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을 지켜온 `오대산 월정사 숲길' (1월9일-의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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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7-01-10 08:56 조회8,790회 댓글0건본문
아름다운 겨울왕국 지나 무릉도원을 향해 올라
오대산 월정사의 천년의 숲길〈사진 위〉은 일주문부터 금강교까지 1km 남짓한 숲길로 평균 수령이 80년이 넘는 전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선 명품 숲길이다. 월정사는 자장율사가 643년 오대산에 초막을 짓고 수행한 것이 시초라니 정말 오랜 역사를 지닌 곳이다.
원래는 소나무가 울창했던 이곳을 산신령이 나옹선사에게 공양을 못한 소나무를 꾸짖고 대신 전나무 9그루에게 절을 지키게 했는데 그 세월이 1000년이 넘게 흘러 천년의 숲이라 부른다고 한다.
■새하얀 눈길에 푸른 피톤치드향이 가득한 천년의 숲길
연말의 바쁜 일정으로 강원도를 당일치기로 다녀오자니 새벽부터 떠날 준비로 바쁘다. 주변 세상이 하얗게 변한 영동고속도로를 따라 목적지인 진부로 가까워지니 온도계는 1도씩 점점 내려간다. 월정사에 도착해서 방한준비를 철저히 하고 올라온 도로를 거슬러 출발지인 일주문으로 향한다. 떠오르는 태양 빛에 반사된 얼어붙은 상고대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개울가 갈대밭은 금빛 물결이 출렁이고 가로수 나무들은 은빛 물결로 출렁인다.
길가에 누군가 소원을 빌며 쌓아놓은 돌탑들도 하얀 눈을 헤치고 나와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 조금 더 지나니 2006년 태풍에 쓰러진 거대한 전나무 그루터기가 지나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수령 600년의 전나무로 40m 넘는 몸체가 꺾이고 남은 밑동에 어른 2명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하다. 쓰러져서도 이곳을 찾아온 방문객들에게 볼거리와 함께 사진 모델로서 충실한 역할을 다하고 있다.
멀리서 신나는 아이들의 환호성 소리가 들려 바라보니 아빠가 끌어주는 눈썰매를 타고 오는 아이들의 함성이다. 나도 예전에는 저런 시기가 있었는데 어느새 커서 이제는 나를 끌어줄 수 있는 장정이 되었으니 대견하다. 월정사에 들러 상징인 팔각구층석탑을 사진에 담고 천천히 절을 한 바퀴 돌아본다.
■부처의 향기를 쫓아 하늘로 오르는 천년의 길인 선재길
월정사에서 상원사를 거쳐 석가모니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적멸보궁〈사진 아래〉까지 가는 천년의 길이 복원되어 선재길로 불린다.
겨울산행으로 눈이 많이 쌓이고 감기도 심해서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는 차로 대신하기로 하였다. 비포장도로인 흙길이 얼어붙어 평평하고 미끄러질 듯 반질반질하다. 계곡의 맑은 물은 그대로 얼어붙어 물 흐르듯 물결무늬를 이룬다. 마치 영화에서처럼 갑자기 주변 세상이 얼어버린 느낌이다.
상원사로 향하는 길 입구에 버섯모양의 돌기둥이 귀엽게 서있다. 관대걸이라 하여 조선초 세조 임금이 이곳에 와서 목욕을 할 때 의관을 걸어둔 곳이란다. 상원사 입구에 이르니 하늘로 향하는 듯한 가파른 돌계단 옆에 번뇌가 사라지는 길이라는 푯말이 눈에 들어온다. 상원사에 들어서니 맑은 거울 탁자에 천장의 부처상이 비춰져 신기해 보였다. 가장 오래된 동종으로 정교한 비천상으로 유명한 상원사동종과 아름다운 나무조각상 등 여러 작품들이 즐비해 박물관을 연상시킨다.
산비탈에 5층 구조로 멋지게 지어진 중대사자암을 지나 수많은 검정 현무암으로 만들어진 돌계단을 오르니 무릉도원으로 향하는 기분이다. 드디어 푸른 하늘 위로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적멸보궁이 화려한 모습을 드러낸다. 3시간여의 걷기일정을 마치고 20가지 이상의 반찬으로 차려진 산채정식을 먹으니 꿀맛이다.
의사신문 webmaster@doctor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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