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을 관통하는 키워드 중 하나가 ‘초연결성’이다. 시공간 제약을 받지 않고 연결되는 가상현실, 증강현실 기술들은 이제 우리 곁으로 훌쩍 가까이 다가왔다. 대표적인 것이 ‘메타버스(Metaverse)’ 다. 가공, 추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인 ‘메타버스’는 자신을 대신하는 아바타가 생산 활동과 사회생활 등 일상을 영위하는 3차원 가상세계, 일종의 ‘가상 속 현실 세계’를 의미한다.
시공간 제약이 없는 ‘메타버스’라는 공간을 불교 전법과 포교를 위해 어떻게 활용할 지를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조계종 포교원(원장 범해)은 11월 23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분과회의실에서 ‘메타버스, 불교의 접근과 활용’을 주제로 포교종책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좌담회에서는 메타버스에 대한 불교적 활용 방법과 불교의 역할에 대해 전문가들의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다.
해인사승가대학장 보일 스님은 ‘전법 포교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메타버스 구현 방안’을 통해 △전통사찰·성보·고승의 메타버스 복원 및 재현 △불교 경전 서사(敍事)의 메타버스 구현 △메타버스 속 신행 체험 등을 불교계에 제안했다.
메타버스에서 사찰과 고승 등이 복원·재현되고 있음을 소개한 보일 스님은 “대형 프로젝트가 아니더라도 사찰에서 주지 스님을 주도로 마인크래프트나 제페토 등의 메타버스 플랫폼에 사찰을 창건하거나 다양한 형태의 불상, 성보 등을 디지털로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불자들로 하여금 신심을 고취하는 것은 물론 역사 문헌으로만 존재하는 유·무형의 불교문화유산을 현재화는 훌륭한 방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보일 스님은 메타버스 공간의 ‘초연결성’을 주목하며, 언제 어디서나 불교 신행과 명상 수행들이 이뤄질 수 있음을 강조했다. 스님은 “2021년 월정사에서는 ‘세계 청소년 명상 주간’행사를 메타버스 공간에서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전세계 청소년들에게 명상을 메타버스 공간에서 체험·지도받게 했다”면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극복한 메타버스에서는 국내를 넘어 해외 교포, 현지 외국인까지도 포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아무리 메타버스가 다방면에 적절한 방편이 된다고 해도 ‘어떻게 기존 신도나 새로운 불자를 메타버스 공간으로 견인하고 동참시킬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숙제”라며 “이에 대한 논의과 지속적 관심이 종단적으로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강현덕 울산과학기술원 연구조교수는 메타버스 사회에서 불교가 사회적·정신적 안전망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연구조교수는 “메타버스와 첨단기술의 발전이 생활을 윤택하게 해주겠지만, 사생활 보호 등 사회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또한 메타버스 내 범죄, 집단 따돌림, 정신적 피로가 생길 것”이라며 “불교는 메타버스에서 사회의 안전망 역할, 정신적 치유를 통한 대중 치유를 목표로 하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유권준 불광미디어 콘텐츠실장은 메타버스를 불교언론과 미디어에 어떻게 적용할지를 살폈다. 그는 “불교언론이 기초적 디지털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불교언론은) 산업적 기반이 약하고 인력활보나 기술력 확보 등에서 취약하다. 종단에서 정부 지원 사업 등을 개발·유치해 불교미디어를 지원하는 방식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