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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_기사] 그들이 한달 동안 삭발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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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단기출가학교 작성일13-03-04 09:32 조회8,44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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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사 '단기출가학교' 10년]

자유분방하게 살던 1770명, 삭발하고 한달간 행자의 삶… 졸업생 10%는 실제로 출가

"번뇌로 혼란스러웠는데 어느새 답을 찾게 되었죠"
흔히들 말한다. "출가하고 싶다." 그러나 쉽지 않은 일. 영원히 출가하기는 어려워도 '잠깐' 속가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이 출가를 맛보는 길이 있다. 단기출가학교다.

그들은 왜 절로 갔을까

강원도 평창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 숲길로 유명한 이 사찰에 지난달 22일 오전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왔다. 단기출가학교 졸업생들. 1개월 동안 삭발하고 행자로 살다가 다시 사회로 돌아가 살고 있는 이들과 실제 출가한 예비 스님이었다.

월정사 스님과 단기출가학교 졸업생들이 오대산 전나무 숲길을 걸으며 참선하는‘행선’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단기출가학교 학장이며 월정사 주지인 정념 스님, 사미 상엄스님(27기, 2011년 출가), 한근수 대전광역시의원(21기), 사미니 지인 스님(14기, 2007년 출가), 유경진(21기), 원병관 강원도립대총장(3기), 단기출가학교 학감 법철 스님. /월정사=이태훈 기자
월정사(주지 정념 스님)는 지난 2004년 9월부터 매년 네 차례 정도씩 한 달 과정의 '단기출가학교'를 열어 왔다. 올해로 10년째, 졸업생이 33기에 걸쳐 1770여명. 나이도, 살아온 배경도 심지어 종교까지도 제각각이다. 기수별로 50~80명씩 모여 밤 9시에 잠들고 새벽 3시반에 일어나며 행자들과 똑같이 산다. 졸업생 10명 중 1명은 실제로 출가했다.〈그래픽〉 모처럼 월정사를 찾은 졸업생들은 학장 정념 스님과 함께 '나를 움직이는 이 무엇'을 살폈다.

삭발하며 세상 인연 내려놓고

가장 먼저 떠올리는 기억은 '삭발'이다. 남(男) 행자들은 전원, 여(女) 행자들은 원하는 사람만 머리를 깎는다. 그동안 지어온 업과 인연을 끊어내는 상징적 순간이다. 대전시의원 한근수(55)씨는 대전 유성문화원장으로 일하던 2009년 21기로 졸업했다. 천주교 신자인 그는 "출가학교에서 반장을 맡고, 프로그램을 거치며 사람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며 "과거엔 사람도 건성건성 대하고 인생을 농담처럼 살았다면, 진지해진 점이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사법시험에 합격한 유경진(여·25·한양대 4학년)씨도 2009년 머리를 깎았었다. 대학 생활을 하면서 '나는 어디 있나?' '왜 여기 있지?' 같은 질문들에 늘 혼란스러웠다. 유씨는 "출가학교에서 스님들처럼 TV, 핸드폰 다 끊고 묵언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히는 법을 배운 것 같다"고 했다. 유씨의 권유로 아버지 어머니와 동생까지 온 가족이 단기출가학교 동문이 됐다.

단순함에서 찾은 행복

2007년 14기 졸업생인 사미니(예비 비구니) 지인(地仁·39) 스님은 단기출가학교 졸업과 동시에 월정사 곁 지장암으로 아예 출가했다. "학교, 취업, 직장… 평범한 삶이었는데, 주변 사람들의 죽음을 겪으면서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며 출가를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친지들도 '한 달이나 버틸까' 하면서 단기출가학교를 권했어요. 그런데 사경(寫經)도, 3000배 철야정진도 정말 행복한 거예요. 이렇게 단순하면서도 행복한 삶이 있다는 걸 알아버린 거죠."

단기출가학교 학감(學監) 법철 스님은 "특히 두 사람씩 짝을 지어 서로 발을 씻겨주고 108배를 올리는 '서로 부처 되기'를 기억하는 졸업생이 많다"고 했다. "'서로 부처 되기'는 남을 내 부처로 만들어 내 마음을 절실하게 드러내는 자리예요. 자기 속에서 무언가 북받쳐 오르는 걸 느끼고, 또 그것이 눈물을 통해 정화되는 경험을 하지요."

실버 세대를 위한 출가학교도

월정사는 올해부터 55~70세 노년층 불자를 위한 '황혼기 단기출가학교'(3월 22~28일), 30~50대 주부를 위한 '주부 단기출가학교'(8월 23~29일) 등 특화한 단기출가학교도 연다. 주지 정념 스님은 "단기출가학교는 세상을 살아가면서도 출가 수행자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씨앗을 사람들 마음마다 하나씩 심어 놓는 기간"이라고 했다. "세상은 본디 고락(苦樂)이 반반이라 하루에도 몇 번씩 밖으로 치닫는 마음을 추스르기 어려울 때가 분명 있을 것입니다. 그런 어려운 순간과 마주할 때마다 행자로서 새벽을 열었던 순수한 마음, 삭발염의할 때의 간절했던 첫 마음을 돌아볼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월정사(평창)=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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