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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 그 자체가 큰 울림입니다”-월정사 단기출가 3기 이형순 소설가(7월18일-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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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출가학교 작성일17-07-19 09:34 조회6,91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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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의 단기출가지만 결과는

십 년이고 이십 년입니다

그 초발심이 그대로 갑니다

신도로서 신행활동과 행자로서

경험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단기출가는 무엇을 배우는게 아니라

나를 거듭나겠다는 용기의 결과…

이형순 소설가는 2004년 월정사에서 단기출가를 경험했다. 이 소설가는 “만나는 사람에게 꼭 한번 단기출가를 경험하길” 권한다고 한다. 단기출가는 나를 변화시키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2004년 겨울, 소설가로 문단 활동을 하고 있는 이형순 소설가의 시선이 ‘단기출가 모집’이란 문구에 꽂혔다. 이 작가는 “그 문구가 마치 ‘네가 알고 있는 세상보도 훨씬 큰 세상이 있는데, 한번 맛 좀 볼래’라고 말하는 듯 했다”고 전한다.

 

“세상 사는게 참 시시하고, 이게 전부인가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권태라고 할까. 세상이 필요로 하는 처세의 길은 정해져 있어요. 너무 징그럽고 뻔해 보였어요. 그런데 출가라는 것은 세상을 역주행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왜 출가가 가치가 있을까. 단기출가 모집이란 문구를 한참동안 보면서 아무나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함에도 끌리고, 단편적으로 알던 불교도 자세히 알고 싶어 출가학교에 신청서를 냈어요.”

 

2005년 이형순 작가는 월정사로 향했다. 한달간의 출가 생활은 도심의 삶과 전혀 달랐다. 월정사에서 지장암까지, 무릎이 빠질 정도로 쌓인 눈 사이로 길을 내던 일, 강릉과 원주 시내에서 탁발을 체험하고, 적광전 청소 소임을 맡아 불상에 쌓인 먼지를 닦아내던 기억은 지금도 “다시 경험하기 힘든” 추억이란다.

 

이 작가는 “무엇보다 새벽 예불을 드리러 가던 길에 피부에 와닿던 ‘청량하고 싸늘한 바람 냄새’를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지금도 겨울날, 그 바람을 만나면 마치 월정사에서 단기출가 중인 것으로 착각이 든다는 이형순 작가는 “단기출가를 통해 무엇을 배웠다기 보다, 출가 그 자체가 큰 울림을 준다”고 말했다.

 

“단기 출가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술과 담배를 끊었어요. 그 빈 공간을 함께 한 도반, 함박눈, 하늘의 별, 차디찬 겨울의 방바닥, 칼바람이 불던 적광전에서의 새벽예불, 졸음, 까마귀 등이 채워줬습니다. 출가교실을 마치고 사회에서 살다보면 조금씩 당시 결심했던 것들이 ‘방전’되긴 하지만, 생활습관과 사고가 특별하게 달라집니다.”

 

이 작가는 출가 체험 이후 생활이 전반적으로 검소해졌다고 강조한다. 불필요한 물건에 대한 소유욕이 사라진 까닭이다. 또 생각을 하는 방법도 달라져 어떤 상황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기 보다 다양하게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말한다. 기회가 되면 자식들도 출가학교에 보낼 생각이라는 그는 “출가 체험 전과 후는 확실하게 다르다. 나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점이다”고 강조했다.

이형순 작가는 출가 기간 중 가장 인상에 남는 일로 ‘도반’을 꼽았다. “강의도 듣고, 경전도 배우지만 가장 큰 울림은 도반을 통해 얻었어요. 사회에서 대단히 존경받는 분과 그 반대의 분이 있었는데, 승복을 입고 수행할 때 모든 차별이 서로 없어졌어요. ‘부처님을 스승 삼아 이 사바세계의 벽을 타넘는 담쟁이가 되어보자’는 목적이 같은 도반일 뿐이었죠. 몰래 얻은 사탕 하나에 다 같이 침을 흘리고, 한방에서 자고 먹고 다투면서 생활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도반은 이후로도 살아가는 힘이 된다. 나를 이해하고 같은 꿈을 꾸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외롭지 않게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다. 이 작가는 출가학교 동기들과 지금도 SNS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는다고 한다. 때로는 같이 모여 당시 교육을 담당했던 스님을 찾아가기도 하고, 지역별로 모여 자원봉사 활동도 참여하고 있다.

 

“한 달의 단기출가지만 그것은 한 달이 아닙니다. 십 년이고 이십 년입니다. 그 느낌, 그 초발심이 그대로 갑니다. 지금도 단기출가를 한 경험이 얼마나 소중하고, 뿌듯한지 모릅니다. 신도로서 신행 생활하는 것과 삭발염의한 행자로서 출가 경험은 차이가 무척 큽니다. 단기출가는 무엇을 배우러 가는 게 아닙니다. 날 바꿔보자는, 다시한번 거듭나보자는 용기의 결과입니다. 어떤 의미도, 변명도 하지 말고 출가를 ‘저질러’ 보라고 권합니다. 단기출가에 어울리는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단기출가를 경험하고 나면 그에 어울리는 사람이 됩니다.”

 

이형순 작가는 “단기출가가 인생에 주는 의미가 크다. 모든 불자들이 기회를 만들어 꼭 한번 단기출가를 해 보라”고 거듭 권했다.

 

[불교신문 3316호/2017년7월24일자]

안직수 기자  jsahn@ibulgyo.com

 

* 기사원문보기 http://www.ibulgyo.com/news/articleView.html?idxno=159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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