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는 자기를 떠나 세상이란 큰집 향하는 것”(세계일보)_2010.10.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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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0-10-20 09:15 조회7,774회 댓글0건본문
단기출가학교장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
2004년 개교해 1350명 졸업…120여명은 실제 출가해 수행
“누구든지 할 수 있는 프로그램…출가문화 대중화에 주력할 것”
대한불교 조계종이 최근 종단 사상 처음으로 출가(出家)를 안내하는 인터넷 사이트(http://monk.buddhism.or.kr)를 개설하는 등 출가를 독려하고 있다. 출가란 말 그대로 속세와의 인연을 정리하는 것으로, 결단과 발심 없이는 택할 수 없는 인생의 중대사다. 그런 점에서 강원도 평창군 오대산 월정사에서 운영하는 단기출가학교는 ‘출가 체험의 현장’이자 실제 출가자를 배출하는 ‘출가의 산실’로 관심을 모은다.
지난 16∼17일 오대산불교문화축전 기간 중 단기출가학교장인 월정사 주지 정념(54·사진) 스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출가에 대해 “자기라는 조그마한 집을 떠나 세상이라는 큰 집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운을 뗀 정념 스님은 “출가자, 수행자의 삶이란 자기를 해체하고 사회에 헌신하고 봉사하는, 맑고 향기로운 삶”이라고 강조했다.
2004년 월정사 주지로 부임한 정념 스님은 부임 첫해부터 세상사람들의 발걸음을 산중으로 돌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산속으로 들어가 은둔하는 출가, 세상과의 단절을 뜻하는 출가가 아니라 잠시 산중에 왔다가 달라진 모습으로 세상 속으로 다시 향하는 출가를 떠올렸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단기출가학교. 매년 4회(분기별 1회), 한 회 1개월 과정으로 진행되는 단기출가학교는 출가를 마음먹은 속세인들에게는 출가 생활을 미리 경험할 수 있는 기간이다. 또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는 정신적 평화와 위안을 통해 자신을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단기출가학교는 2004년 9월 개교 이래 올 7월까지 모두 25회 졸업생을 배출했다. 1350명 졸업생 가운데 120여명은 실제 출가해 선원 등에서 수행하고 있다. 현재는 26기생이 입교해 이달 말까지 승려가 되기 위한 기본교육에 매진 중이다. 자영업자, 변호사, 교사, 교수, 대학생, 작가, 타 종교인 등 이곳을 거쳐간 이들은 직업과 연령대도 천차만별이다.
입교하면 남성 행자는 모두 삭발을 한다. 여성 행자의 삭발은 원하는 사람에 한해 시행된다. 속세의 ‘계급장’을 벗어버리고 모두가 동등한 행자 자격으로 하나된 가운데 이들은 새벽 4시부터 일과를 시작한다. 일과는 주로 예불, 참선, 간경, 백팔대참회(백팔배) 등으로 하루 종일 꽉 짜여져 있다. 오후 9시 일과를 마친 이들은 개인 정리 등을 한 뒤 10시에 취침에 들어가는 생활을 반복한다.
정념 스님은 “세간에서 편안하게 생활한 사람은 힘들다고 느끼겠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며 “다만 말없이 묵언 수행해야 한다는 게 어렵다면 어려운 점일 것”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을 하다 입교해 과정을 마쳤다는 25회 졸업생 주명숙(50)씨는 “몇 킬로미터를 세 걸음 걷고 한 번 절하는 삼보일배를 계속하며 참회하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일상의 삶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삭발을 한 단기출가학교 학생들이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
정념 스님은 “졸업생의 10% 정도가 실제로 출가했다”며 “출가하지 않더라도 세상 속에서 더 큰 자아를 추구하며 출가자와 같은 마음으로 살아가면 그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단기출가학교의 의의를 설명했다.
“출가 문화를 대중 속으로 확산시키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한 정념 스님은 “앞으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일주일 출가프로그램을 만들어 소개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월정사 단기출가학교 (033)339-6616.
평창=신동주 기자 rang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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