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를 사는 智慧(부처님 오신날을 맞아)-5_대담/金恒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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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5-08-12 11:17 조회6,377회 댓글0건본문
〔5〕중생의 현실적 문제해결
김항배 : 사실 우리 불교계에는 큰 결함이 있습니다. 생활과 불교가 일치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불교는 생활 위에 덤으로 있다는 것이지요. 신도들이 절에 와서 기도한다는 것이 자신의 조그만 이익만을 바라는 소극적인 바램뿐이지 불교를 알기 위해 오는 것이 아닙니다. 절이라는 무대를 잠시 사용하기 위해서 오지 스님을 찾아 불교를 배우고 실천하기 위해서 오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는 것입니다. 이런 현실에 모든 정신적인 고뇌를 해결하는 방안이 실질적으로 불교에서 찾아져야 됩니다. 그러려면 그러한 뜻이 부처님 말씀에도 있고 옛 성현의 말씀에도 있으니 현실을 제대로 봐야 요리할 수 있는 힘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현실의 고해중생을 보시고 그들이 고해를 벗어나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제시해 주셔야 합니다.
스 님 : 오늘날 급선무는 민생고 문제인데 사실 요즈음 국민소득이 얼마다 하지만 그 자체가 애매한 숫자지요. 왜냐 하면 한 사람이 가진 소득액을 국민 숫자로 나누어 평균치를 낸다는 것이 사실 고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옛날 노나라 정승이 공자에게 말하기를 “우리 나라에는 먹을 게 적어 걱정입니다.” 하니 공자가 답하기를 “적은 것은 걱정 말고 공평하게 분배하지 못하는 것을 걱정하시오.”라 했습니다. 이 말은 곧 한 사람만 소득이 높아서는 안 되고 모두가 평등하게 춥고 배고픈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노나라 정승이 또 물었습니다. “우리 나라에는 도둑이 많아서 정치를 하기 힘듭니다.” 공자가 답하기를 “그대가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백성은 상금을 주고 도둑질하라고 해도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그러니 민생고가 해결되고 나서야 문화니 예술이니, 종교니 하는 것들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지요.
김항배 : 요즈음 와서는 그래도 생활수준이 많이 높아진 셈입니다. 이젠 굶어 죽었다는 말은 없지 않습니까. 그러나 상대적으로 남들이 더 잘 사니까 내가 못 산다고 느끼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서 물질은 풍부해진 반면 마음은 더욱 가난해졌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스님께서는 이렇게 가난해지고 각박해지는 마음을 어떻게 하면 타파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그리고 불교의 입장에서 보면 어떤 것이 사람으로서 정말 잘 사는 일인가를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스 님 : 각박한 마음을 없애 주는 길은 첫째 민생고를 해결해 주는 문제인데 그것은 정치가가 할 일이고, 다음으로 정신적 문화적으로 잘 살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우리들의 문제지만 그것 역시 집권자와 일치되어야 원만히 해결할 수가 있습니다. 지금 도의 교육이니 하지만 도의 교육을 원만히 실행하려면 우선 도의 과목을 필수과목으로 넣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김항배 : 스님, 오늘 정치 경제 문제에 대해서 또 민생고 문제에 대해서 잘 말씀해 주셨습니다. 인간의 욕망은 한이 없습니다. 부자는 더욱 돈을 벌려고 하고 가난한 자는 더욱 가난해지는 빈부의 차이를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겠습니까? 이런 때를 당하여 중생이 어떻게 무슨 힘으로 살아가야 합니까?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습니까?
스 님 : 좋은 말씀입니다. 그것이 골자인데 그래서 내가 요구하는 것은 비구승 열 명보다 불교인 정치가 한 사람이 더 필요한 시대입니다. 그런 사람이 나타난다면 우리가 바라는 일이 추진될 수 있을 겁니다.
또 사회적으로 전 대중이 잘 산다는 것은 정치적 해결이 아니면 안 되고 종교적인 면에서 잘 산다고 하는 것은 개인주의적인 소극적인 면이지요. 그건 몇 사람에게 국한되는 말이지 전 국민에게 통하는 말은 아니지요. 가령 불교인 한 사람이 앉아서 이렇게 하자고 해도 여러 종교가 있으니 말을 들을 리가 없고, 또 한 종파라 하더라도 모두가 다 들어 주지는 못할 것 아닙니까. 그러니 어떻게 보편적으로 두루 통할 수 있겠어요.
따라서 사회인 모두가 잘 산다는 문제는 아무래도 정치가의 문제이지 일부 종교인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종교인의 문제로 보면 어느 시대 어느 국토든 국한이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옛 성인이 말했죠. “산에 들어가서 완전히 자취를 끊어 버리기는 쉽지만 사회에 머물러 있으면서 행하기는 매우 어렵다.”라고 했습니다.
김항배 : 좋은 말씀을 많이 해 주셨습니다. 시간이 있으면 또 듣고 싶지만 오늘은 이만 하시지요. 감사합니다.
(『법륜』1977년 5월호.「부처님 오신날 특별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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