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기여할 자연명상마을 만듭니다”(4월7일-신동아) -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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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6-04-07 10:13 조회7,457회 댓글0건본문
단기 출가에 숨은 의미
월정사 경내 단기출가자들이 머무는 곳에 출입금지 팻말이 서있다. 김성남 기자
단기출가자들이 전나무숲길을 삼보일배하며 지나고 있다. 동아일보
▼ 단기출가학교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지요.
“그동안 산중에 있는 한국 사찰들은 굉장히 은둔적이었습니다. 불교가 세상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일들을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현대인이 재충전이나 정신적 치유에 목말라한다는 것, 좋은 세계관과 가치관을 갖기 바란다는 것을 더욱 분명히 알게 됐습니다. 또 출가 문화 자체도 사실 소극적이고, 세상을 등진다는 의미에서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출가는 어떻게 보면 ‘자신’이라는 조그마한 집에서 더 큰 가치를 실현하는 차원으로 이동하는 것이고, 인생의 의미를 더 크게 확충해내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진정한 출가 문화와 출가의 의미를 대중에게 더 퍼뜨리자고 생각했지요.”
▼ 기간을 한 달로 정한 이유가 있습니까.
“실제 출가자들은 행자 생활을 6개월~1년 합니다. 일반인이 그렇게 긴 시간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한 달 정도라면 긴 휴가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정도 기간이라면 실제 출가생활이 어떠한지 이해할 수 있고, 또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도 이 세상을 넓은 도량으로 보고 출가자의 자세로 살아가면서 자기 인생이나 세상을 더욱 의미 있게 바꿔나가는 데도 도움이 되리라고 봤어요.”
▼ 그 가운데 실제 출가자도 있고, 낙오자도 있는지요.
“입학생 가운데 실제 출가자도 150여 명이 나왔습니다. 그들이 다시 행자 수련원에 들어가면 누구보다 모범적으로 생활한다고 하더군요. 또 출가학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템플스테이 정도로 생각하고 왔다가 낙오하는 이들도 가끔 있습니다. 한 달간 실제 출가자들처럼 생활하기 때문에 몸이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립니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야 하고… 편안한 생활은 아니거든요.”
▼ 세상 일들이 힘들게 느껴지면 “에이, 나도 출가나 할까” 하는 말을 흔히 하곤 합니다.
“원효 스님이 ‘누가 산에 들어가서 도 닦고 싶은 생각이 없으리오만 애욕의 그물을 끊지 못해 선뜻 출가하지 못한다’라고 했습니다. 이리저리 인연의 그물에 걸려서 그것을 끊고 출가하기가 쉽지 않으니, 한 달 정도라도 체험해보자는 겁니다.”
▼ 출가 연령 제한을 두고 조계종 내에서 논란이 있었지요.
“40세로 제한하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50세입니다. 총무원에선 해마다 출가자가 줄어드는 현실에서 전문성을 가진 은퇴자들을 받아들이는 특수출가제 도입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대해 찬반 논란이 있지만 부처님은 빈부귀천이나 나이 고하를 막론하고 다 받아들였지요. 돌아가시기 전 120세 된 제자를 두기도 했습니다. 물론 세상을 교화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출가 심사도 매우 중요한 일이긴 합니다.”
▼ 스님은 왜 출가를 결심했는지요.
“우리 집이 대대로 불교 집안이었어요. 어린 시절 절에 가서 스님을 만나면 제가 굉장히 부끄럽게 여겨졌고, 스님 생활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습니다. 성격이 내성적이어서 ‘난 세상하고 잘 안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출가하면 뭔가 자기만의 세계를 성취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 결국 출가하게 됐습니다.”
에고(ego) 낮추기
▼ 지금까지 버리지 못하는 고민 같은 게 있는지요.“생로병사 가운데 가장 큰 고통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죽고 사는 문제가 결국 하나라는 인식의 전환까지 해낼 수 있어야 합니다. 탐진치 문제를 해결하고, 마음이 일어나기 이전의 빈자리로 돌아가지 않으면 생사의 문제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그런 자유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합니다. 지무생사(知無生死) 증무생사(證無生死) 용무생사(用無生死)라는 말이 있습니다. 먼저 생사가 없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수행으로 증득하고, 그것을 활용하라는 뜻입니다. 좌탈입망(坐脫立亡, 앉거나 선 채로 열반함)하신 한암 선사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은 대표적인 분이죠.”
▼ 스님은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렀는지요.
“갈 때 봐야 알죠(웃음), 초연히 갈 수 있는지, 없는지는. 그래서 수행자는 죽는 그 순간의 모습을 보고 정말 죽음의 문제에서 해방됐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고 합니다. 지금 마음 같아선 뭐 연연할 게 있겠나 싶어 용무생사 같은 마음인데, 막상 죽을 때는 조금 더 있다 가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 무예를 많이 닦으셨다고 들었습니다.
