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시] 멀리 가는 울음 출처 (12월12일-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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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6-12-12 09:21 조회8,686회 댓글0건본문
멀리 가는 울음
바늘이 쏟아질 듯한 전나무 숲을 딛고 와서
아니 바늘의 그늘을 겨우 딛고 와서
마침내 서보는
월정사 팔각구층석탑 앞
한 층 더
한 층 더
당신의 모든 간절함 위에 딱 한 층 더
낮달 슬쩍 얹어놓고 가는 바람
종을 때리고 가다
끝내 자신도 울고야 마는 바람 배웅하며
손끝이 떨리는
문수, 문수보살이여
―김창균(1966~ )
월정사로 가는 길 양편에 선 우람하고 훤칠한 전나무들을 본 적이 있다. 거대한 침묵의 숲길을 걸어가 본 적이 있다. 수천 개의 바늘이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은 전나무를 우러러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월정사 대웅전 앞뜰 팔각구층석탑 아 래에 가만히 서 본 날이 있다. 언젠가는 백지처럼 환한 대낮 에, 언젠가는 기울어지는 석양의 때에, 언젠가는 깨끗하고 원만한 달이 떠오른 한 밤중에, 언젠가는 얼음 같은 엄동(嚴冬)의 새벽 에. 그 팔각구층석탑 아 래 서면 마음이 간절해 지기도 했다.
시인은 석탑 맨 위에
낮달이 떠서 또 하나의
층을 이룬 것을 본다.
바람이 하얀 낮달을 밀어온 것을 본다. 그리고 멀리 가는 종
소리를 끝까지 듣는다. 무욕(無慾)할 때에만 눈과 귀에 들어
와 보고 듣게 되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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