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잘 다루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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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현해스님 작성일03-06-12 00:00 조회6,367회 댓글0건본문
落葉寒來春復夏하고
日落西山月出東하여
芒芒世無數人이여
耶箇親見風光인가
낙엽 지고 추위 오고 봄이 가면 여름이 오네
서산에 해 떨어지니 동쪽에 달이 뜨네
넓고 넓은 세계에 수없는 사람들아
몇이나 본래 모습 친히 보았느냐
벌써 한 해가 저물고 또 새해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단풍 계절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이 오대산 골짜기로 몰려왔는데
어느덧 인적이 끊어진 이 곳 산사는
자적한 수묵화를 그려 놓았습니다.
동지를 예부터 작은 설이라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동지는 밤이 가장 길고
낮이 제일 짧은 날입니다.
그리고 추위가 시작되는 때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추위는 봄이 다가오고 있음을
미리 알려 주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동지가 지나면 보름 안에 소한이고 곧 대한이 찾아옵니다.
따라서 일년 중 가장 추운 한 달간이
동지로부터 시작됩니다.
태양이 가장 멀리 남쪽에 가 있는 시간인
이 때를 지나면 태양이 점점 돌아와서
다시 따뜻한 계절로 향하게 되는 것입니다.
밤의 어둠이 극에 달하면
밝은 아침이 가까이 오고 있음을 뜻하듯
추위가 극심한 이즈음에 다시 새로운 계절로 향하게
마련인 것입니다. 그래서 동지를 작은 설이라 했습니다.
예로부터 현명한 사람은 시간을 아껴서
자기 수행을 하고 공부를 하며
어리석은 사람은 시간만 있으면
술 마시고 노름하며 시간을 보낸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진정 내일을 생각하고
나의 미래와 가족의 미래를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시간이 있을 때 열심히 수행하여
스스로 구원하고 스스로 구제하는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옛 큰스님들은 하루 해가 가고 저녁이 되면
다리를 뻗고 통곡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아까운 오늘 하루가 흘러갔구나!’ 하고
탄식하는 것입니다.
하루 해가 진다는 것은 곧, 죽음이 가까워진다는 것이고
그만큼 수행하는 시간이 짧아진다고 해서
옛 조사들께서는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이 고사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사뭇 클 줄로 압니다.
부처님이나 조사도 본래 우리와 같은 중생이었습니다.
부처님도 우리와 같은 중생이었고 더없이 훌륭한 조사들도
우리와 같은 중생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분들은 시간을 아껴서 수행하였기 때문에
암흑에서 벗어나 밝음을 이루신 분들입니다.
우리는 깨치지 못하면 생로병사의
고통 속에서 벗어날 길이 없습니다.
생로병사의 윤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현실에 충실하며 시간을 아껴서 수행 정진해야 합니다.
제바달다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는 평생 부처님을 괴롭힌 사람입니다.
나중에는 괴롭히다가 안 되니까
부처님을 죽이려고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평생을 괴롭힌 제바달다를 부처님께서는
스승이라고 하셨습니다.
어려움을 당하고 괴로움을 당할 때
그것을 수행하기 좋은 기회로 생각한다면
오히려 감사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어려울 때 그 현실을 밝게 비추어 보고
수행의 계기로 삼는다면 이 세상 모든 것이
스승 아님이 없고 선지식 아님이 없음을 아실 겁니다.
어둠이 극할 때 이것이 곧 광명이 가까움을
알아차리듯 어렵고 괴로울 때
그것이 곧 기쁨과 환희를 이끄는 중요한 계기임을
자각하고 감사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길
“악연도 내 스승이요, 내가 부처 되는 과정에서
나를 수행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우리도 어렵고 고통이 심할 때
또 나를 해치려는 사람이 있을 때
이것이 바로 내가 성공할 수 있는 길,
수행을 이룰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더욱 마음을 돌이켜서
기도 정진하여야 하겠습니다.
“자신의 주인이 따로 있을까?
자기 자신을 잘 다룰 때 얻기 힘든 주인을 얻으리라”
이 말씀은 《법구경》에 나오는 부처님 말씀입니다.
나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은 나뿐입니다.
남편이 여러분을 다룰 수 없고
또한 여러분이 남편을 다룰 수는 없습니다.
나를 다룰 수 있는 것은 나 자신뿐입니다.
항상 이야기하지만 하늘에 있는 신이 나에게 복을 주고
나를 천당 가게 하고 나를 지옥으로 보내는 게 아닙니다.
부처님이 나를 지옥 보내고
천당 가게 할 수는 없는 겁니다.
극락도 내가 가는 것이고, 지옥도 내가 가는 것입니다.
어려움에서 빠져나가는 길도 내가 개척해 나가는 것이요,
부처 되는 길도 조사 되는 길도 내가 행하는 것입니다.
나를 잘 다루는 것만이
진정한 행복과 평화를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추위가 극해지고 밤이 깊어지는 이 때를 기해서
나 자신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나 자신을 잘 다루어서 부지런히 수행하시고
모두가 참된 평화, 참된 행복을 얻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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