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富者)처럼 훈훈했던 부자(父子)여행! (1월25일-정책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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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7-01-26 08:51 조회8,816회 댓글0건본문
문화체육관광부는 1월 14일~30일까지 비수기 겨울여행 활성화와 겨울 스포츠 붐업 조성을 위해 올해 새롭게 겨울여행주간을 신설했습니다. 이번 겨울여행주간의 슬로건은 ‘우리의 겨울은 뜨겁다!’로 2017 겨울여행주간 홈페이지(http://winter.visitkorea.or.kr/)에서 풍성한 할인혜택과 전국 곳곳에서 펼쳐지는 프로그램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올 겨울, 뜨거운 여행의 향연을 만끽해 보는 건 어떨까요.<편집자 주>
겨울 초입부터 필자는 아버지와 함께하는 눈꽃열차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얼마 전부터 겨울여행주간이 시작됐고, 코레일관광개발에서 다양한 눈꽃열차 상품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필자의 눈도 빨라졌다. 신청은 그다지 순조롭지 않았다. 최초로 선택했던 여행상품은 최소인원 모객이 되지 않아 여행 3일 전에 급히 연락을 받았고, 아버지와 고민 끝에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숲길, 바다열차, 정동진, 추암촛대바위’ 당일 기차여행을 가기로 했다.
이런 안내문자를 받으면 설레게 마련이다. |
처음에는 걱정과 설렘이 교차했다. 1박 2일로도 돌기 힘든 코스인데 제대로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설상가상으로 여행일(1월 21일) 전날에 전국적으로 폭설이 내려 한반도가 설국(雪國)으로 변하고, 특히 강원도에는 40~50cm의 눈이 내렸다는 보도에 아버지께서는 “천재지변으로 여행이 취소되는 것 아니냐”며 무척 걱정하셨다. 마침 동해안 해안가 7번 국도에 차들이 묶여 오도가도 못한다는 뉴스까지 듣게 되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필자와 아버지가 선택한 눈꽃열차 상품은 한국여행업협회가 선정한 우수여행상품이다.(출처=코레일관광개발 누리집) |
불안한 마음으로 선잠을 청했다. 용산역에 오전 6시 40분까지 도착해야 하는 난코스. 필자와 아버지는 출근시간보다도 일찍인 5시 30분에 일어나 대충 얼굴에 물을 묻히고 길을 나섰다.
역시나 바깥세상은 눈의 여왕이 왕림한 느낌이었다. 적당히 내린 수준이 아니었다. 기차로는 갈 수 있다고 해도 차량으로 이동이 가능할지 걱정이 태산이었다.
용산역 코레일라운지 앞에서 가이드를 만나 기차티켓과 안내문을 받고 남춘천까지 가는 ITX-청춘에 몸을 실었다. 시속 180km로 질주하는 ITX-청춘! 용산역에서 남춘천역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1시간 10여분 남짓. ITX-청춘이 개통되기 전, 청량리에서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남춘천까지 2시간이 걸렸던 것을 감안하면, 이제 춘천이 수도권 권역에 속할 정도로 가까워졌다는 것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많은 눈이 내려 운치있었던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숲길. |
오전 8시라는 매우 이른 시간에 남춘천역에 도착했다. 25명 정도 되는 우리 일행은 전용차량을 타고 평창으로 몸을 옮겼다. 버스 안에서 정신없이 잠을 잤다. 약 2시간 정도를 달려 오대산 월정사 입구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고 갑자기 든 생각이다. ‘눈이 그렇게 많이 내렸다던데 어떻게 제시간에 왔지?’
오대산 월정사는 그 자체로도 널리 알려져 있었지만 여기에 있는 전나무숲에서 최근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도깨비’가 촬영된 이후 유명세를 탄 곳이기도 하다.
“크게 심호흡을 하고 깊게 내뱉으며 걸어보세요. 피톤치드를 느껴보세요!”
“앞만 보고 걷지 마세요. 양옆에 있는 전나무의 늠름한 모습까지도 감상해보세요.”
눈은 아이들을 즐겁게 한다. |
이런 걸 전화위복이라고 하던가? 폭설 때문에 마음 졸였던 필자는 눈이 소복이 쌓인 전나무숲길과 눈을 깊게 머금은 전나무 군단을 보며 탄복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눈과 어우러진 전나무숲길은 한 폭의 그림 그 자체였다.
