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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스님(최경자)의 ‘불교의 호흡법에 관한 연구’(중앙승가대)는 초기불교 문헌인 ‘아나빠나사띠숫따’의 16단계, ‘잡아함경’의 16단계를 시작으로 아비달마 문헌 ‘대비바사론’ ‘잡아비담심론’ ‘구사론’ ‘순정리론’의 6단계와 대승문헌 ‘유가론’ 중 ‘성문지’의 5단계 호흡 수행 방법 특징에 대한 고찰이다. 호흡 수행이 몸을 따르는 수신인지, 마음을 따르는 수심인지에 대해서도 ‘잡아함경’을 중심으로 전승 변화를 연구했다. 스님은 들숨날숨은 몸과 마음을 의지하는 곳인 외문(外門)과 내문(內門)을 의지하는 곳으로 구분하고, 외문은 지식념 수행이 가능한 유식지로 내문은 지식념 수행이 불가능한 무식지로 보았다. 이어 들숨날숨 수행은 욕계와 석계 초선(初禪)에서 삼선(三禪)까지 수행하는 방법임을 규명한 뒤, 색계 사선(四禪)에서 멸진정에 이르는 과정에서 호흡수행은 불가능하며 오직 내문에 의해 숨을 쉬는 것으로 파악했다.
불교 호흡법 전승 변화 연구 출가학교 긍정적 영향 고찰 ‘제사도’서 불교적 방식 발굴
‘화엄경’ 평생교육사상 도출 신라밀교사 활동·법맥 추적
해운 스님(김정귀)의 ‘현대 한국불교의 출가 연구-월정사 단기출가 경험자 사례를 중심으로’(중앙승가대)는 단기출가 경험이 출가에 미치는 요인에 대한 실증적 규명이다. 이를 위해 스님은 월정사 단기출가 수료자 가운데 출가한 수행자를 연구 대상자로 선정, 지난해 8~11월 인터뷰·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대다수 대상자들은 실제 출가 수행생활을 앞두고 단기출가학교에 입학한 것이 출가에 대한 두려움을 덜 수 있을 뿐 아니라 교리를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했다. 더욱이 단기출가학교에서의 경험들이 출가를 결심하기까지의 과정을 단축시켰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때문에 출가학교는 출가자 감소 문제를 해결하는 실천적 대안이 될 수 있으며, 나아가 경전교육 중심에서 벗어나 젊은이들을 겨냥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는 지적이다. 또한 실제 출가 수행생활을 앞두고 점검 차원에서 출가학교에 입학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프로그램 표준화 작업이 절실하다는 설명이다.
변대용 박사의 ‘다불사상의 현대적 수용과 실천방안 연구-(재)만불회 불교운동사례를 중심으로’(동방문화대학원대)는 시대별로 변천한 다불사상과 불타관의 현대적 응용 양상을 만불회의 사상이념과 실천행, 현대사회에서의 구현 등을 통해 고찰한 논문이다. 초기불교에서부터 대승불교에 이르기까지의 불타관을 세밀하게 살핀 변 박사는 수행과 포교가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는 현대불교에서 만불회의 활발한 신행활동에 주목했다. 만불회는 도심불교, 생활불교, 실천불교를 강령으로 수행·전법의 대중불교 운동을 펼쳐오고 있다. 특히 이상에도, 현실에도 걸림 없는 이사무애·사사무애 정신을 바탕으로 공덕과 복덕 가득한 불국정토를 이루고자 서원을 세우고 궁극적으로는 불보살이 되는 신행을 지속한다는 목표를 지향하고 있어 이 시대에도 귀감이 돼주고 있다. 변 박사는 21세기 한국불교는 물론 세계불교에서도 이러한 만불회의 역할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보았고, 이를 통해 불국정토 실현을 위한 불법홍포, 인간존엄 가치 실천, 견성성불운동 전개 등을 제안했다.
