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평창 월정사에서 ‘노벨 평화상 월드서밋 강원 갈라 디너’(이하 갈라 디너)를 준비한 백양사 정관 스님이 한 말이다. 정관 스님은 조계종 사찰음식 명장이자 넷플릭스 시리즈 ‘셰프의 테이블’에 출연하는 등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사찰 음식의 대가다. 이날 갈라 디너에 앞서 월정사 공양간에서 만난 그는 사찰 음식으로 감정을 교류하겠다고 말했다.
■어떤 마음으로 갈라 디너를 준비하고 월정사에 오셨나=“월정사는 5대 적멸보궁 중 하나이기에 매년 찾는 곳이기도 하고, 2012년 월정사 말사인 삼척 신흥사에서 주지를 지냈다보니 굉장히 인연이 있다. 음식은 정신적인 에너지와 육체적인 에너지를 연결한다. 오늘은 음식이 서로의 감정을 교류하고 그 교류된 것을 마음으로 먹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특히 식재료가 갖고 있는 에피소드로 소통하고 싶다. 선보이는 음식 중 한 가지로 오대산에서 나는 능이버섯을 채취해 말렸다가 국을 끓인 것이 있다. 오늘처럼 눈 내리는 추운 겨울, 국 한 그릇을 마시면 바로 몸이 따뜻해지면서 온몸에 그 환희와 희열을 느낄 수 있지 않나. 참석자들과 온몸에 약이 되고 소통되는 음식을 공유하겠다”
■어떤 음식을 준비하셨는지 좀 더 소개해달라=“제철 식재료를 이용한 코스를 마련했다. 사찰 음식의 매력은 자연 그대로의 맛을 살리는 데 있다. 먼저 평창 오대산에서 나오는 오미자와 마가목차, 감자 부각과 김 부각을 주전부리로 준비했다. 이어서 입맛을 돋을 수 있는 전식을 흑임자 깨죽과 반찬을 내는데, 반찬이 중요하다. 바로 한암스님이나 탄허스님께서 즐겨드셨던 오대산에만 나는 명이 장아찌다. 거기에 토마토 장아찌도 나간다. 끝나고 나면 발우공양 상인데, 월정사에서 담은 김장김치, 매실 장아찌, 유자를 넣은 물미역 겉절이,미나리 무침 등이 나간다. 그리고 제 시그니처인 표고버섯 새송이 조청 절임도 선보인다”
■스스로를 셰프가 아니라 수행자라고 말씀하셨다=“음식을 만드는 일 자체가 내가 나를 찾아가는 공부라고 생각한다. 음식을 할 때 그 식재료가 어디서 온 지를 알아야 그 맛과 영양을 충분히 끄집어 내서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다. 자기 마음을 수행을 해 나갈 적에도 과거, 현재, 미래를 통해 자신을 바라봐야 통찰을 할 수 있다. 특히 사찰음식은 정적으로 고요하게 머무르게 하는 음식이다. 음식을 만드는 것이나 자기 수행은 인체의 ‘세계일화(世界一花)’, 한 떨기 꽃을 만들어가는 작품의 세계다”
■참석자들과 음식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나=“온 우주를 살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자연 환경 보호를 해야하고, 뭇 생명을 살리고 존중해야 한다. 또 그리하려면 내가 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드리고 싶다. 월드서밋에 오신 분들과 음식으로 이 내용을 소통하고 함께 하겠다. 코로나 19를 겪으면서 전 세계가 무척 고통스러웠다. 잘 먹고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것이 모든 세계의 염원이다. 앞으로도 한국의 사찰 음식이 더 많은 세계에 공유될 수 있도록 활동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