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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수탈 상처 치유한 `기적의 숲' (8월16일-강원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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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6-08-16 09:12 조회7,41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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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째 살아남은 오대산 월정사 인근 소나무숲 `불당골'
당시 전쟁 물자 부족하자 수백그루 찌르고 긁어 송진 채취
깊이 10㎝ `V'자 상처 여전… 더 높이 곧게 자란 질긴 생명력
태백산맥 일대서 5억㎥ 산림자원 수탈 … 현재 가치로 50조


오대산 월정사 인근의 소나무숲. 이곳은 오래된 사찰림으로 주민들은 `불당골'이라 불렀다. 탐방로가 아니기 때문에 산을 오르는 길조차 없다. 발이 30㎝씩 빠지는 늪을 지나 가파른 산길을 올라야 한다. 올해 71회째를 맞은 광복절인 15일 불당골 소나무들은 70년째 사라지지 않는,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깊은 상처를 안고 있지만 질긴 생명력으로 기적처럼 숲을 이루고 있다.

불당골 소나무 중 상당수에는 일제가 70여년 전 나무 밑동을 끌로 찌르고 긁어내면서 생긴 폭 30~40㎝, 깊이 10㎝가량의 `V'자 모양 상처가 아직 남아있다. 일제는 자신들이 일으킨 전쟁에서 항공유가 부족하자 불당골을 비롯한 한반도 내 소나무에서 송진을 채취했다. 불당골 일대에만 상처 난 소나무가 100그루를 넘는다. 어린 소나무들은 당시 깊은 상처 아래로 양동이를 걸고 피를 흘리듯이 송진을 토해냈다.

하지만 불당골 소나무들은 죽지 않았다. 오히려 상처 위로 더 높이 곧게 자라났다. 나무를 올려다보았지만 질긴 생명력이 만들어낸 한여름의 짙은 녹음에 가려 끝이 보이지 않았다. 얼마나 높게 자랐는지 인간의 눈으로는 가늠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소나무들은 일제강점기의 병화(兵禍)를 스스로 치유하고 숲이 됐다.

불당골을 내려와 월정사에서 오대천을 따라 `선재길'을 올랐다. 유명한 트레킹 코스인 이 길에도 일제의 수탈 흔적이 남아있다. 선재길에는 일제가 설치했던 협궤열차의 철길이 엿가락처럼 휘어진 채 그대로 방치됐다. 당시 일제는 오대산 정상 인근까지 9㎞에 달하는 산림열차를 설치해 우수한 목재를 강릉 주문진항을 통해 일본으로 보냈다. 총을 비롯한 전쟁물자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한국임업진흥원에 따르면 조선총독부는 국권을 침탈한 1910년부터`조선임야분포도' 등을 제작해 우리 산림 현황을 파악했다. 당시 일제는 오대산 등 태백산맥 일대에서 5억㎥의 산림자원을 수탈했다.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50조원을 넘는다. 김태일 국립공원관리공단 오대산관리사무소 야생동물보호팀 연구원은 “멧돼지도 상처가 나면 스스로 송진을 바를 정도로 소나무에는 믿기 힘든 치유능력이 있다”며 “오대산 일대 소나무들은 굉장히 큰 상처를 입었지만 기적처럼 되살아났다”고 말했다.

최기영기자 answer07@kwnews.co.kr


*기사원문보기 http://www.kwnews.co.kr/nview.asp?s=501&aid=21608150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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