변영희 박사의 ‘구운몽에 나타난 불교사상과 마음치유 요소 연구’(동방문화대학원대)는 ‘구운몽’에 대한 기존의 부귀영화·일장춘몽의 절망·허무적 서사해석과 달리 불교적 시각에서 자아성찰과 깨달음의 사유를 통한 마음치유 가능성을 살펴본 연구다. ‘구운몽’이 최고 수준의 불교사상과 유교사상이 융합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연구자들은 이런 점을 간과해 표면적 주제나 주변적 의미를 작품의 핵심 주제로 잘못 판단해왔다 게 변 박사의 분석이다. 오히려 ‘구운몽’이 구현하는 서사가 ‘금강경’을 비롯한 불교경전서 널리 언급된 구름·꿈의 비유, 그리고 불교수행법과 연결돼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결말부분은 부정적 시각에서 긍정적 시각으로 대상을 조망하고 성찰하는 의미를 지니는데, ‘구운몽’ 읽기는 통해 삶의 소중함에 대한 인식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현 박사의 ‘조선 후기 제사도 연구’(경주대)는 유교식 제사 실천을 위한 그림으로 여겨졌던 감모여재도(제사도)에 유교뿐 아니라 불교적 방식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힌 논문이다. 정 박사는 이를 원당도(願堂圖)라는 개념으로 분류했으며, 이에 따라 기존 제사도를 원당도, 감모여재도, 영위도로 나눠 논의했다. 현존 자료상 제사도의 초기 형태는 정 박사가 제시한 원당도이며, 유교식 제사도는 원당도에서 점차 불교적 요소가 사라지고 유교적 요소가 가미되면서 형태가 변형됐다는 주장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조선 후기 서민들의 제사는 불교적 방식을 고수해왔는데 19세기 후반에 들어오면서 유교적 제사 방식으로 전환됐다. 사대부들과 달리 서민들은 19세기 후반이 돼서야 비로소 유교식 제사의 새로운 전통을 시작했던 것이다. 여기에서 서민 제사의 모습은 보수적이며 불교적 전통성이 강하게 유지됐음을 살펴볼 수 있는데, 유교를 받아들인 지 400년 지난 시점에서도 여전히 불교식 제사를 지내고 있다는 점은 사대부를 제외한 계층에서 유교로의 전환이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방증하고 있다.
법조 스님(최효순)의 ‘화엄경의 교육사상 연구’(고려대)는 대승불교의 대표적 경전이자 우리 민족 문화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쳐온 ‘화엄경’의 교육사상이 주는 시사점에 대한 고찰이다. 스님은 ‘화엄경’의 교육적 인간상을 지혜롭고 자비로운 주체적 인간으로 보았으며, 요익중생을 멈추지 않겠다는 보살행에 교육적 이념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를 통해 ‘화엄경’이 내포하는 교육사상으로 상생교육사상, 영성교육사상, 전인교육사상, 생태교육사상, 평생교육사상을 도출했다. 이어 ‘입법계품’의 선지식을 통해서는 진리의 안내자 등의 7가지 바람직한 교육자 자세를 제시했다. 나아가 53선지식과 선재동자 구도행의 가르침은 신뢰의 관계, 호응의 관계, 상호성장하는 관계, 진리에 헌신하는 관계 등의 교육적 상호작용에 그 핵심이 있다고 밝혔다. 때문에 ‘화엄경’의 교육사상은 오늘날 교육문제 해결의 핵심 키워드가 될 뿐 아니라 차후 대두될 상생·영성·전인·생태·평생교육에 바람직한 지향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연민 박사의 ‘신라 밀교사상사 연구’(국민대)는 화엄·유식·선종 등의 불교사상 연구 비해 부진함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신라밀교에 대한 체계적 분석이다. 신라불교 전개에 있어 밀교는 주도적 위치에 있지 못했고, 자료 또한 부족해 그간 관련 연구가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김 박사는 주류에 대한 연구만이 가치 있는 게 아니며, 오히려 신라 밀교사상사 연구를 통해 고대 신라사회의 다양성을 증명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신라밀교가 초기밀교를 바탕으로 성립해 단절되지 않고 중기밀교를 흡수, 고려밀교로 이어졌다는 점에 주목해 중국·일본과는 다른 신라만의 특징으로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김 박사는 신라 최초의 밀교승려인 밀본(密本)을 시작으로 명랑, 혜통, 선무외, 금강지, 불공 등 스님들의 활동과 법맥을 고찰했다. 이들의 활동은 신라불교에서 주도적 위치가 아니었던 밀교가 불교계 전반으로 영향력을 미치도록 만들었다. 김 박사는 지권인의 비로자나불상과 오대산신앙 성립, 다라니신앙 확산, 왕건과 연결된 정통 밀교교단 신인종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