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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달이 아름다운 절
언론에 비친 월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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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사부주지 - 원행스님 기고 <생생지락(生生之樂)>(5월3일-강원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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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6-05-02 08:57 조회7,36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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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어떤 시인은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4월을 보내고 5월을 맞으니 오대산의 신록 빛이 다르고 절집 앞개울을 흐르는 물소리가 다르다. 특히 금강연의 물소리는 만물을 깨우기라도 하듯이 생동감이 넘친다. 금강연은 소납이 출가할 때부터 지금 이 자리에서 사시사철 아름다운 물소리를 냈는데 수천 년이 흘러 지금도 저리 여여하니 세월의 무상을 느끼게 한다. 이 금강연을 거슬러 저 꼭대기로 올라가면 우통수가 나온다. 우통수는 세종실록에서 한수(漢水)의 근원이라고 했다. 그만큼 나라의 정기가 서려있는 곳이다. 의궤와 실록을 이곳 오대산에 보관한 이유일 것이다.

그래서 5월의 첫날 새벽예불 탑돌이 후 세종실록(世宗實錄)을 펴보았다. 그랬더니 눈이 번쩍 뜨이는 구절이 있다. 제89권, 함길도 도 절제사 김종서에게 전지(傳旨)하는 부분이다. 내용은 이렇다. “백성들이 살아가는 즐거움을 보전시켜서 생활의 즐거움이 있게 하여야 하고, 우리 백성들과 더불어 길이 생활의 즐거움을 누려서 생생(生生)의 낙을 즐기며 살도록 하여야 한다. 위에 있는 사람이 성심(誠心)으로 애쓰지 않는다면 어떻게 백성들로 하여금 부지런히 농사에 종사하여 그 ‘생생지락(生生之樂)’을 완수하게 할 수 있겠는가.”

또 105권에는 옛 성현들의 예를 들어서 하교(下敎)하기를 “각각 자신의 마음을 다하여 백성들이 근본에 힘쓰도록 인도하라. 농사에 힘쓰고, 우러러 어버이를 섬기고, 굽어 자녀를 잘 길러서 생명이 장수하게 하라. 그리하여 우리나라의 근본을 견고하게 한다면 거의 집집마다 넉넉하고 사람마다 풍족하며, 예의를 지켜 서로 겸양하는 풍속이 일어나서, 시대는 평화스럽고 해마다 풍년이 들어 함께 태평시대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즉 ‘생생지락’을 누려 태평성대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하라는 것인데 요즘 말로 바꿔보면 국민의 ‘삶의 질’과 ‘행복지수’를 높이라는 뜻이다. 수백 년 전에도 성군은 국민의 삶의 질과 행복을 걱정하였다는 생각에 저절로 머리를 끄덕이게 된다. 혜안도 보통 혜안이 아니다.

지금 이 시대 우리의 삶은 세종 임금도 기겁할 만큼 망가져있다.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좋지 않은 분야에서는 모조리 1위다. 자살률, 노인빈곤율, 청년실업률, 최저출산율 등이 그렇다. 대신 좋은 분야는 그 반대다. 청소년 행복지수, 업무만족도 등은 대부분이 OECD 국가 중 바닥권이다. 어떤 부분은 아프리카 등을 다 포함하는 전 세계에서도 바닥이다. 이렇게 된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지도자와 위정자들이 국민의 삶의 질은 생각하지 아니하고 성과제일주의만 부르짖은 결과이다. 물론 지난 시절에는 그게 맞을 수 있다. 그러나 이젠 다른 시대가 도래했다. 컴퓨터가 인간과 함께 바둑을 두는 시대 아닌가? 이젠 그에 맞는 ‘생생지락’을 즐길 수 있는 정책을 만들고 펼쳐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가지도자와 위정자 스스로가 밤낮없이 국민의 ‘생생지락’을 걱정해야 한다. 그래서 새로 개원하게 될 20대 국회에 거는 기대 또한 크다.

잔인한 4월이 가고 싱그러운 5월이 왔듯이 이젠 국민 모두가 고통에서 벗어나 ‘생생지락’을 마음껏 누리고 즐길 수 있는 시절을 간절히 기원하며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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