몇 백년의 세월을 견뎌온 전나무들을 천천히 보는데도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윽고 도달한 오대산 월정사. 눈 쌓인 산사는 고즈넉함과 적막함이 감돌면서도 활기가 함께 느껴졌다. 여유롭게 눈을 쓰는 스님들의 모습도 밝아보였다.
사찰과 9층 석탑이 눈과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고 있다. |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던가. 가이드가 추천한 산채비빔밥 집에 가서 아주 맛있게 비빔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그리고 오후 1시 30분경, 정동진에 도착했다. 정동진은 직장인들의 귀가시계로 불렸던 명드라마 ‘모래시계’로 유명한 곳이다. 다른 여행사에서 온 관광객들, 연인, 가족단위 여행객들이 많이 보였다.
겨울 정동진 해변의 모습. |
필자와 아버지가 탑승한 바다열차. |
잠시 정동진의 바다를 구경한 뒤, 바다열차에 탑승했다. 바다열차는 56km의 아름다운 동해안 해안선을 따라 달리는 열차로, 영화 객실처럼 바다를 마주하고 바라볼 수 있는 단체 객실과 가족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가족석, 연인과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프로포즈룸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마련돼 있다. 정동진역에서 삼척역까지 운행하며 편도 약 1시간 20분, 왕복 3시간이 소요된다.
바다열차는 좌석이 창문을 향해 있다. |
바다열차를 탑승한 약 1시간 30분 남짓의 시간은 아주 즐겁고 아늑했다. 기차 DJ가 틀어주는 잔잔한 노래, 옛날 노래부터 최신 노래까지 남녀노소 모두의 귀를 만족시켰다. 바다열차에서는 문자메시지로 사연을 받아 탑승객들에게 들려주기도 했다.
터널에 들어가면 이렇게 조명도 바뀐다. |
필자와 아버지는 오징어를 뜯어먹으며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겨울바다의 모습을 감상했다. 너무나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일상의 스트레스는 바다 멀리 보이는 수평선으로 던져버렸다.
추암역에서 내리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자못 힘차다. |
바다열차가 추암역에 도착했다. 여기는 추암 촛대바위가 있는 곳이다. 1월 1일 동이 틀 무렵, 이 곳 또한 인파로 북적이는 곳이다. 필자도 입대하기 직전인 7년 전 1월 1일, 이 곳에 방문한 적이 있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고 일출의 모습도 아주 장관이었던 기억이 난다.
추암 촛대바위의 관리자 역할을 자처한 갈매기. |
추암 촛대바위 꼭대기에 앉아 있는 갈매기의 모습이 자못 위풍당당했다. 이렇게 공식적인 일정이 마무리되고 약 2시간 30분을 달려 남춘천역에 도착했다. 여기서의 저녁은 자유식. 춘천의 명물인 닭갈비집에 갔다. 몸을 녹이며 아버지와 함께 나누던 쫀득한 닭갈비와 소주가 일품이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밤 11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강행군이었다.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만은 뿌듯했다. 오대산 월정사에서 가이드가 사진을 찍어주며 이런 말을 했다.
“보통 이런 기차여행은 부부나 가족, 연인들이 많이 오는데, 부자지간으로 오는 경우는 거의 드물어요. 저는 처음 봤어요. 정말 보기 좋아요.”
이 말을 듣고, 아버지와 필자는 서로를 바라보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가이드가 찍어준 사진. 공기도 맑아 풍경이 일품이었다. |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이다. 가족과 온전하게 보내는 시간이 무척 소중하다고 생각하지만 시간을 내는 데 애로사항이 적지 않다. 특히, 부자지간의 여행은 계획을 한다고 해도 실천으로 잘 이뤄지지 않는다. 십중팔구 ‘어색함’ 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가족, 특히 아버지와 대화가 단절돼 있었던 것이다. 과연 필자도 이 형용할 수 없는 어색함을 느끼고 돌아왔을까? 아니다. 여행의 묘미에 반해, 풍경이 주는 분위기에 취해 자연스럽게 아버지와 대화하는 필자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주말 중 하루라도 시간을 내 이렇게 가족과 함께 여행을 다녀오는 건 어떨까? 가족에게 느꼈던 어색함과 대화의 부족. 여행에 해답이 있고, 대자연의 풍경이 말할 수 있는 용기와 기쁨을 선사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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