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_대구매일신문]俗世로 돌아오기 위해 속세를 뜨다'…월정사 단기출가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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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단기출가학교 작성일10-05-06 16:26 조회8,235회 댓글0건본문
俗世로 돌아오기 위해 속세를 뜨다'…월정사 단기출가의 세계 | |
단기출가생들은 새벽달과 별이 속삭일 때 일어난다. 오대산 중턱 상원사 위 적멸보궁(寂滅寶宮:석가모니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법당)에서는 새벽 3시에 목탁이 울린다. 월정사는 목탁소리로 새벽 3시 30분 하루의 시작을 알린다. 10여분가량 울리는 목탁소리에 모두 깊은 잠에서 깨어난다. 크게 아프지 않으면 예외란 없다. 월정사 큰 법당 적광전(寂光殿)에서 새벽 예불을 올리는 시간은 새벽 4시. 이렇게 시작된 하루는 밤 9시면 마무리된다. 속세에선 9시 뉴스 할 시간인데 꿈나라로 간다. 새벽 3시 30분부터 밤 9시까지 이들 단기출가생들은 어떤 일과를 보낼까. 또 어떤 특별한 연유(緣由)를 갖고 한달 가까운 스님생활을 자처한 걸까. 궁금증을 품고 1박 2일 동안 이들 세계로 들어갔다. 21기 단기출가생들이 수료를 앞둔 19, 20일 월정사에 머물며 이들의 생활을 엿봤다. 밤 9시에 자려고 하니 참 갑갑했다. 그래도 산사인지라 30분 뒤척이니 잠이 왔다.
◆17시간 30분 동안 뭐 하나 새벽 3시 30분부터 밤 9시까지 꼬박 17시간 30분. 길다, 길어. 단기출가생들은 이 시간 전체가 수행의 과정이다. 밥 먹고 청소하는 시간은 물론이다. 숨 쉬고 걷는 것조차 마음을 깨끗이 하기 위한 수련인 것. 7~10일 정도가 지나야 몸이 이 생활을 받아들인다. 스님생활에 약간 적응한 것. 또 남은 시간은 자신을 들여다보고 내적 성찰에 성찰을 거듭해야 한다. 17시간 30분 해부. 오전 3시 30분~4시 기상 및 세면, 4시~4시 30분 새벽예불, 4시 30분~5시 30분 나를 닦는 108배(생명의 소리), 5시 30분~5시 50분 간상운력(식사준비), 6시~6시 30분 아침 발우공양, 6시 30분~7시 도량청소, 7시 10분~8시 10분 경행(걷기 수행), 8시 10분~10시 50분 상강례(불교경전 읽기) 및 불교강의, 11시~낮 12시 간상운력 및 점심, 12시~오후 1시 경행, 1~4시 간경 및 사경(경전읽기 및 쓰기), 특강(주지 및 교육스님) 4시 15분~5시 소임별 청소 및 세탁, 5시 10분~6시 간상운력 및 저녁 발우공양, 6시 10분~7시 저녁예불, 7~8시 참선(오대광명 발원문), 8시~8시 30분 수행일기, 8시 30분~9시 숙소이동 및 취침준비.(벤다이어그램 형식 또는 표 형태의 일과표 그래픽 요망) 만만찮은 하루일과다. 하루 몇 마디 할까. 10마디 이내가 대부분일 터. 묵언(默言) 수행을 하며 글을 써서 의사표현을 하는 출가생도 적잖다. 이들은 노란색 명찰에 '묵언'이라고 적어놨다. 그래도 옆에 짓궂은 단기출가생도 있다. '괜찮다. 기자가 묻는데 말해라.' 그 묵언 수행자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작은 노트에다 기자의 질문에 대한 짤막한 답들을 써 줬다. 밥 먹는 것도 철저한 수행이다. 물 한 사발로 식사 후 밥 한 톨, 고춧가루 하나 남기지 않고 먹어치우고 닦아야 한다. 고춧가루 하나라도 남을 경우 그 찌꺼기가 남은 물을 다 같이 나눠 마셔야 한다. 이 기간 중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삭발식과 삼보일배, 그리고 수료 전날 하는 삼천배. 불가에선 '무명초'라고 하는 번뇌의 산물인 머리카락을 잘라 이를 전나무 숲 쉼터 삭발탑에 기수별로 묻은 뒤, 1㎞에 이르는 숲길을 삼보일배로 가는 것. 눈물이 한없이 쏟아지는 첫 관문이다. 삼천배는 밤 9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오로지 부처님께 절만 하는 고행의 마지막 관문. 다음날 1시간도 눈을 붙이지 못한 채 수료식에 참석해야 한다. 왜 이런 생활을 할까. 이들 단기출가생들의 사감 역할을 하는 인례사 스님과 청중 비구니 스님은 "내면의 깊은 곳을 발견하고 용맹정진하기 위해 온 분들이기 때문에 엄격하게 통제된 생활 속에서 자기 수련을 해야 한다"며 "스스로 구도자의 생활을 하러 온 분들이기에 한달 동안 스님 되기가 어려워도 잘 참아내는 편"이라고 말했다.
