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 걷고 싶은 길(레이디경향-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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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5-10-05 15:18 조회8,407회 댓글0건본문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은 치유의 길이라고도 불린다. 종교적 의미를 떠나 그 길을 걷는 동안 삶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받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 가을,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가을 길을 걸어보자. 자작나무 숲을 거닐어보고, 제주 오름에 올라보자. 어느 순간 당신의 걱정 또한 길 위에 내려놓게 될 테니.
지하철 타고 떠나는 역사 여행 한양도성길
서울에서 지하철을 타고 다녀올 수 있는 역사 체험길인 한양도성길. 한양도성은 조선왕조 도읍지인 한성부의 경계를 표시하고 그 권위를 드러내며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축조된 성으로 현존하는 전 세계의 도성 중 가장 오랫동안(1396~1910, 514년간) 도성 기능을 수행한 곳이다. 한양도성 구간 중 난도가 가장 높은 두 곳을 먼저 소개한다. 창의문에서 혜화문으로 이어지는 4.7km의 백악 구간과 돈의문 터에서 창의문으로 이어지는 4km의 인왕산 구간이다. 백악 구간의 경우 산세가 험하지만 반쯤 핀 모란꽃에 비유될 만큼 아름답다. 40년 가까이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다 지난 2007년부터 개방하고 있다. 창의문과 숙정문, 말바위 안내소에 입장할 때는 신분증이 필요하다. 인왕산 구간은 돈의문 터에서 시작해 인왕산을 넘어 윤동주 시인의 언덕까지 이어지는 구간이다. 이어 4.2km의 남산(목멱산) 구간은 난도가 중간 단계로, 장충체육관 뒷길에서 남산공원까지 이어진다. 또 혜화문에서 낙산을 지나 흥인지문까지 이어지는 낙산 구간은 경사가 완만해 산책하듯 걷기에 적당하다. 흥인지문 구간은 1.8km로, 흥인지문에서 광희문을 지나 장충체육관까지 이어진다. 도성길 순례를 마친 뒤 주변 동대문의 시장을 이용할 수도 있어 일석이조다. 백범광장에서 숭례문을 지나 돈의문 터까지 1.8km가량 이어지는 숭례문 구간은 아쉽게도 옛 성곽의 자취를 찾기 쉽지 않으므로 사전 정보를 충분히 알아보고 걸으면 좋겠다.
소요 시간 1~4시간 내외 문의 서울한양도성(02-730-9924)
아름드리나무 아래 펼쳐진 가을의 정취
오대산국립공원 선재길 코스
1960년대 월정사와 상원사를 찾아가던 승려와 불자들이 다니던 숲길로 오대산국립공원의 여러 길 중 가을에 가장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오대천 계곡을 따라 펼쳐진 9km가량의 숲길은 대부분의 구간이 평지이며 목재 계단과 데크가 설치돼 걷기에 편하다. 덕분에 가족 단위의 가을철 나들이 장소로 좋다. 전 구간이 아름드리나무로 덮여 있어 삼림욕을 즐기기에도 제격이다. 월정사에서 시작하는 선재길은 두 가지 코스로 나뉜다. 월정사에서 동피골까지 걷는 5.4km 코스(약 2시간 소요)와 동피골에서 상원사로 향하는 3.6km 코스(약 1시간 30분 소요)다. 이 중 동피골로 향하는 길은 키가 큰 신갈나무와 단풍나무 숲이 무성하다. 걷다 잠시 한숨 돌릴 겸 동피골에 위치한 멸종위기식물원에 들러보는 것도 좋다. 이곳은 오대산에 자생하는 멸종 위기종과 특정 식물 등 30여 종의 희귀 식물을 복원해 전시하고 있다. 동피골을 지나면 조릿대 숲길이 이어진다. 숲과 오대천을 따라 걸으면 마침내 상원사에 도착한다. 선재길은 옛 사람들의 흔적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길이다. 시원하게 흐르는 오대천을 따라 걷는 즐거움과 함께 다양한 동식물을 만나볼 수 있다.
