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를 정립해야 한다(2)_대담/鮮于 輝
페이지 정보
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6-07-01 12:11 조회6,079회 댓글0건본문
〔2〕왕도(王道)정치는 성인(聖人)의 정치
선우 : 그렇다면 세속적인 면에서 스님께 묻겠습니다. 세속을 다스리는 게 정치가 아닙니까? 그러면 정치는 법(法)과 정(情)으로 사는 사람을 다스리는 것이지요. 이러한 정치를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입니까?
스님 : 현실적인 정치는 중근기(中根機)와 하근기(下根機)를 위해 나온 것이지요. 정치적인 문제로 말하자면 공자(孔子)님께서 일찍이 말씀한 것이 있지 않습니까? 논어에 “도지이정(道之以政)하고 재지이형(齋之以刑)이면 민면이무치(民免而無恥)니라, 도지이덕(道之以德)하고 재지이예(齋之以禮)면 유치차격(有恥且格)이니라”고 했습니다. “즉 형법과 정치로만 다스린다면 백성이 죄짓는 것은 근근히 면할 수 있지만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도덕(道德)과 예(禮)로 다스린다면 백성이 잘못했을 때 양심의 가책을 받아 스스로 개과천선(改過遷善)을 하게 된다”는 말이지요. 전자는 세속정치를 두고 한 말이고, 후자는 성인군자의 정치를 말한 것입니다.
동양사상의 정치는 왕도(王道)정치와 패도(覇道)정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왕도(王道)정치란 성인(聖人)의 정치를 말하는 것인데 하도 그 덕화(德化)가 커서 백성이 누구의 덕(德)으로 사는지 잊어버리는 경지를 말하는 것이지요. 패도(覇道)정치는 백성이 각기 그 처소(處所)를 얻어 다 잘살기는 하지만, 위정자(爲政者)의 뇌리에 부국강병(富國强兵)의 야심이 잠재해 있는 것을 뜻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학정(學政)종합시대가 왕정(王政)의 시대라고 한다면, 학정분립(學政分立)시대는 패정(覇政)의 시대라고 할 수 있지요. 중국에서 삼황․오제(三皇․五帝), 삼왕(三王)시대까지는 학정의 종합시대고 삼왕(三王) 이하 오패(五覇) 이후의 시대는 학정의 분립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최고의 학문도덕을 가진 성인이 그 시대의 정권을 잡고 세상을 지배한 것이 학문과 정치의 종합시대라고 한다면, 최고의 학문과 도덕을 가진 성인이 초야(草野)에 묻히고, 어두귀면지도(魚頭鬼面之徒)와 환득환실지배(患得患失之輩)인 소인들이 정권을 잡고 지배한 것이 학문과 정치가 분리된 시대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요(堯) 임금이 대신(大臣)들에게 “내 정치(政治)가 어떠냐?”고 물으니까 “모릅니다”라고 대답했어요. 들에 내려가 백성들에게 물어봐도 역시 “모른다”는 것입니다. 한 곳을 가니까 어떤 농부가 땅을 두드려 장단을 맞추며 노래하기를 “일출이작(日出而作)하고 일입이식(日入而息)하며 경전이식(耕田而食)하고 착정이음(鑿井而飮)하니 제력(帝力)이 하유어아재(何有於我哉)” 즉 “해가 뜨면 나가 농사짓고 해가 지면 들어와 쉬며 밭을 갈아먹고 우물을 파서 물을 마시니 요(堯) 임금 힘이 내게 무슨 기여를 하랴”라고 하니 그제야 요(堯) 임금이 안심을 하고 돌아갔다는 사기(史記)가 있습니다. 그것은 장자(莊子)에 나오는 어상망어강호(魚相忘於江湖)하고 인상망어도술(人相忘於道術)을 그려 놓은 것입니다. 고기를 잡아다 놓고 물을 한 그릇씩 부어주면 목마름을 적셔주는 고마움을 알지만, 강호(江湖)에 놓아두면 누구의 덕으로 사는지를 잊어버린다는 말과 같이, 백성은 도덕정치 안에서는 모든 것을 잊게 된다는 것입니다. 도덕정치가 아니면 감사의 정을 잊지 못하게 되는 것이지요. 현시대의 동서양(東西洋) 정치를 볼 때 왕도(王道)의 정치는 몽외청산(夢外靑山=꿈 밖의 청산)이요, 패도(覇道)의 정치도 완성됐다고 평할 수 없습니다. 동양사상으로 본 이야기입니다.
장자(莊子) 응제왕(應帝王)편 결론에 말하기를 “남해지제(南海之帝) 위숙(爲儵)이요, 북해지제(北海之帝) 위홀(爲忽)이요, 중앙지제(中央之帝) 위혼돈(爲混沌)이라. 숙여홀(儵與忽)이 시상여우어혼돈지지(時相與遇於混沌之地)러니 혼돈(混沌)이 대지심선(待之甚善)이어늘 숙여홀(儵與忽)이 모보혼돈지덕왈(謨報混沌之德曰) 인개유칠규(人皆有七竅)하여 이시청식식(而視聽食息)이어늘 차독무유(此獨無有)하니 상시착지(嘗試鑿之)호리라하고 일착일규(日鑿一竅)에 칠일이혼돈(七日而混沌)이 사(死)하니라”고 했습니다.
풀이해 보면 남해(南海)에 있는 임금을 숙(儵)이라고 하고 북해(北海)에 있는 임금을 홀(忽)이라고 하며 중앙에 있는 임금을 혼돈(混沌)이라고 한다. 숙과 홀이 항상 혼돈의 땅에서 만났는데, 혼돈이 매우 융숭하게 그들을 대접했으므로 숙과 홀은 혼돈의 은혜에 보답할 것을 의논했다. 사람은 누구나 눈․귀․코․입의 일곱 구멍이 있어서 그것으로 보고, 듣고, 먹고, 숨 쉬는데 이 혼돈에게만 없다. 어디 시험 삼아 구멍을 뚫어 주자. 그래서 날마다 한 구멍씩 뚫었는데 7일 만에 혼돈은 그만 죽고 만 것입니다.
남해(南海)는 우리 이․목․구․비(耳․目․口․鼻)의 분별각지(分別覺知)하는 양명방(陽明方)을 말하는 것이고, 북해(北海)는 우리의 분별각지(分別覺知)하는 후면인 유암방(幽暗方)을 이르는 것입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