“보은 스님이 소림 금강문을 개창했는데, 그 문하생으로 있었습니다. 그분이 돌아가시고 나서 제자들이 저에게 장문이 돼 문파를 유지해달라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지요. 제가 배운 무예를 청소년 심신을 건강하게 하는 일에 쓰고 싶습니다. 소림 무공 중에서 몸을 튼튼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을 간략하게 만들어 대중에게 보급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선원에서는 참선요가를 병행하고 있는데, 이것이 수행생활에 큰 도움이 됩니다. 자연명상마을에서도 몸을 건강하게 하면서 마음 수행을 이끌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간화선, 조사선(祖師禪)이라는 선법이 생명력을 갖고 대중 속으로 파고들려면 줄기와 뿌리를 튼튼히 해야 합니다. 몸을 건강히 단련하는 것이 그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일반인이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남 탓이나 밖으로 치우쳐서 바라보기보다는 에고(ego·자아)를 낮추는 관점을 지녀야 합니다. 그래야 세상과 갈등을 풀고, 세상의 수많은 병리현상을 치유할 수 있는 기운이나 지혜가 나올 수 있는 겁니다. 원효 스님의 화쟁사상도 나만 옳은 게 아니라 내가 옳으면 다른 사람의 생각도 옳은 것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라는 겁니다.”
▼ 화쟁사상 측면에서 총선을 앞둔 요즘 정치권을 바라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요.
“정치인들이 극단적인 대립 속에서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과도하게 집착하면 곧 법도를 잃어버려 삿된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그보다는 정책의 대결, 상생의 선거 문화가 펼쳐질 수 있도록 해야지요. 오랫동안 선거에 참여해온 국민의 눈높이가 상당히 높아져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우리 한국사에서 정치 리더십은 국민의 눈에서 보면 굉장히 낙후돼 있습니다. 이번엔 선거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기 바랍니다.”
월정사의 ‘오래된 미래’
▼ 정의화 국회의장 등 정치인들이 종종 월정사를 찾는다는 뉴스가 나오곤 하던데요. 그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줍니까.“조언할 게 뭐 있겠습니까마는, 저는 불교적 관점에서 중도에 대해 주로 얘기합니다. 그러다 보니 진보 정치인들에게는 보수를, 보수 정치인들에겐 진보를 얘기하게 됩니다. 상대를 파트너로 보고, 최선이 안 되면 차선의 관점으로 문제를 해결하라고요. 정치권은 국민에게 피부에 와 닿을 만한 희망을 줘야 합니다.”
▼ 정치인들이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는 희망이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최근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발사해 남북한 관계가 굳어졌는데, 남북관계를 잘 풀어서 우리 민족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저는 정치 지도자들이 남북의 문제에 대해 좀 더 높은 관점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현실의 경제적 문제, 민생의 문제 앞에서 통일과 같은 큰 문제를 체감하기는 어렵습니다. 현실의 문제와 더불어 미래의 문제를 같이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너무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
▼ 지난해 폭력시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서울 조계사에 피신해 사찰이 범법자의 은신처가 돼야 하느냐를 두고 논란이 있었습니다.“그것을 놓고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불교적 사유 방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종단에서는 화쟁위원회가 나서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법을 어기는 것은 옳지 않지만, 누구라도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가 찾아오면 불교는 무한한 자비정신으로 감싸 안아야 합니다. 그래서 화쟁정신의 차원에서 운용의 묘를 잘 살려야 했는데, 민주노총 위원장이 스스로 절을 나갔고 나름대로 문제가 잘 마무리됐다고 생각합니다.”
▼ 강원도종교평화회의 결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는데, 다른 지향점을 가진 종교인들과 화합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텐데요.
“종교 지도자들이 모여 함께 모범을 보이면 강원도의 화합에 기여하지 않겠나 해서 시작한 일입니다. 서로 불신하고 소통하지 못하는 현대사회에서 종교인들이라도 모범을 보이면 도민화합, 국민화합에도 기여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스님과 인터뷰를 마치고 나와 월정사 경내를 다시 돌아봤다. 성보박물관에 들러 팔각구층석탑 사리구, 고려시대 석조보살좌상(보물), 세조 어의로 추정되는 명주적삼(보물), 한암·탄허 스님의 글씨 등을 보며 월정사의 ‘오래된 미래’를 생각해봤다. 그것은 수세기 동안 사찰이 사회와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만들어온 미래다. 정념 스님이 심혈을 기울이는 수행 공동체 자연명상마을도 그 하나다.
박물관 옆 아늑한 찻집에서 불교 용품들을 구경하는 외국인을 만났다. 오스트리아 스키 코치 루카스 브루직. 그는 2월 ‘국제스키연맹(FIS) 프리스타일 스키-스노보드 월드컵’에 선수단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했다. 경기를 마치고 돌아가기 전 가볼 만한 관광지로 월정사를 소개받고 들른 참이었다. 그는 전나무숲길도 걸어보고 월정사 경내도 둘러본 다음 “너무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이다. 꼭 다시 찾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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