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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사 단기출가학교 10년(법보신문) 2014.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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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4-09-23 09:49 조회8,21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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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사 단기출가학교 10년
김형규 기자  kimh@beopbo.com
출가(出家)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집과 세속을 떠나 불문에 들어 수행함이라고 나온다. 말 그대로 출가는 스님이 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몸이 속세를 떠나는 것이지만 타오르는 욕망을 모두 비울 때 진정한 출가는 완성된다. 시인 ‘고은’은 세상을 향해 “무욕(無慾)만한 욕심이 없다”고 말했다. 시인의 말처럼 출가는 인간이 꿈꿀 수 있는 가장 큰 욕심일지도 모른다. 삼국통일의 초석을 쌓은 뒤 홀연히 출가한 신라 법흥왕과 진흥왕처럼 적지 않은 왕들이 안락한 삶을 버리고 불문에 들었다. 이 또한 출가에 담긴 역설이다. 그러나 출가는 결단과 근기가 필요하다. 많은 이들이 출가를 꿈꾸지만 못하는 것은 세간의 유혹을 떨쳐 버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불문에 드는 출가자는 갈수록 줄고 있다. 그래서 불교계의 근심 또한 깊다.
 
2004년 이후 2000여명 수료
출가에 대한 세간의 관심 반영

조계종 출가자 급감에 골머리
승가타락이 출가 꺼리는 원인


그러나 출가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최근 월정사 단기출가학교가 개교 10주년을 맞았다. 월정사는 2004년 9월13일 불교계 최초로 단기출가학교를 열었다. 단기출가학교에 들어가면 30일 동안 스님들의 출가를 경험하게 된다. 스님들의 치열한 행자교육의 과정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 외출과 서신교환, 전화를 사용할 수 없다. 가족과의 면회도 불가능하다. 어기면 엄한 경책이 따르고 심하면 퇴방도 당한다. 매일 예불과 울력은 물론 삼배일보로 자갈길의 고통을 극복하는 적멸보궁 참배와 삼천배가 이어진다. 출가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나 휴식의 개념으로 접근하면 하루를 견디기 힘들다. 편안함을 추구하는 나약한 현대인들을 감안하면 오는 사람이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10년 동안 벌써 2000여명이 출가학교를 거쳐갔다.

월정사 단기출가학교는 처음부터 화제였다. 많은 이들이 각종 매스컴을 통해 평범한 우리 이웃들이 출가학교에서의 수행을 통해 덜어내고 비워가며 맑아지는 모습을 경이롭게 지켜봤다. 그러면서 함께 마음을 비우며 공감했다. 단기출가학교의 인연은 수료로 끝나지 않았다. 30일 출가의 인연은 기수별로 맺어져 서로를 경책하면서 함께 도반의 길을 걷고 있다. 또 더러는 큰 발심을 일으켜 수행자의 길을 가는 사람도 적지 않다. 지난 10년 동안 이런 인연을 계기로 조계종에 출가한 스님이 150여명에 이른다. 월정사의 성공사례에 힘입어 교육원 또한 2012년부터 청년출가학교를 열고 있다. 해남 미황사에서 열린 청년출가학교는 올해 3회째로 40여명의 정원에 300명 가까운 청년들이 몰려 애를 먹고 있다. 청년출가학교 참가를 계기로 출가한 청년들이 벌써 여럿이다.

조계종에 출가한 스님은 대략 1만3000여명 안팎이다. 2000년대 매년 400여명에 이르던 출가자는 2010년을 기점으로 200여명으로 줄었다. 종단에서는 위기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출산율 저하가 근본원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꼭 그것만은 아닌 듯싶다. 월정사 단기출가학교가 걸어온 10년의 세월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 김형규 부장
선지식으로 추앙받던 송담 큰스님이 최근 탈종을 선언했다. 절이 타락하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서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출가자가 급감하는 것이 발심하는 사람이 줄어서만은 아닌 것 같다. 승가의 타락으로 출가를 망설이고 있는 이들이 오히려 많을  것이다. 큰스님마저 교단을 떠나는 마당에 줄어드는 출가자를 고민하는 것은 백번 양보해도 낯간지러운 일이다. 줄어드는 출가자를 걱정하기에 앞서 교단의 정화를 고민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가 아닐까 싶다. 

김형규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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