소요 시간 약 3시간 30분(편도) 문의 오대산국립공원(033-332-6417)
신비로운 매력 지닌 자작나무 숲으로
미술관 자작나무숲
날렵하게 뻗은 하얀 나뭇가지 사이로 드러나는 울긋불긋한 가을의 향연. 자작나무 숲 사이로 곱게 물든 단풍을 감상하며 가볍게 걸을 수 있는 곳이 바로 ‘미술관 자작나무숲’이다. 강원도 횡성에 위치한 이 미술관에 가벼운 차림새로 걷기 좋은 숲길이 있다. 가파른 구간도 있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오를 수 있는 길이다. 큰마음 먹고 가을 트레킹을 떠나기 어려운 이들에게 권할 만한 장소다. 지난 1991년 관장 원종호씨가 한 그루, 두 그루 심기 시작한 자작나무가 군락을 이뤄 현재 1만2,000그루 이상 숲을 이뤘다. 미술관은 기획 전시장, 상설 전시장을 차례로 오픈해 10여 년 전 정식 개관했다. 매년 역량 있는 작가들의 초대전 및 신진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전시된다. 1시간 정도 천천히 걸으면 미술관의 숲길을 모두 둘러볼 수 있다. 한 나절 정도 이곳에 머물며 전시실의 작품을 감상하고 가을빛에 물든 자작나무 숲길을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또 미술관 카페에서 향긋한 커피 한 잔 마시고 은발의 관장 부부가 오랜 시간 공들여 가꾼 정원의 식물을 감상하며 가을날의 추억을 만들어보자.
소요 시간 1시간 이내 문의 미술관 자작나무숲(033-342-6833)
그곳에 걱정을 모두 털어버리고
제주 올레 20·21코스
걷는 여행을 하나의 문화로 만든 제주 올레. 조성된 지 햇수로 9년 차에 접어든 이 길은 우리나라 여행객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온 도보 여행자들로도 붐비는 쉼의 공간이 됐다. 사계절 모두 걷기에 좋지만 특히 가을의 제주 올레는 선선한 바람과 맑은 날씨로 인기가 좋다. 올가을 제주 해안가를 따라 아름다운 제주의 바당(바다의 제주 방언)을 바라볼 수 있는 제주 올레 20코스와 제주 동부의 오름을 오르내리며 걷는 21코스를 걸어보면 어떨까. 단 두 코스 모두 3~6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오랜 시간 걸을 수 있는 체력을 가진 이들에게 적합하다. 총 17.4km의 20코스 김녕하도올레는 5~6시간 정도 걸린다. 해안가를 따라 평탄한 길을 걸으며 때론 마을을 지나기도 한다. 김녕 서포구에서 출발해 성세기해변, 환해장성, 월정해수욕장, 행원포구, 좌가연대, 계룡동 마을회관, 뱅듸길을 지나 제주해녀박물관에서 마친다. 21코스 하도종달올레는 10km 구간으로 3~4시간이면 완주할 수 있다. 지미봉을 제외하고 모두 걷기 편한 길이다. 특히 지미봉에 올라 내려다보는 풍광이 기가 막히다. 마을과 바닷길 오름을 골고루 오르내리는 코스로 제주해녀박물관에서 시작해 낮물밭길, 별방진, 지미봉 정상을 지나 종달바당에서 마무리한다. 10월 30일부터 양일간 개최되는 2015 제주올레걷기축제에 참가해보는 것도 좋겠다. 10월 15일까지 제주 올레 홈페이지(www.jejuolle.org)를 통해 사전 참가 신청을 해야 하며, 20·21코스를 걷게 된다.
