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선재길 '도깨비도 걸었구나, 해탈의 길' (2월13일-국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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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7-02-13 11:06 조회8,897회 댓글0건본문
천년 숲길 전나무숲에서 촬영한 드라마 ‘도깨비’의 한 장면. |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사연을 간직하고 있는 길이 있지요. 그중에는 고속도로처럼 빠른 길이 있는가 하면, 천천히 걸으며 마음의 여유를 찾는 골목길도 있습니다. 오늘 길 이야기는 아들, 형제, 오빠 또는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낸 가족과 연인들이 걷는 애틋한 ‘마음 길’입니다. 매월 첫째 주 금요일 독자를 찾아가는 ‘이달의 면회길’은 전국 방방곡곡에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장병들을 만나러 가는 가족과 연인의 발걸음을 가볍게 하고, 소중한 추억을 만드는 데 유익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첫 여정은 강원도 평창의 오대산 선재길에서 시작합니다.
오대산은 주봉인 비로봉을 정점으로 다섯 봉우리(두로봉·상왕봉·호령봉·노인봉)가 피워 올린 거대한 연꽃을 연상케 한다.
연꽃 속으로 들어가는 구불구불한 오대천 계곡 길이 바로 선재길이다. 선재는 불교 경전 ‘화엄경’에 나오는 동자 이름이다. 선재동자가 이 길에서 깨달음을 얻었듯이 이 길을 걸으면서 참된 ‘나’를 찾아보자는 의미로 선재길로 명명했다고 한다.
오대산 선재길 초입의 월정사 전나무 숲길. |
월정사 일주문에서 약 1㎞ 이어지는 전나무 천 년의 숲길
천년고찰 월정사 전나무 숲길에서 선재길이 열린다. ‘아껴 걷고 싶은 예쁜 길’에는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출발지는 월정사(해발 700m)지만, 월정사 입구 매표소에서 길을 잡는 게 좋다. 선재길은 이곳에서 월정사~회사거리~동피골을 거쳐 상원사(해발 900m)에 이르는 10㎞ 숲길이다. 국내 최고 트레킹 코스로 4시간쯤 걸린다. 오르막도 평지도 아닌 걷기 딱 좋은 길이다.
매표소를 지나면 고즈넉한 산사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월정사 일주문이 반갑게 맞는다. 일주문에서 월정사까지 약 1㎞의 전나무 숲길이 펼쳐진다. 이 길이 ‘천 년의 숲길’이다. 혼자 가면 호젓한 길, 연인과 함께라면 아름다운 길, 가족과 함께라면 밝고 유쾌한 길이 된다.
오대산 전나무 숲길은 최근 인기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겨울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드라마에서처럼 눈이 내리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1700여 그루의 아름드리 전나무가 도열해 뿜어내는 힘찬 기운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영험한 오대산 기운 때문인지 본지 월간기획인 ‘이달의 면회길’ 출발이 좋다. 해탈교에서 동안거 중 포행에 나선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을 만나는 행운(?)까지 얻었다.
묵언 수행 중에도 정념 스님은 군 복무 중인 병사들에게 “국운이 칼날처럼 날카롭게 설 수 있도록 국군 장병들은 본연의 임무인 군 생활에 충실하고 최선을 다해 주길 바란다”라는 격려 메시지를 남기고 홀연히 떠났다.
구불구불 흙길을 걷다 보면 이름 모를 산새들의 합창이 귓전을 때린다. 오대천 계곡의 얼음을 뚫고 들려오는 청아한 물소리와 바람 소리가 숲길과 어우러져 속세의 근심을 말끔히 씻어 내는 기분이다.
서낭당을 지나자 거대한 고목이 길가에 덩그러니 누워 있다. 쓰러지기 전까지 이 숲에서 가장 오래된 전나무였다. 600년 된 전나무가 2006년 태풍을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생명을 다한 밑동과 나무토막은 텃새나 산짐승들의 놀이터로 내주었다.
오대천 용소. |
한강 발원지 금강연 용소, 한겨울에도 하얀 물보라를 토해내
전나무 숲길 끝자락에 월정사가 있으며, 천왕문(天王門)을 통과해야 경내로 든다. 천왕문의 ‘문(門)’ 자는 동자승이 고승에게 인사하는 모양으로 보는 이들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번지게 한다.
