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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_동아일보] 번뇌 담은 머리카락 싹둑… “새 삶이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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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단기출가학교 작성일10-05-06 16:28 조회7,35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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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뇌 담은 머리카락 싹둑… “새 삶이 보이네”


 월정사 단기출가학교에 참가한 한 남성(왼쪽)과 여성이 3일 삭발식을 치르고 있다. 참가자들은 한 달 동안 불교 교리 강의를 듣고 참선과 삼보일배 등을 수행한다. 평창=민병선 기자
머리카락과 함께 눈물이 떨어졌다. 여성들은 흐느껴 울기도 했다. 삭발식 사회를 본 인광 스님은 “무명초(無明草·속세의 번뇌를 담은 머리카락)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새해 새 출발을 위한 발심이 싹틀 것”이라며 “머리 위 뾰루지가 터져 피가 나도 두려워하지 마세요. 상념이 터진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3일 오전 9시 강원 평창군 월정사 법륜당, 바깥 기온이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진 가운데 입김이 나오는 법당 안에 남녀 74명이 모였다. 이들은 한 달 동안의 단기출가학교 참가자로 남성들(44명)은 모두 삭발을 했고, 여성들도 자원한 9명이 머리를 깎았다. 한 시간가량 진행한 삭발식에서 참가자들은 속세에서 벗어나 승려가 되는 첫 번째 의식을 치렀다.

참가자들은 전날 입교해 출가 동기를 묻는 갈마(갈磨·면접)와 입학식을 치렀다. 이날은 오전 5시에 일어나 삭발식 뒤 남성은 갈색, 여성은 주황색 행자복으로 갈아입고 자른 머리카락을 사찰 입구 전나무길이 시작하는 삭발탑 앞에 묻었다. 머리카락을 묻는 의식은 절을 다시 찾아 탑 앞을 지날 때 삭발의 초심을 되살리기 위한 것이다.

오후 1시에는 수계식을 치렀다. 수계식에서는 출가 기간에 살생, 도둑질, 사음(邪淫·음탕한 행위), 거짓말, 음주를 하지 않겠다는 5가지 계를 스님들께 전하고 수계증을 받았다. 이후 발우공양법, 예불법, 울력에 대해 교육 받고 오후 9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이 학교의 정원은 60명이지만 이번 23기는 14명을 초과했다. 인광 스님은 “연초에는 새 다짐으로 삶을 살려는 이들로 지원자가 많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20, 30대가 절반 정도이며 10대와 50대도 있었다. 알코올 의존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혼한 뒤 어지러운 마음을 다잡기 위해 참가한 이들도 있었다.

아르헨티나에서 온 교포 대학생 이진범 씨(19)는 불자인 아버지의 권유로 참가했다. 마케팅을 전공하는 이 씨는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한국의 정신문화를 접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방학 동안의 출가가 나의 내면을 들여다볼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인경 씨(28)는 중등교사 임용시험에서 떨어진 뒤 삶에 대한 확신을 되찾기 위해 참가했다. 그는 “삭발한 모습을 거울로 볼 용기가 없어 그림자로만 봤는데 또 다른 내가 거기 있더라”고 말했다. 울산 신정고 국어교사인 김지학 씨(51)는 “이제 인생의 후반기를 살고 있다”며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31일 졸업식까지 불교 교리에 대한 강의를 듣고 참선, 전나무숲길 삼보일배, 철야 삼천배 등을 수행한다. 월정사 단기출가학교는 1, 4, 7, 10월 1년에 4차례 한 달 동안 진행하며 2004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1300여 명이 참가했다. 033-339-6616

평창=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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