소요 시간 4~8시간 문의 사단법인 제주올레(064-762-2190)
국내 최대 규모의 늪길 걷기 우포늪 생명길 탐방로
황금빛 물결을 일으키는 억새 군락을 바라보며 걷는 길. 희귀한 새와 식물들이 원시의 상태로 숨 쉬는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자연 늪인 우포늪에 펼쳐진 길을 걸어보자. 우포늪 생명길 탐방로는 총 8.4km로 모든 코스를 걸으려면 총 3~4시간이 소요되지만, 시간대별로 골라 걷는 재미가 있다. 생태관에서 전망대를 거쳐 숲탐방로 1길에서 다시 돌아오는 30분 코스, 대대제방까지 들러 돌아오는 1시간 코스, 소목마을 주차장에서 시작해 숲탐방로 3길에서 제2 전망대-목포제방-우만제방-왕버들군락 등을 지나 다시 돌아오는 2시간 코스 등 가벼운 산책부터 4시간가량의 트레킹 코스까지 취향에 맞게 고르면 된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광활한 늪지와 사이좋게 걷다 보면 수면 위로 올라온 이름 모를 물풀 아래로 올방개, 붕어마름, 가시연꽃 등을 볼 수 있다. 지난 1998년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아 람사르협약에 등록된 귀한 습지에는 파랑새와 고니, 황새가 산다. 그야말로 살아 있는 생태계 박물관인 셈. 조류, 어류, 포유류, 양서류, 파충류 등 각종 습지 야생동물의 기록을 보존, 전시 중인 우포늪생태관에 들러 쉬어가도 좋다.
소요 시간 30분~4시간 문의 우포늪생태관(055-530-1553)
맨발로 걷는 즐거움 계족산 황톳길
신발과 양말을 모두 벗어던지자. 대전 계족산의 황톳길에서 걸으려면 누구나 맨발이 돼야 한다. 지난 2006년 조성된 이 길은 대전 모 주류 업체 대표의 아이디어로 시작해 현재 하루 1,000명 이상의 이용객이 다녀갈 정도로 유명한 대전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우거진 산속에 깔린 부드러운 황토는 전국에서 질 좋다고 소문난 곳에서 공수한 것으로, 정기적으로 새로 깔아 최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전체 코스는 14.5km로 4시간가량 걸린다. 장동삼림욕장의 입구로 들어와 공원관리사무소에서 시작되는 황톳길은 다목적 광장과 숲 속 음악회장, 에코 힐링 포토존, 임도 삼거리까지 이어진다. 이 중 숲 속 음악회장에서는 오후 3시에 오페라 공연이 열리기도 하니 사전에 확인하자. 최근 대전시는 대전8경의 하나인 계족산 숲길과 대전둘레산길의 6구간을 재정비했다. 한결 정돈된 황톳길을 걷다가 계족산의 여러 숲길을 거닐어도 좋겠다. 또 계족산성을 한 바퀴 걷는 이 길에서는 대청호 및 금강, 갑천을 내려다볼 수 있다.
소요 시간 4시간 내외 문의 장동산림욕장(042-623-9909)
30년 만에 열린 비밀의 숲
서울대공원 산림치유숲
무려 30년 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숲. 전나무와 잣나무가 더욱 무성하게 자라 거대한 천혜의 숲을 이룬 곳에 서울대공원이 산림치유숲을 열었다. 지난 7월 초 개장한 이곳은 서울대공원의 부지 중 출입 통제구역 일부를 치유 숲으로 조성한 곳으로, 청계산 골짜기로부터 이어지는 계곡과 약 10m 높이의 천연 폭포까지 잘 보존돼 있다. 계곡 주변에는 큰 바위가 곳곳에 있어 명상을 하기에도 좋다. 피톤치드, 산소, 숲의 향기, 바람, 햇빛 등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다. 도심에서 가까워 삼림욕을 위해 멀리 나가지 않아도 되는 위치도 장점. 약 5만㎡ 면적의 숲길은 치유숲 센터, 숲속광장, 활동숲과 하늘숲, 나무·햇빛·물 이완숲, 향기숲길 등으로 조성돼 있다. 사전 신청을 통해 명상, 맨발걷기, 숲체조, 물치유 등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도 있다. 현대인을 위한 스트레스 지수 측정, 혈압 체크 항목도 있다. 모든 프로그램은 산림청 공인 산림치유지도사가 인솔한다. 입장 및 프로그램 이용 예약은 서울대공원 홈페이지(grandpark.seoul.go.kr)와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시스템(yeyak.seoul.go.kr)에서 할 수 있다.
<옮긴이 : 월정사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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