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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숲길로 아름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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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_법보신문] 천강에서 달을보다 - 월정사 주지 정념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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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단기출가학교 작성일11-05-05 14:40 조회7,24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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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
‘화석불교’ 탈피 새 문화 일궈 오대산 대혁신
2011.05.03 13:39 입력

오대산 한암도인 있다 귀띔에
고교졸업 직후 월정사에 안착


천년숲길걷기·단기출가 성황
‘길’ 여니 불자·시민 인산인해

 

 

 


월정사 숲 속 전나무 길을 걷고 있다. 산사 밖은 벚꽃놀이가 한창인데, 산사 안은 어젯밤 내내 내린 함박눈 탓에 ‘4월의 설원’이 한껏 펼쳐져 있다. 누군가는 ‘봄이 오니 꽃이 핀 게 아니라, 꽃이 피니 봄’이라 했다. 지금 이 길은 ‘봄 길’인가, ‘겨울 길’인가? ‘비 오는 여름 풍광은 월정사에서 바라보는 게 최고요, 겨울 풍광은 오대산에서 바라보는 게 최고’라는 우중월정 설중오대(雨中月精 雪中五臺)라는 말이 스님들 사이에 내려오지만, 오대가 아니더라도 눈 쌓인 전나무 숲길은 일품이다.


중국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한 후 큰 깨달음을 얻어 귀국한 자장율사가 1400여년 전에 개산한 국내 최고의 문수성지 오대산 월정사. 나옹화상을 비롯해 조계종 초대 종정 한암 스님, 당대 선지식 탄허 스님이 주석하며 만인에게 법을 폈던 도량. 이 산사에 새바람이 불었다. 정확히 2004년 정념 스님이 주지를 맡은 후 지금의 월정사는 교구본사의 롤 모델로 꼽힐 만큼 변모했다.


‘오대산 천년의 숲길걷기’를 할 때는 지역은 물론 전국에서 구름처럼 모여드니 말 그대로 인산인해다. 불교문화축제가 열리기라도 하면 1만여명의 인파가 밀려오고, 일반인들에게 개방한 단기출가학교에는 50명 모집에 사·오백명이 몰려온다. 때로는 청소년 댄스 경연대회가 열리고, 때로는 스님과 신부님들 간의 족구대회도 열린다. 심지어 야구단도 있다. 오대산만의 독특한 산사문화는 이미 그 뿌리를 깊게 내렸다. 아니, 벌써 만개했다.


단순한 산사문화 패러다임의 변화일까? 그렇다면 깊게 주목할 이유는 없다. 청소년 문화축제를 여는 산사가 월정사만은 아니요, 스포츠계와 연계된 사찰 또한 월정사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산사음악회는 이제 전국 대다수 사찰에서 매년 열리고 있다. 이를 한데 묶어 통시적이고도 짜임새 있게 줄곧 진행시켜온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이 패러다임을 통해 무엇인가 더 큰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원대하고도 깊은 뜻이 분명 내재하고 있을 것이란 추측은 분명한데 그게 무엇인지 손에 잡히지 않는다. 별다른 방법이 없다. 월정사 일주문으로 들어가 묻는 수밖에!


좀 전에 걸었던 전나무 숲길이 전엔 콘크리트길이었다. 정념 스님은 부임 직후 그 콘크리트부터 걷어 치웠다. 아니, 산중의 모든 콘크리트길을 뜯어냈다. 현대문명이 제공하는 편의함을 한번쯤 애써 부정해 보려는 것일까?


“포장도로를 손 본건 그 길로 인해 전나무숲 생태계가 교란되는 듯 보였기 때문입니다. 차량통행의 작은 불편이 있다 해도 생태계가 그나마 온전히 보존될 수 있다면 우리 스스로 감수해야지요. 인류문명이 자연개발과 함께 발전해 왔다는 사실을 부정하거나 간과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편의함만 따지며 자연을 개발한다면 그건 개발이 아니라 훼손입니다. 인간도 자연 속에 있습니다.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는 게 아니라, 인간도 자연의 일부분일 뿐입니다.”


작은 길 하나도 자연에 되돌려 주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어쩌면 이 길은 일찍이 대중에게 돌려주려 했는지도 모른다. 매년 열리는 천년의 숲길걷기 대회가 대성황을 이루는 것도 오대산 일대의 산길이 흙길이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 길에서 단기출가한 이들은 삼보일배를 올리며 자신을 추스른다. ‘출가’는 대도를 갈망한 사람들이 떠나는 길이었다. 적어도 월정사가 단기출가학교를 열기 전까지는 그러했다. 이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다. 우바새, 우바이는 물론 종교를 넘어 일반시민도 ‘출가’라는 길에 들어서고 있다.


