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성 젖은 안일한 삶에 창조와 활력 불어 넣어
“누군가가 내게 한 달이나 되는 기간 동안 절에 가서 뭘 배우고 오셨습니까하고 묻는다면 나는 그저 말없이 그의 두 눈을 바라보며 미소 짓고 싶다. 그래도 굳이 한 마디를 구하려 한다면 이렇게 대답하련다. 나, 그곳에서 다시 태어났노라고.” (월정사 단기출가생의 수행기 중에서)
단기출가가 단순한 수행체험을 넘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고 있다. 2004년 이후 꾸준히 단기출가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는 월정사, 정토회, 대구 한국불교대학대관음사, 부산 반냐라마 등을 통해 단기출가에 동참한 인원은 지금까지 2600여 명 이상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의 연령, 직업, 이유는 제각각이고 단기출가를 마친 감회도 그만큼 다양하지만 공통적인 목소리 가운데 하나는 바로 “삶의 전환점이 되었다”이다.
단기출가는 상좌부불교계와 같이 일정기간 삭발하고 승복을 입은 채 수행자의 생활을 직접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마련된 새로운 신행프로그램이었다. 단기출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찰들도 단기출가가 단순한 출가체험이 아닌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백일출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정토회에서는 참가대상자를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사람’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백일출가-지금 이 순간 새로운 세상’이라는 타이틀도 단기출가가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임을 제시하고 있다.
단기출가학교가 마련돼 있는 월정사에서도 ‘스님이 되기 위한 예비과정인 행자생활’이라며 ‘단기출가 수행기간을 휴양의 개념으로 생각하고 입산하시려는 분은 참가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단순한 출가 생활 체험이 아님을 명백히 하고 있는 것이다.
월정사 단기출가학교장 정념 스님은 “타성과 안일에 젖은 삶의 자세를 주체적이고 창조적인 정신으로 바꾼다는 단기출가의 진정한 의미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결과”라며 “특히 세상에 대한 회피나 탈출구처럼 여겨지기도 하는 출가에 대한 왜곡된 시선이 바로잡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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