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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단출26기 인지 작성일10-11-03 12:45 조회8,08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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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명·이태원·안병규씨가 가파른 갓바위길을 삼보일배를 하며 힘겹게 오르고 있다.
임동명·이태원·안병규씨가 가파른 갓바위길을 삼보일배를 하며 힘겹게 오르고 있다.
한 걸음, 한 걸음 또 한 걸음. 그리고 절 한 번….

지난달 23일 밤 9시. 희미한 가로등빛에 의지한 채 삼보일배를 하며 갓바위를 오르는 세명의 남자가 눈에 들어온다. 가파른 비탈길에서도 그들의 삼보일배는 주저함이 없다. 무거운 배낭이 등을 짓누르고 얼굴은 이미 땀범벅이다. 가을비가 눅눅해진 옷자락이 무게를 더한다. 하지만 세 남자의 삼보일배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약사여래불 약사여래불"

등산로 오른쪽을 따라 앞장 선 한 남자가 '약사여래불'을 외면 일렬로 뒤를 따르던 두 남자도 그 염불에 맞추어 무릎을 꿇고 절을 한다.

어둠속에서 난데없이 나타난 세 남자. 갓바위 비탈길을 이리도 힘겹게 오르는 그들은 누구일까. 이들은 대구시 동구 효목동에 사는 임동명씨(48)와 대구시 동구 신암동 평화시장에서 새댁식육점운영하는 이태원씨(48), 그리고 경산시의 안병규씨(51)다.

그렇다면 중년의 세 남자가 '갓바위 삼보일배'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원성취를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온 날에 대한 반성을 하는 것." 세 남자는 짧은 답변만 남긴 채 길을 나선다.

세 남자의 갓바위 삼보일배가 신기한 듯 지나던 등산객들은 한참 지켜본다. 슬그머니 다가가서 "왜 그러세요?"라고 묻는 등산객도 있지만 아무 대답이 없다. 앞선 두 남자와는 달리 세 번째 남자는 신발까지 벗고 장갑도 없는 맨손 차림이다.

대구시 동구 진인동 포도밭식당 앞을 출발한 지 3시간. 밤 12시가 되어서야 세 남자는 갓바위에 도착했다. 그들도 삼보일배를 하며 갓바위까지 왔다는 것이 믿어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그제서야 사연을 알게 된 등산객들의 박수소리가 들린다.

"3시간의 삼보일배를 통해 지난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귀중한 순간이 되었다. 특히 고행길을 동행한 법우들이 있어 더욱 의미가 있었다."

중년의 세 남자는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말을 남긴다. 그리고 서둘러 갓바위 부처를 향해 108배에 나선다. 합장하는 세 남자의 표정이 어느때보다 편안해 보인다.

영남일보 김점순 시민기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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