 진행되는 단기출가학교의 ‘행자교육’을 위해 교육과정을 세우고 소임을 짜고 시설을 정비하느라 월정사 전 대중은 1년 내내 긴장 속에서 살고 있다.
‘나’라고 규정할 만한 모든 외형과 수단을 내려놓고 오직 대중과 청규 속에 새로운 가치관과 의미를 찾아가는 이 특별한 체험. 오늘도 월정사에는 동참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033)339-6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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