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_문화일보]부처님 오신 날 특집 - 현대인과 수행(1기 명선법우님의 출가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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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단기출가학교 작성일10-05-06 16:11 조회6,238회 댓글0건본문
<부처님 오신 날 특집-현대인과 수행>
명 선 월정사 단기출가학교 1기 수료 |
집을 나와 삭발염의(削髮染衣·머리카락을 깎고 승복을 입음)하고 불문에 들어감을 출가라 한다. 그 엄청난 결심이 따르는 일에 첫발을 내딛는 것이 어찌 일생일대의 거사(巨事)요, 거사(擧事)가 아니랴. 이런 큰일 앞에 ‘단기’라는 시간 제한이 붙은 출가를 하고 오대산 월정사에 개설한 단기출가학교에 입학하여 한 달 동안 행자(行者)로서 공부와 수행을 하고 졸업했다. 스님들이 온몸을 던져 평생을 바치고도 못 미치는 그 일에 한 달이란 기간은 짧기도 하거니와 넓고도 깊은 불법의 바다 한 기슭에 잠시 손을 담가본 데 지나지 않으리라. 그러나 그 만나기 어렵다는 미묘한 불법을 만난 것은 물론이거니와, 한 달 동안 우리 행자들을 인도하고 가르치신 스님들, 그리고 대중생활을 공유했던 행자 도반들과의 만남의 인연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이 짧고도 긴 출가를 거침으로 하여 행자들의 삶의 행로에 일어났을 변침의 인연을 헤아린다면 참으로 그 고리는 끝없이 긴 것이 아니었을까 한다. 세속에 물든 무명초(無名草·머리카락)를 깎아다 묻고 삼귀의(三歸依·불, 법, 승에 귀의함)와 오계(五戒·불자들이 지켜야 할 5가지 계율)를 받고 주지 스님으로부터 발우를 받아들 때 어깨에 떨어지는 계율의 무게와 함께 모든 것에 낯설고 서툴기만 한 행자생활이 시작된다. 새벽 3시 반 기상에서 시작해 밤 9시 취침까지 꽉 짜여진 일과가 하루하루 진행되면서 처음 행자복 옷고름 매는 데도 어설프던 행자들은 가랑비에 옷 젖듯 불법에 물들어간다. 참선 간경(看經·불경을 소리 없이 읽음)과 묵언정진을 배우고, 다양한 근기를 지닌 행자 집단의 이기와 이타가 상충하는 대중생활을 공유함으로써 몸에 밴 습(習)을 누르고 생활을 통한 계율 실천을 시험하며 몸에 익힌다. 이런 불교 공부와 수행에 더하여 오랜 풍상과 수행을 거쳐온 스님들의 언행과 거동에서 풍기는 범접할 수 없이 먼 듯하면서도 가깝고 따스한 ‘사람’의 체취에서 산 부처님들을 만나고, 오직 절집에서만 누릴 수 있는 청복(淸福)에 마음은 한없이 청정해진다. 불교의 뜻이 높은 교학과 깊은 수행에 있다고 할진대 이 한 달의 ‘단기출가’ 동안 드넓은 불법의 바다에서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어디까지 닦고 나갈 수 있을까. 오직 행자들 마음마다 진리의 씨앗을 받아 지니고 나가는 것만으로도 더 바랄 수 없는 일이 아닐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돌아보면 그 한 달 심안 속 깊이 박혀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며 삶의 굴레에서 헝클어지기 쉬운 마음의 가닥을 졸라매고 닦달하게 하는 수많은 영상들이 있다. 새벽의 어둠을 가르고 천지에 울려 퍼지며 중생의 무명을 깨우는 범종과 법고의 여운, 촛불 올리고 향 사르며 청아한 목청을 돋우어 합창하는 ‘지심귀명례(至心歸命禮·지극한 마음으로 불보살과 선지식에게 귀의함)’, 오체투지 하고 양손을 받들어 부처님께 올리는 절, 물안개 피어오르는 오대천 계류를 끼고 천년 전나무 숲길을 걸으며 송백(松柏)의 향기에 취하는 아침 공양 후 행선, 하늘 가득 새벽별들이 빛나고 새들도 잠에서 깨어나기 전 쇄락(灑落·기분이 상쾌함)한 금강연 물소리 아득히 벗하여 묵언정좌로 삼매에 드는 법륜전의 좌선, 비 오는 법륜전 낙숫물 소리 곁들여 법당 용마루 너머 옅은 안개 휘날리는 앞산의 숲을 바라보며 드는 차 한잔의 지족(知足), 폭음·폭식 하는 세속의 식사문화를 반성하고 먹는다는 고마움을 일깨우는 정갈하고 엄숙한 발우공양의 미학, 일자일배(一字一拜)의 사경(寫經)을 통하여 반야심경의 묘의를 되새기며 심안에 그리던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의 묘연(渺然)한 세계…. 단기출가를 마무리하는 삼천배와 철야 용맹정진을 거치며 행자들은 참회의 눈물을 흘렸고 졸업 후 산문을 나설 때 행자들은 저마다 불자로서의 다짐과 결의로 눈빛이 형형했다. 이 짧은 출가 긴 인연이 이어져 정식 출가의 길에 나아가 공부 중이라는 도반들의 소식을 접할 때마다 ‘모두 성불하여지이다’하며 간절히 빌고 있다. <前 한아엔지니어링 부회장> 기사 게재 일자 2008-05-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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