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행사(刊行辭)_혜거( 慧炬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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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1-06-28 11:11 조회8,209회 댓글0건본문
간행사(刊行辭)
심원으로 오셔서 심원으로 사시고 심원으로 가신 스님의 법신전에 문집을 올린다는 것은 어로불변(魚魯不辨)과 숙맥부지(菽麥不知)으로 감히 넘볼 수 없는 구인담장(九仞官牆)을 엿보는 격이라, 옛 속담에 밤새도록 울다가 누가 죽었느냐고 묻는다[기종야곡 문수불록(旣終夜哭 問誰不祿)]는 꼴이어서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는 전율(戰慄)을 금할 길 없습니다.
스님께서는 어린시절 한학을 수업한 뒤, 오대산에 출가, 한암법통(漢岩法統)을 계승하여 선문(禪門)에 정진하시고 선여(禪餘)에 교학(敎學)을 전승하여 본지풍광(本地風光)의 심법(心法)으로 유불선삼교(儒彿仙 三校)의 학술을 회통(會通)하셨습니다. 그러나 선문(禪門)의 진벌(津筏)을 잃고 헤매는 후학에 대한 노파심(老婆心)으로써 초발삼자경문으로부터 사집(四集), 사교(四敎)는 물론 최상승의 화엄경(華嚴經)까지 강원(講院)의 모든 교재에 현토하고 번역함으로써 혼돈(昏衢)의 등불이요, 대해(大海)의 지남(指南)이 되어 주셨습니다.
이는 실로 세조 당시 간경도감을 설치하여 국책사업으로 역경한 불전보다 더 많은 경전을 오직 한 분의 힘으로 모두 번역하신 미증유의 불사였습니다. 이 밖에 오대산의 수도원, 영은사의 삼년결사(三年結社), 초대역장장(初代譯場長)(현 역경원), 동국대학교 대학원원장(東國大學校 大學院 院長)등 후학 양성 등의 위업을 손꼽으려면 손가락이 시린 정도이지만, 이 모두가 스님의 본본자리에서 보면 이 또한 몽중일사(夢中一事)에 지나지 않은 일들이라 할 것입니다.
하지만 후학에 있어서는 스님의 해타(晐晐)와 수택(手澤)의 여적(餘滴) 역시 미진(迷津)의 보벌(寶筏)로써 삼계(三界)의 법륜(法輪)이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술이부작(述而不作)의 사상으로 선성(先聖)의 종지(宗旨)를 밝히며 오로지 실참실구(實參實求)에 힘썼을 뿐, 손수 옥교(玉橋)를 수습하신 적이 없었으며, 문도 역시 척안(隻眼)을 갖추어 이를 정리하지 못하였던 까닭에 스님이 가신 지 20년이 지나도록 수택(手澤)의 유작(遺作)을 모으기 쉽지 않았으나 다행이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법어집 일권(法語集 一券)을 편집,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불초문생은 망해지한(望海之暵)을 금하지 못하다가 겨우 작금(昨今)에 가닥을 잡았으나 이 역시 준비 부족으로 훗날 탄허사상연구(呑虛思想硏究)등의 제목으로 출간할 것을 다짐하고자 합니다.
이 법어집은 월정사 주지 현해스님을 위시한 오대산 문중의 여러 스님들과 말사 주지스님, 그리고 큰스님들의 아낌없는 후원과 탄허불교문화재단의 협력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 법어집을 간행하는 데 있어서 자료수집에 음과 양으로 협력을 아끼지 않은 극락선원의 명정스님, 석지현스님, 스님의 제자인 삼보스님, 서우담(徐又潭) 사장님, 안산 박완식 거사님(朴浣植 居士), 민족사 윤창화 사장 등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이 모두가 스님을 숭앙하여 무주상(無住相)의 마음으로 하나가 되어 이룬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스님의 유촉(遺囑)와 위업을 받드는 길은 모든 불제자들이 본분도리를 밝혀 삼세의 불은에 보답하고 시방세계를 모두 불국정토로 이룩하는 데 있을진대, 설령 금서金書에 비단으로 법어집을 장정한다 할지라도 이는 한낱 비상(非常)의 환진(幻塵)으로 여래의 진상(眞相)을 밝힐 수 없는 일입니다. 이의 간행을 계기로 오대문중의 모든 후학들이 스님의 정법이 어디에 있는가를 잊지 않는다면 그것이 곧 우리의 마음 속에 스님의 법어집을 간행한 것입니다.
2003년 8월 25일
탄허대종사 법어집 편찬위원장 혜거 합장
(呑虛大宗師 法語集 編纂委員長 慧炬 合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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