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가족여행에서 사찰은 언제나 필수코스였죠. 제 눈에 단청색은 너무 예뻤어요. 탱화에 있는 온갖 동물들도 너무나 신기하고 흥미로웠어요. 특히 흰 코끼리는 아기 때부터 좋아했던 친구라 새로운 탱화마다 코끼리를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했지요. 하하.” 올해 조계종 불교언론문화상에서 웹툰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이하 빼들봄)로 최고상인 대상을 수상한 공명 작가는 MZ세대다운 시선으로 불교를 이야기했다.
“사찰 일주문을 지나 천왕문에서 사천왕상을 딱 보면, 대부분 무섭다고들 하던데 저는 아주 든든한 수호신을 찾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게임세계에서 만난 멋진 몬스터처럼 아주 강한 존재가 내 파트너가 된 느낌이랄까요?” 사찰에서 만나는 모든 사물과 풍경을 통해 불교를 문화적으로 체득한 공명 작가가 불교의 또다른 정신세계로 마음을 연 계기는 할머니의 죽음이다. “아차산 영화사에서 할머니의 49재를 올리던 날, 처음으로 지장보살의 존재를 알았어요. 지옥에서 중생을 구제할 때까지 성불하지 않겠다는 원력을 이해했고, 돌아가신 분들을 추모하는 제사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도 어렴풋이 알게 됐습니다. 하물며 음식은 한 톨도 남기지 말라고 혹독할 정도로 훈육했던 생전 할머니의 잔소리마저 깊은 가르침이었음을 뒤늦게 알았고….”
‘빼들봄’은 ‘여자라는 이유로 부처가 준 이름을 빼앗긴 여성’인 주인공 숙이가 가부장제의 폐해를 딛고 우뚝 일어서는 성장담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지장보살은 영화사 지장보살을 모델로 했고, 금산사 월정사 등 작가가 직접 가봤던 사찰들이 사실감 있게 등장한다. “삼국시대부터 우리나라에서 불교가 근간이었으니 불교는 종교라기보다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외갓집이 전주라서 어릴 때 엄마랑 가까운 금산사에 자주 다녔어요. 엄마도 독실한 불자라기보다, 법당 가서 절하고 불전함에 보시하고…. 왜 귀한 돈을 불전함에 넣을까 싶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엄마가 왜 그랬는지, 종교가 인간에게 어떤 가치를 부여하는지 조금씩 알아갑니다.”
‘빼들봄’은 작가의 대학 졸업작품이자 데뷔작이다. 2019년 제1회 ‘NC버프툰 글로벌웹툰스타오디션’에서 장려상을 탔다. ‘적절한 전개속도로 이야기를 흡입력 있게 풀어낸다’, ‘색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한다’, ‘높은 몰입도와 독창적인 그림체가 인상적이다’ 등 호평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