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를 정립해야 한다(7)_대담/鮮于 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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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6-08-05 13:47 조회7,567회 댓글0건본문
〔7〕자기의 주체성을 믿는 것
선우 : 현실사회는 여러 종교가 혼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불교, 기독교, 최근엔 마호멧교까지 활발한 포교활동을 펴고 있지 않습니까? 이들 종교가 내세우는 각기 다른 여러 신(神)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되겠습니까?
스님 : 천(天=神의 대명사)은 4가지로 구별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형체지천(形體之天)으로 창천(蒼天)․호천(昊天)․민천(旻天)․현천(玄天)의 춘하추동(春夏秋冬) 네 절기 하늘입니다. 둘째는 운명지천(運命之天)이니 천명(天命)․천운(天運) 또는 “천야(天也)라 내하(奈何), 즉 천명(天命)이라 어찌하겠나” 등의 하늘이지요. 셋째는 주재지천(主宰之天)입니다. 하나님․옥황상제 등을 이름하는 것입니다. 넷째는 진리지천(眞理之天)이니 천리(天理), 천도(天道) 또는 “막지위이위자천야(莫之爲而爲者天也) 즉 하는 것 없이 하는 것이 하늘이다(孟子).”라는 등의 하늘입니다. 기독교에서는 주재지천(主宰之天) 하나만을 말하고 유불도(儒佛道) 삼교(三敎)에서는 때에 따라 사종천(四種天)을 다 말합니다.
선우 : 가장 단순한 질문인 것 같습니다만, 지금 스님이 이야기하신 종교를 인연이 없는 중생으로서 왜, 어떻게 믿을 수 있습니까?
스님 : 좋은 질문이십니다. 종교를 믿는 것은 자기 자신을 믿는 것인데 그것을 부정하면 결국 자기 부정의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동양사상(東洋思想)의 견지에서 볼 때 종교는 종교를 믿으라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의 주체성(主體性)인 다시 말하면 우주와 인생의 핵심인 그 밑바탕을 믿으라는 것입니다. 종교의 본지가 여기에 있는 것이지요. 기타의 천당이니 지옥이니 하는 문제는 ‘유치원 학생을 지도하는 것’과 같은 방법입니다.
우주의 주체가 무엇인지 세상 사람들은 모릅니다. 우주의 주체는 우주가 아닙니다. 우주의 주체는 우주가 아니라 우리의 정신입니다. 우리의 정신은 물질이 아니기 때문에 바로 시공(時空)이 끊어진 자리이지요. 왜 시공(時空)이 끊어졌느냐? 과거의 생각은 이미 멸(滅)했고, 미래의 생각은 아직 오지 않았으며, 현재의 생각은 머무는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시공(時空)이 끊어진 이 정신(마음)이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낸 것이지요.
예를 하나 들어봅시다. 간밤 꿈에 일점(一點)도 안 되는 공간 위에 누워 있는 이 육신(肉身)이 10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에 수만리를 거닐면서 70~80년을 삽니다. 꿈속에서 보는 우주가 현실과 다른 것이겠습니까? 여전히 산은 높고 물은 깊습니다. 불은 뜨겁고 물은 찹니다. 따라서 현실에서 보는 우주가 진(眞)이라면 꿈속에서 보는 우주도 진(眞)일 것이고, 꿈속에서 보는 우주가 헛것이라면 현실에서 보는 우주도 헛것일 것입니다. 우리는 꿈속에서 보는 우주는 헛것이고 현실에서 보는 우주만을 진(眞)으로 여기기 때문에, 1백년도 못사는 몸으로 한없는 망상(妄想)을 좇아 내일 공동묘지에 갈지라도 오늘 부귀공명(富貴功名)을 누렸으면 합니다. 이렇게 집착하고 매달리는 것이 범부(凡夫)가 아닙니까?
꿈과 관련된 고사로 비유해 보지요. 1천 5백 년 전 한(漢) 훤제(煊帝) 때 미신을 타파하기 위해 국내에서 해몽을 제일 잘한다는 자를 불러 시험해 본 일이 있었습니다. 훤제가 꿈을 날조(捏造)하여 말하기를, “내가 간밤 꿈에 궁전 처마 끝 기왓장이 난조(鸞鳥=鳳凰의 별명)가 되어 허공으로 날아가는 것을 보았는데, 무슨 꿈인가?”라고 했습니다. 해몽자의 답변이 “큰일났습니다. 폐하, 궁중에 참변이 일어났습니다” 이 말이 끝나자마자 문밖에서 아뢰는 말이 “폐하, 궁중에서 싸우다 한 명이 죽었습니다”고 했습니다. 훤제가 하도 기특해 “네가 하도 해몽을 잘한다고 하기에 시험 삼아 꿈을 하나 날조해 말했는데, 어찌 그렇게 잘 맞히느냐?”고 물었습니다. 해몽자가 대답하기를 “몽시신유(夢是神遊)”라고 했습니다. 즉 꿈이란 ‘한 생각 일어나는 것’이 꿈이기 때문에 폐하가 한 생각을 일으켰을 때 그것이 벌써 하나의 꿈이 된 것이라고 한 것입니다.
이처럼 한 생각이 일어남으로써 꿈이 있고 꿈이 있으므로 우주가 일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성인(聖人)은 한 생각 일어나기 전의 면목(面目)을 각파했기 때문에 꿈도 우주도 없는 별천지(別天地), 시공(時空)이 끊어진 세계 속에서 사는 것입니다. 이를 기독교에서는 성부(聖父), 유교에서는 중(中), 불교(佛敎)에서는 불(佛)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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