어릴 때부터 그에게 세속은 틀에 갇힌 작은 무대일 뿐이었다. 그 틀을 벗어 던지고 싶었던 그에게 불교인연이 깃든 건 고등학교 때였다. 경허 스님의 행장을 통해 읽어낸 ‘대자유’에 그대로 꽂힌 그는 졸업 후 길을 떠났다. 오대산 월정사에 ‘도인’이 주석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그는 이곳에 ‘마음의 바랑’을 내려놓았다. ‘평생 수좌’로 살겠다는 원력을 세운 스님은 수계를 받은 직후 선원으로 향했다. 적어도 이 때 참선공부에 대한 확신만큼은 확실히 섰다. 성성적적의 선미를 감지하니 전나무숲에 이는 바람 한 점, 지나가는 벌레 한 마리도 사랑스러웠다.


“당시엔 희유한 경험이었습니다. 허나 알고 보면 별다른 큰일도 아닙니다. 다만 그런 체험이 정진의 힘을 북돋는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소통 못하는 불교, 대중이 외면
전근대적 승가교육 탈피 급선무


출재가 위한 오대산 명상타운
사회적 회향 새로운 패러다임

 

 

▲월정사가 전나무 숲길을 내어 주었다. 새로운 소통이다. 매년 개최되는 ‘천년 숲길걷기 대회’에는 수만명이 몰려와 인산인해를 이룬다.

 


일반 대중에게도 그러한 체험을 경험케 하기 위해 출가학교를 연 것일까? 아닐 것이다. 근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단기간 내에 삼매 경계에 단 한 번이라도 이르기란 너무도 어려운 일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스님 아닌가.


“인도의 4주기가 참 마음에 듭니다.”
부의 축적, 욕망의 실현, 의무의 실천, 해탈! 인생의 4주기는 여기에 기반 해 학습기, 가주기, 임서기, 유행기로 나뉜다.
“사회에서의 의무를 다한 후 수행을 통해 해탈로 마무리되는 4주기 인생론이 오늘날 주는 메시지는 은은하면서도 강렬합니다. 세속 일에만 집착하다 생을 마감한다? 공허합니다. 사회문명이 발달하고, 개인소득이 높아질수록 사람들은 더욱 큰 허탈감에 빠집니다. 그럼에도 그 수렁에서 빠져 나올 엄두를 내지 못하지요. 출가학교는 여기에서 출발했습니다.”


공허함을 극복하는 방법이 불교에만 있다고 고집하지 않는다. 세속에서 뛰쳐나와 당장 이 산문으로 들어오라는 외침도 없다. 단지 자신을 들여다보라는 무언의 암시만 있을 뿐이다.


“‘자기’라는 조그마한 집을 떠나 ‘세상’이라는 큰 집으로 떠나는 게 출가입니다. 출가자의 삶이란 자기를 해체하고 사회에 헌신하고 봉사하는 삶입니다. 하심을 단 한 번이라도 진정으로 해 보면 인간 본연이 갖고 있는 심성이 얼마다 맑고 향기로운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자영업자, 교수, 교사, 변호사, 작가, 음악인, 심지어 이웃종교인까지 이 ‘출가’의 길에 들어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들은 단기출가를 통해 자신을 낮추고,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진성을 듣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정신적 평화와 위안을 스스로 체득한 그들은 인생을 살아가는 또 다른 힘을 얻어 산문을 나선다. 벌써 28기가 졸업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졸업생의 10%가 실제로 출가를 했다. 출가하지 않은 졸업생도 스스로 기수별로 뭉치며 불교, 사회 곳곳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어마어마한 일이다. 졸업생 1400명이 끝이 아니지 않는가.


천년의 숲길걷기와 단기출가를 관통하는 맥이 하나 잡힌다. 산사의 변화다. 대중이 산사를 찾는 형국인데 산사가 대중 곁으로 다가가는 느낌이다.


“누가 다가가고, 다가오는지는 중요치 않습니다. 분명한건 대중과 함께하는 불교여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는 대한민국 문화재의 70%가 불교문화재라 자부하고 있습니다. 물론 중요합니다. 그러나 ‘대중성 있는 불교문화는 무엇이냐’는 물음에 우린 답하기 어렵습니다. 월정사에서 불교문화축제를 열게 된 것도 이 물음에 답해보고자 하는 작은 바람에서 출발한 겁니다. 아직은 미미하지요. 그러나 다양하게 펼쳐 보아야 합니다.”


월정사의 불교문화축제가 답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모범은 된다. 각 지역의 사찰이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문화를 발굴해 내 정착해 간다면 불교문화는 그만큼 풍성해질 것이다. 월정사도 그 원력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정념 스님의 지난 행보가 어디를 향하는지 보이는 듯하다.