여기서 사찰의 은은한 향내가 코끝을 스친다. 천왕문 왼쪽에 작고 아름다운 카페 ‘난다나(하늘정원)’가 시야에 들어오고, 오대천이 발아래 펼쳐진다. 이곳이 과거 한강 발원지로 알려졌던 금강연 용소. 한겨울에도 하얀 물보라를 토해내는 신비한 광경이 열린다.
오대산 사찰문화재의 대표 격인 월정사 적광전. 중앙에 팔각구층석탑이 보인다. |
신라 선덕여왕 12년(643) 자장율사가 창건한 월정사는 우리나라 5대 사찰 중 하나다. 경내에는 연꽃무늬로 치장한 2층 기단과 우아한 조형미를 갖춘 탑신, 금동장식의 장엄한 상륜부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 팔각구층석탑(국보 제48호)이 눈길을 끈다.
석탑 뒤로 월정사 본당 적광전이 오대산 자락에 등을 기댄 채 단아한 모습으로 서 있다. 본당 팔작지붕 너머 붉은 둥치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금강송만이 독야청청 푸르다. 담장 너머에서 들려오는 스님의 독경 소리는 한순간에 번뇌를 씻어 내기엔 그만이다.
원조 한류스타 배용준이 이 탑과 담장 하나를 맞대고 있는 곳에서 템플 스테이를 하며 책을 집필해 유명해지기도 했다.
오대천 섶다리. |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오대산 사고. |
일제가 조선왕조실록·의궤 수탈해 간 아픈 역사 간직한 길
사찰을 뒤로하고 지장교·반야교를 지나면 회사거리에 닿는다. 일제강점기 오대산 나무를 무차별 벌채했던 목재회사의 공장이 있었던 곳이라서 붙은 이름이다.
일제는 이 길로 우리 민족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조선왕조실록·의궤 오대산 사고본을 수탈했다. 2006년에 실록, 2011년에 의궤를 국내로 환수해 현재 서울대 규장각과 국립고궁박물관에 보관 중이다.
계곡을 따라 이어진 울창한 수림을 걷다 보면 가슴 아픈 우리네 역사가 머릿속에 교차한다. 혹독한 추위에 얼어붙은 앙상한 나뭇가지가 걸음을 뗄 때마다 화살이 돼 심장을 파고드는 듯하다.
이어 오대산장에서 호젓한 계곡 사이로 난 오솔길이 상원사 입구까지 이어진다. 길 초입의 관대걸이에는 세조가 이곳에 옷을 걸어 놓고 계곡에서 목욕한 후 피부병이 나았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월정사 말사인 상원사는 상원사 동종, 목조 문수동자좌상, 중창권선문 등 국보가 3점이나 있는 명찰이다.
문수전 문수보살상에 절 올리는 것으로 선재길 트레킹을 마무리하면 소중한 깨달음을 얻어 마음이 옥빛처럼 맑아진다.
● 인근에 가볼 만한 곳
국민 안보교육 1번지 ‘이승복기념관’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1980~1990년대 대한민국 안보교육 1번지였던 강원도 평창의 이승복기념관 앞 이승복 상에 새겨진 문구다.
이승복 사건은 1968년 11월 울진·삼척으로 침투한 120명의 북한 무장공비가 저지른 끔찍한 만행이다. 그해 12월 9일 도주하던 무장공비 5명이 강원도 평창 첩첩산중에서 당시 속사초등학교 계방분교 1학년이던 이승복 군이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말을 했다는 이유로 일가족을 칼과 돌로 무참히 살해했다.
이후 이승복 군의 반공정신을 기리기 위해 1982년 개관한 기념관은 반공의식이 최고조에 달했던 1980~1990년대 한 해 70만 명이 찾는 우리나라 대표 안보관광 명소였다.
강원도 평창교육지원청이 관리하는 이승복기념관에는 고 이승복 군 일가의 유품과 당시 사건을 그린 유화를 전시해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특히 ‘이승복 일대기’ 영화(20분)도 상영하고 있다.
야외전시장에는 ‘지상의 왕자’ 전차의 포신이 북한을 향해 있고, 전투기와 경비행기, 대공포, 상륙 장갑차, 함포 등 우리 군이 사용했던 전투 장비가 전시돼 있다.
김관철 평창군 문화관광해설사는 “이승복기념관은 1년 앞으로 다가온 평창동계올림픽의 평화 이념을 접목해 세계평화의 상징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용호 기자 < yhkim@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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