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어디까지 가봤니? “그루브 태워드릴게” (4월14일-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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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7-04-17 09:09 조회9,112회 댓글0건본문
‘아이고절런(IGO절RUN)’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사찰 탐방기를 동영상으로 제작해 페이스북, 유투브, 블로그 등에 업로드하는 강산(28)을 지난3월20일 서울 조계사에서 만났다. 강산 씨가 점프하면서 몸으로 ‘아이고절런’을 표현한 세 장의 사진을 합성했다. |
고즈넉한 산사와 영 어울리지 않는 강렬한 비트의 음악이 귀를 때린다. 고요한 풍경소리가 어울리는 사찰을 배경으로, 한 청년이 ‘우가자가!’가 반복되는 힙(hip)한 음악에 맞춰 열심히 고릴라 춤을 춘다. 공양간에서는 비빔밥을 입에 잔뜩 쑤셔 넣더니 양 엄지손가락을 추켜 세우고, 법당에서는 눈알을 요리조리 굴리며 엉거주춤 삼배를 올린다. ‘종을 치거나 만지지 마세요’ 표지판이 걸린 종루 앞에서는 종을 만지작거리다, 이내 ‘걸렸다’는 개구진 표정과 몸짓으로 피식 웃음 짓게 만든다.
아무리 뜯어봐도 불교와 거리가 멀 것 같은, 레게 머리에 헐렁한 바지로 힙합 스타일을 뿜뿜 뿜어내는 이 청년, ‘아이고절런(IGO절RUN)’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사찰 탐방기를 동영상으로 제작해 페이스북, 유투브, 블로그 등에 업로드하는 강산(28)을 지난3월20일 서울 조계사에서 만났다.
“불교요? 일자무식이죠.” 해맑게 웃으며 대답하는 얼굴에서 장난기가 뚝뚝 묻어난다. 틀에 박힌 방식, 강압적인 것에는 알레르기 반응부터 일으킬 것 같은 그의 직업은 ‘비보이(B-Boy·브레이크댄스를 추는 춤꾼)’. 전주 ‘소울헌터즈 비보이 단’ 팀에서 활동하며 서울과 지방을 오가는 자유로운 청년이다. 그런 그가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직접 전국 사찰을 찾아다니며 영상을 찍고 편집해 올린다.
“불교는 잘 모르지만 사찰에서 느껴지는 그 분위기가 참 편하고 좋더라구요. 여행 다니는 것도 좋아하고, 동영상을 찍고 편집해 올리는 것에도 취미가 있다보니 자연스레 ‘동영상 한번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미치게 된거죠. ‘아이고절런’은 ‘절에 간다’는 의미도 있지만 발음 그대로 하면 ‘아이고 저런’이거든요. 아무것도 모르는 제가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찰을 찾아다니면서 고생하는, 뭐 그런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담고 싶었어요. 재미있는 동영상을 보다보면 ‘나도 한번 가볼까?’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지 않을까요?”
26살에 군대 특기병(연예병사)로 가면서 스스로를 몰아붙였던 시간이 불교와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전부터 혼자 명상도 하고 그랬는데, 막상 군대에 가니 사회생활보다 더 바쁜 거에요. 특기병이다보니 연습하고 공연하느라 숨 쉴 틈 없었죠. 그러다 1주일에 한번씩 법당을 가게 됐는데 그 시간이 참 좋더라구요. ‘아 이렇게 좋은데 왜 사람들은 교회나 성당에만 갈까’하는 생각들이 제대하고 나서도 이어졌어요.”
사람들이 드문 법당에 홀로 앉아 ‘아이고절런’을 생각했단다. 제대 후에는 불교에 무지한 자신의 시각을 장점으로 살려 불자가 아닌 사람들도 재미있어할 만한 이야기를 만들어 사찰의 모습을 영상에 담기 시작했다. 드라마 ‘도깨비’를 패러디해 만든 ‘오대산 월정사’편, 봄날 떠나고 싶은 곳으로 소개하고 싶은 ‘부여 무량사’편 등 그가 올린 3분짜리 영상들은 그만의 재기가 뚝뚝 묻어난다.
법문을 들은 적 있냐 묻자 “아, 스님이 말씀하시는 거요?”라고 되묻고, 비구니 스님을 ‘여자 스님’이라 부르던 강산은 “불교가 그냥 좋다”고 했다. “한국 사람이라면 불교와 안 친할 수가 없어요. 절에 한 번도 안 가본 대한민국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걸요. 저도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레 절에 다녔거든요. 불교는 또 굳이 ‘와라와라’ 강요하지 않잖아요. 그런 점이 마음에 쏙 들어요. 알면 알아갈수록 재미도 있구요.”
강산은 한 달에 한번 꼴로 동영상을 계속해서 업로드할 생각이다. “불자든 아니든 상관없이, 동영상을 보고 다만 몇 명이라도 사찰에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저처럼 불교랑 조금 더 친해진다면 바랄 것 없어요.”
'월정사에서 템플스테이를 체험하는 강산 씨. 동영상 캡쳐. |
이경민 기자 사진=김형주 기자 kylee@ibulgyo.com
기사원문보기 http://www.ibulgyo.com/news/articleView.html?idxno=157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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