◆출신지역도 사연도 각양각색 전국 사찰 중 처음으로 단기출가 프로그램을 정착시킨 월정사. '한달간 스님 되기'는 벌써 21기. 1년에 4기수(계절별)가 배출된다. 벌써 6년째다. 1달간 세상과의 연을 끊고 오대산 사찰에 살아야 하는데 비용도 적잖다. 60만원. 매 기수 정원은 50~60명. 그런데도 전국 곳곳에서 지원자들이 몰려 매 기수별 평균 경쟁률이 5, 6대 1에 이른다. 이번 기수 역시 이력이 화려하다. 단기출가 사연도 대다수 한편의 드라마다. 출신별로 살펴보면 미국에서 날아온 2명과 제주에서 온 3명 그리고 대구에서도 7명이나 왔다. 대구가 타 지역보다 불심이 센 곳이라는 게 이곳 스님들의 얘기. 그외 서울 및 경기도, 전라도, 충청도 등 16개 광역시·도에서 입성했다. 법명으로 들어본 사연과 감상은 이랬다. 참고로 이번 기수의 법명에는 남성 행자는 '일'(一), 여성 행자는 '중'(中)자를 공통적으로 넣었다. "10일간 참회의 눈물을 쏟았습니다. 노름 등 온갖 행태로 아내를 고생시킨 것이 후회됩니다. 다시 집으로 가면 힘들어도 함께해 준 아내에게 한없는 사랑을 주고 싶습니다."<일진 행자> "살면서 이런 경험 꼭 해보고 싶었습니다. 불자도 아니지만 100% 강압 군대가 아닌 100% 자발 출가를 통해 자신을 더 일깨우고 싶었습니다."<일휴 행자> "미국에선 기독교인들이 너무 많아 불자 생활에 방해가 있습니다. 월정사에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 모국에서 불자 30년에 새 경험을 하고 싶었습니다."<일승 행자> "제주도에서 왔습니다. 집사람이 희귀병에 걸려 외출도 안 됩니다. 같이 의기소침하지 않으려, 제 맘 닦으러 몰래 컴퓨터 메인화면에 편지를 써놓고 나왔습니다."<일심 행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 인근에 살아요. 인생의 중요한 갈림길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데 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왔어요. 아직 답은 찾지 못했어요. 삼천배 하면 답이 나오겠죠."<중담 행자> "직장 다니는데 휴직하고 불교의 수행자 체험에 나섰습니다. TV 다큐 프로그램에서 단기출가를 소개했는데 꼭 와보고 싶었어요."<중견 행자> 이들은 제각각 사연을 담고 왔다. 하지만 누구에게 털어놓고자 온 것은 아니다. 내면에 있는 진정한 자아에게 '난 누구인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 '뭘 진정 원할까' '이 난관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 묻고 또 묻는 과정이었다. 답과 해결책을 찾는 것도 각자의 몫. 대구 출신으로 단기출가 1기생인 신현임 단기출가학교 담당은 "벌써 단기출가생만 1천여명에 이르며 이 중에는 실제 출가해 스님이 된 이들도 100명 가까이 된다"며 "스님이 되기 위해 온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깨닫고 정진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인생의 큰 전기가 마련되거나 자신이 변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권성훈기자·월정사 단기출가학교 제공
※ 단기출가의 하루 일과
오전 3시30분~4시 기상 및 세면 4시~4시30분 새벽예불 4시30분~5시30분 나를 닦는 108배(생명의 소리) 5시30분~5시50분 간상운력(식사준비) 6시~6시30분 아침 발우공양 6시30분~7시 도량청소 7시10분~8시10분 경행(걷기 수행) 8시10분~10시50분 상강례(불교경전 읽기) 및 불교강의 11시~12시 간상운력 및 점심 12시~오후 1시 경행
오후 1~4시 간경 및 사경(경전읽기 및 쓰기)특강(주지 및 교육 스님) 4시15분~5시 소임별 청소 및 세탁 5시10분~6시 간상운력 및 저녁 발우공양 6시10분~7시 저녁예불 7~8시 참선(오대광명 발원문) 8시~8시30분 수행일기 8시30분~9시 숙소이동 및 취침준비.및 취침준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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