정념 스님이 추진해온 불사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만월선원과 홍예교, 황화당, 진영각을 건립하고, 한암 대종사 수행학림 개최와 함께 ‘한암사상연구집’ 발간, 성보박물관 신축과 범일국사 선양사업 및 굴산사지 복원 추진, 승려노후복지 시행 등은 전통을 계승·발전시키려는 불사들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소외계층 나눔사업을 펼치며, 강원지역 대불련 복원 추진과 문수어린이회·불교학생회 운영, 청소년축제 등의 청소년 사업을 비롯해 조선왕조실록 및 의궤 환수운동, 강원도 중남부 지역 문화재 일제조사 등의 문화사업을 펼쳐 보이고 있다. 중국·미얀마 등과의 해외교류, 강원도 종교간 교류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는 스님은 우통수 전시관 건립과, 오대생태 복원 등의 한강 시원지 상징화 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불교 안팎으로 내실을 탄탄히 다져가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본다면 전통과 현대문화를 아우르고 있는데 여기에 지역연대, 생명평화운동까지 배어 있다.


“과거에 매달리면 생명력을 잃기 십상입니다. 사람들의 생각과 삶의 방식은 이미 변했고 지금도 변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불교는 이에 걸맞게 변화했을까요? 이 물음에도 우린 답하기 어렵습니다. 분명한건 수행자가 급변하는 시대상을 통찰하지 못하고 관념과 타성에만 젖어 있으면 불교는 화석화 된다는 사실입니다.”


인터뷰 내내 청아한 모습만을 보였던 정념 스님이었지만 이 대목에서 만큼은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조계종 종단개혁의 선두주자였고, 조계종 중앙종회의원과 상원사 주지 소임을 이미 맡은 스님의 일언이기에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스님의 프리즘에 투영된 지금의 한국불교는 심각한 선상에 놓여 있는 듯하다. 어디에서부터 출발해야 할까! 무엇보다 교육에서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정치일변도의 선거제도도 심각하지만 우리 승가교육에 문제가 많습니다. 현 조계종 교육은 전근대적 교육입니다. 다행히도 교육원이 현대적 교육시스템을 적용하려는 노력이 보여 다행스럽긴 하지만 갈 길이 너무 멀고도 험합니다. 언제쯤 전 승가대학이 전근대적 교육에서 탈피할 수 있을까요. 사회는 물론이고 이웃종교만 해도 사회변화에 걸 맞는 인재양성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전문화된 신지식 사회에 비추어 볼 때 우리 승가는 어떻습니까? 지킬 건 지키고, 버릴 건 과감하게 버려야 합니다. 대승불교, 중국의 선불교, 간화선 등장은 침체된 불교를 변혁시키자는 인식전환에 따라 불같이 일어난 겁니다. 지금은 농경사회가 아닙니다. 농경사회에 짜인 교육프로그램만으로는 이 시대를 이끌기는커녕 발맞추기도 버겁습니다.”


대중과 소통하지 못한 불교는 소외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우리 시대에서 풀어내야만 하는 ‘화두’다.
“저도 우둔한 사람입니다. 다만, 큰 절 살림을 하다 보니 지역사회를 봐야만 했고, 지역 사회를 보다 보니 사회흐름도 읽어 볼 수 있었을 뿐입니다. 지금 월정사가 하는 일은 작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더 웅대하고도 깊은 통찰 속에 빚어진 새로운 불교혁신이 일어나야 합니다.”


정념 스님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도모하고 있었다. 중대하고도 의미 있는 일이다. 월정사와 더불어 각 교구본사가 불교혁신을 향한 걸음을 함께할 때 정념 스님이 원하는, 아니 이 시대가 원하는 새로운 불교 패러다임이 형성될 것이다. 그랬다. 정념 스님이 월정사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건 바로 ‘변화’였다. 과거보다는 미래지향적인 변화를 향해 정념 스님은 길을 걷고 있었던 것이다. 전나무 숲길을 걷는 사부대중도 함께 걷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정념 스님이 꼭 해내고 싶은 불사가 하나 있다. ‘오대산 명상타운’ 조성이다. 오대산 일대에 수행공간을 마련해 출재가자 모두 수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원력이다. 이와 함께 월정사 어귀에 수행센터를 건립하고 이를 중심으로 귀틀집, 너와집, 토담집 등 강원도 토속적인 산촌문화 체험마을도 함께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월정사 어귀서부터 오대산 일대가 하나로 묶여지는 대작불사다. 얼핏 어림잡아도 3·400억원은 있어야 시작할 수 있는 불사지만 강원도와 함께 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정념 스님의 뜻대로 이뤄진다면 그야말로 백두대간 오대산은 사부대중의 오대산이요, 지역주민의 오대산이요, 시민사회의 오대산으로 다시 거듭날 것이다. 천년 숲길이 대중에게 회향되듯 오대산이 대중에게 회향되는 가슴 벅찬 일이다. 불교의 진정한 사회적 회향이다.


그 대작불사가 회향되는 순간, 북대 미륵암에서 정진했던 나옹 스님의 노래처럼 ‘탐욕, 성냄, 번뇌, 욕심도 벗어놓고 물, 바람, 강, 구름같이’ 가려하는 대중이 줄을 이을 것이다. 새로운 시대의 새 패러다임이 세상에 선을 보이는 순간이다.


채한기 상임논설 위원 penshoot@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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