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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를 정립해야 한다(3)_대담/鮮于 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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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6-07-08 14:04 조회5,65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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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동양사상만이 현실조화


양명방(陽明方)에서 일어나는 한 생각은 문득 일어나는 것이기에 숙(儵)이라고 이름하고, 한 생각이 멸할 때에도 문득 멸하기 때문에 홀(忽)이라고 이름한 것입니다. 한 생각이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것이 문득 일어났다가 문득 없어졌다하는 변화막측이란 것입니다. 혼돈은 우리 현 생각의 기멸(起滅) 이전의 경지를 의미합니다. 우리 몸이 생기기 전, 즉 이 우주가 생기기 전의 핵심체를 말하는 것이지요. 우리의 한 생각이 나고 멸하는 것이 이 혼돈의 핵심체를 떠나 별립(別立)할 수 없기 때문에 숙(儵)과 홀(忽)이 때때로 혼돈(混沌)의 땅에서 만나는 것입니다. 그러나 혼돈(混沌)은 기멸(起滅) 이전 무념(無念)의 경지이기 때문에 숙(儵)과도 언제나 무념(無念)으로 대하여 잘 대접하는 것입니다.

(儵)과 홀(忽)이 혼돈의 덕(德)을 갚기 위해 상의했습니다. 사람은 모두 7규(七竅=일곱 구멍, 즉 귀(耳)가 두 개, 눈(目)이 두 개, 입(口)이 하나, 콧구멍(鼻)이 두 개)가 있어 보고 듣고 숨 쉬고 먹는데 이 혼돈만은 이목구비가 없으니 만들어 주자고 합의, 하루에 한 구멍씩 뚫어 7일 만에 완성하고 보니 혼돈은 그만 죽어버렸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제왕(帝王)의 법칙에 합하는 도리는 혼돈을 파괴하지 않는 성인(聖人)의 경지라야 가능한 것이고 학정분립(學政分立) 시대 이후로 지금까지 혼돈을 파괴하지 않은 제왕(帝王)이 과연 몇 명이었겠느냐 하는 탄식의 피눈물을 기록해 놓은 것입니다. 그러니 왕도(王道)의 정치를 어디서 들어볼 수 있겠습니까?

선우 : 스님 말씀에 따르면 사람이 사는 것을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했는데, 그 기준에 따르면 솔직히 말해 제 자신은 겨우 법(法)과 정(情)사이에서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세속적으로 볼 때 법(法)과 정(情)으로 사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천리(天理)에 합한 예(禮)로 사는 사람은 소수가 아니겠습니까? 법과 정으로 사는 많은 사람과 예(禮)로 사는 소수의 사람의 격차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공자(孔子)님도 그 높은 도덕과 학문을 실천에 옮기려다 실패했고 석가(釋迦)나 예수는 아예 현실에 뜻을 두지 않은 듯 합니다.

이로 보아 사상이 높을수록 현실에 적용되기는 힘든 것 같은데, 이러한 출세간적(出世間的)인 성인(聖人)의 사상(思想)과 현실 정치와의 관계에 있어서 양자가 합해질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영원히 합해질 수 없는 것인지 말씀해 주시지요.

스님 : 선우 선생은 자신을 너무 겸칭(謙稱)하시는군요. 서양과 동양인의 사고방식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서양식 사고방식은 하나에서 만 가지를 연역하는 것이고 동양식 사고방식은 만 가지를 하나로 귀납시키는 것입니다. 영국인(英國人)은 아이를 키울 때 “너는 이 다음에 커서 일류 기술자가 되어라. 기술자가 될 수 없다면 일류 예술가가 되어라. 예술가가 될 수 없다면 일류 종교가가 되어라”고 한답니다.

그러나 동양에서는 󰡔춘추(春秋)󰡕에 태상(太上)은 입덕(立德)하고 기차(其次)는 입언(立言)하고 기차(其次)는 입공(立功)이라고 합니다. 가장 잘난 사람(太上)은 종교인, 도덕가가 되는 것(立德)이고 그 다음은 문화인, 예술가(立言), 그 다음은 과학자, 기술자가 되는 것(立功)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동서양 사람이 바라는 내용은 같지만 그 순서는 정반대이지요. 서양인의 사고방식은 외본내말(外本內末)인 것입니다. 근본을 밖으로 내버리고 지말(枝末)을 안에 두는 것이지요. 따라서 총체적으로 볼 때 서양의 외본내말(外本內末)하는 사상은 현실과 조화를 이룰 수 없고 동양의 일본만수 만수일본(一本萬殊 萬殊一本 : 한근본이 우주만유요, 우주만유가 한 근본이다.) 사상만이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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