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출가 20기 졸업식에서 참가자들은 출가의 의미를 새롭게 느끼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
3000여 명 입교해 행자 체험
10%인 300명 출가 이끌어
연중·연령별 출가학교로 변모
우리나라 사찰은 불교 신행의 공간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속세의 번뇌를 끊고, 잠시나마 자유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머리나 깎고 출가나 할까’란 말은 ‘농사나 지으며 살까’란 말과 함께 속세의 고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대중들의 말이다. 하지만 농사를 쉽게 지을 수 없듯이 출가 또한 쉽게 할 수 없다. 이 또한 또 다른 인연이 닿아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 대중들이 좀 더 쉽게 출가를 경험할 수 있게 하는 장이 있다. 바로 월정사 단기출가학교다. 월정사 단기출가학교가 7월 23일 50기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 세상에서 사람 몸으로 태어나기 어렵고, 사람 몸으로 태어나서 불법 만나기는 더욱 어렵다’는 출가학교의 표어처럼 단기출가학교는 진정한 출가의 의미를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2004년 9월 개설됐다.
월정사 단기출가학교에서는 남성은 모두 삭발하며, 여성은 희망자에 한해 삭발한다. 행자과정을 체험하는 일이기에 스님들과 선문답을 나누는 시민선방이나 템플스테이의 연장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 예불하고, 5시에 108배와 참선, 6시 30분에 발우공양, 7시 20분에 운력 및 도량 청소, 9시 강의, 11시 20분 점심 공양, 12시 30분 걷기, 13시 30분 강의, 16시 소임별 운력, 17시 20분 저녁 공양, 18시 30분 저녁 예불, 19시 정진, 21시 취침으로 이어지는 말 그대로 행자생활을 그대로 가져왔다.
빡빡한 일정에도 개설 당시부터 행자생활을 체험하는 단기출가학교는 인기였다. 접수 10일만에 600명이 신청해 조기마감하기도 했다.
단기출가를 통해 그동안 동경해 오던 출가생활을 경험한 불자들은 13년간 3000명에 달했다. 이중 10%인 300명이 출가했다. 출가를 하지 않더라도 사찰을 비롯한 불교계에서 종사하거나 불자로서 봉사로 회향의 삶을 사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50기 동안 출가학교는 지속적으로 변화해 왔다. 최근에는 매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연중 출가학교로 변모했다. 성격도 세분화해 50대 이상을 대상으로 한 ‘황혼기 나도 출가학교’를 비롯해 가족출가학교, 주부 여성 출가학교, 마음출가학교, 청년 출가학교, 외국인 출가학교 등을 운영하고 있다. 6개월 이상 장기 출가학교도 운영 중이다.
50기 졸업식에서는 새로운 변화 지점이 시사됐다. 단기출가학교를 개설한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은 50기 행자들에게 ‘비워낸 후 또 다시 채워 세상을 청정하게 하는 삶’을 살아가기를 당부하며 “시대 흐름과 사회 변화에 맞춘 단기출가학교의 발전에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월정사는 10월 11일부터 1주일간 황혼기 나도 출가학교를 운영한다.
노덕현 기자 noduc@hyun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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