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추고… 비우고… 나누고… 나를 찾는 ‘한달의 고행’(10월23일-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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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5-10-23 08:41 조회8,220회 댓글0건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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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의 출가자들은 수계식으로 행자생활을 시작한다. 팔뚝에 연비를 하며 결의를 보이고 그 흉터를 보며 훗날 초심을 다진다. 잠깐 살을 태우는 고통은 이후 이어질 수행의 고달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
▲ 탈의 삭발을 마친 행자가 사복을 벗고 새로 받은 행자복으로 갈아입고 있다. 행자복은 용도에 맞춰 동방과 적삼 두 벌을 받는다. |
▲ 삭발 머리를 깎는 것은 번뇌를 끊고 속세에서 움켜쥐고 있던 것들을 모두 내려놓겠다는 의미이다. 출가자들 중에는 의외로 50·60대 장년이 많다. |
▲ 삼보일배 갓 출가한 행자들이 일주문에서 대웅전까지 산길에서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절을 하는 것은 자신을 낮추고 또 낮추는 일. 땅과 숲과 바람이 모두 나의 스승이다. |
▲ 명상 행자들이 강당에 모여 명상을 하고 있다. 내 안의 거울을 닦고 닦아 다시 나를 비춰본다. |
▲ 행렬 수계식을 마친 단기출가 행자들이 발우를 들고 큰법당을 지나 처소로 가고 있다. 줄지어 걷는 도반들과의 인연은 더욱 각별하다. |
월정사 단기출가학교
오전 3시 반, 아직 별이 말똥말똥한 밤중에 산사의 목탁 소리가 곤히 잠든 행자들을 깨운다. 한 무리의 수행자들이 소리 없이 일어나 백두대간 오대산 찬바람에 얼굴을 씻는다. 깊은 가을 산골의 밤공기에 파랗게 깎은 머리가 정신이 번쩍 들 만큼 시리다. 종루의 범종이 쿵∼ 쿵∼, 천지의 중생에게 새벽이 밝아옴을 알린다. 조계종 교구본사 월정사에서 열리는 단기출가학교에 입학한 행자들의 하루가 시작된다. 행자는 불가에 귀의하여 스님이 되고자 하는 이들이 꼭 거쳐야 하는, 첫 입문과정이다. 6개월∼1년의 행자 과정을 마치고, 4년간 강원을 거쳐야 비로소 계(戒)를 받고 비구, 비구니가 된다. 단기출가학교는 이런 출가수행을 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해 한 달간 행자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되어 이번이 46기째가 된다. 기간만 짧을 뿐 교육과정은 일반 출가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1일부터 시작된 교육은 출가수행의 초심을 다잡고, 부처의 가르침을 배우며, 승가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법도를 익히는 것이다. 이제 막 입문한 행자들은 모든 것이 낯설고 서툴다. 첫 걸음은 끝없이 자신을 낮추고 비우는 데 있다. 그러자니 온갖 고행과 궂은일을 도맡게 된다. 참선, 독경, 삼보일배, 강의, 울력(노동) 등 잠시 딴 생각 할 틈없이 일정이 빼곡하다. 이런 고행과 하심(下心)을 통해 작으나마 깨달음을 얻고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큰 해탈은 바라지 않는다. 다시 속세로 돌아가 살아갈 힘을 얻은 것만으로도 족하다. 바람이 추녀 끝에 매달린 풍경을 흔들고 지나간다. 무심한 단풍만 제 몸이 타들어 가는 줄도 모르고 온산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munhwa.com
오전 3시 반, 아직 별이 말똥말똥한 밤중에 산사의 목탁 소리가 곤히 잠든 행자들을 깨운다. 한 무리의 수행자들이 소리 없이 일어나 백두대간 오대산 찬바람에 얼굴을 씻는다. 깊은 가을 산골의 밤공기에 파랗게 깎은 머리가 정신이 번쩍 들 만큼 시리다. 종루의 범종이 쿵∼ 쿵∼, 천지의 중생에게 새벽이 밝아옴을 알린다. 조계종 교구본사 월정사에서 열리는 단기출가학교에 입학한 행자들의 하루가 시작된다. 행자는 불가에 귀의하여 스님이 되고자 하는 이들이 꼭 거쳐야 하는, 첫 입문과정이다. 6개월∼1년의 행자 과정을 마치고, 4년간 강원을 거쳐야 비로소 계(戒)를 받고 비구, 비구니가 된다. 단기출가학교는 이런 출가수행을 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해 한 달간 행자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되어 이번이 46기째가 된다. 기간만 짧을 뿐 교육과정은 일반 출가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1일부터 시작된 교육은 출가수행의 초심을 다잡고, 부처의 가르침을 배우며, 승가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법도를 익히는 것이다. 이제 막 입문한 행자들은 모든 것이 낯설고 서툴다. 첫 걸음은 끝없이 자신을 낮추고 비우는 데 있다. 그러자니 온갖 고행과 궂은일을 도맡게 된다. 참선, 독경, 삼보일배, 강의, 울력(노동) 등 잠시 딴 생각 할 틈없이 일정이 빼곡하다. 이런 고행과 하심(下心)을 통해 작으나마 깨달음을 얻고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큰 해탈은 바라지 않는다. 다시 속세로 돌아가 살아갈 힘을 얻은 것만으로도 족하다. 바람이 추녀 끝에 매달린 풍경을 흔들고 지나간다. 무심한 단풍만 제 몸이 타들어 가는 줄도 모르고 온산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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