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은 희망 확인한 시간
백만원력 결집으로 토대 마련
위례 세종 등 중대한 불사 추진
조만간 가시적 성과 나타날 것
문화재 전통사찰 규제 개선 시급
한국불교 중흥 위한 기반 닦겠다
제36대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이 9월28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전임 총무원장의 중도 사퇴 등 혼란한 종단 상황 속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당선된 이후 소통과 화합의 종책을 펼쳐 종단안정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년,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각계각층의 인사들과 만나 한국불교와 조계종단의 미래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들은데 이어 불자 백만명의 원력이 모이면 못이룰 일이 없다며 백만원력 결집불사를 선포했다. 전통문화 보존을 위한 국가법령과 정책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꾸준히 전개해 왔으며, 이웃종교와의 교류 활동과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행보를 과감히 보여왔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취임 1주년을 앞두고 불교신문과 가진 특별인터뷰에서 지난 1년을 바탕으로 한국불교의 중흥 시대를 열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여정을 모든 종도들과 함께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특별인터뷰는 9월17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총무원장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 취임 1년을 맞는 소회가 어떤가. 지난 한 해 동안 불안정했던 종단을 다시 안정적으로 정상 궤도에 올려놨다는 평가가 많다.
“종도들 덕이다. 이해해줘 고맙고 배려해줘 감사한 마음이 크다. 막상 총무원장 소임을 살아보니 총무원장 소임이 갖는 무게가 막중하다는 걸 느낀다. 지난 1년 동안 종단의 많은 구성원을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의 인사들과 마음을 열고 종단 발전을 위해 대화를 나눴다. 그 과정에서 종단 안정에 대한 사부대중의 간절한 바람과 한국불교의 희망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걱정도 많다. 그 간절한 발원을 마음에 계속 담으려 한다. 그 마음으로 종단 발전을 위해 진력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년은 한국불교 발전에 대한 희망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시간이었다고 본다.”
- 가장 눈길을 끄는 사업 중 하나가 ‘백만원력 결집불사’다. 하루 100원씩 보시하는 불자 100만 명을 모으겠다는 건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업이라 들었다.
“맞다. 한 사람 한 사람 원력이 모여 백만명을 이루고 그 원력이 모이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을 것이고, 찬란한 부처님 세상을 열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백만원력 결집불사’를 역점 사업으로 꼽은 이유는.
“탈종교화 문제는 한국사회가 갖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특히 한국불교는 고령화, 탈종교화, 세속화라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런 때일수록 시대적 상황과 급변하는 사회에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된다고 생각한다. 아직 이런 부분에서 우리 종단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한국불교가 의미 있게 존재하고 부처님 가르침을 더 빛나게 하기 위해서는 대승보살의 원력을 모아내는 것이 우선이다. 원력 보살 한 사람, 한 사람이 우리 종단의 희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백만원력 결집불사’는 보시바라밀을 시작으로 부처님 가르침을 정립하고 널리 교화하기 위한 기반이 될 수 있다.
다른 의미로는 자리이타를 사회적으로 실천하는 활동을 열어가고자 하는 것이다. 한 방울의 물이 모여 강을 이루고 마침내 큰 바다가 되듯이 우리 불자 한 명 한 명의 원력이 모이면 한국불교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미래를 환하게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
- 백만원력 결집불사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일들이 무엇인가.
“경주 남산 열암곡에 쓰러져 있는 통일신라시대 마애불을 일으켜 세우는 일, 계룡대 영외법당을 짓는 일이다. 몸이 아픈 스님들이 있어도 편히 쉴 수 있는 요양병원 하나 종단에 없다. 부처님의 깨달음 성지인 인도 부다가야에 한국 사찰 하나 찾기 어렵다. 그 기반을 만들고 싶었다. 급하게 생각하진 않는다.
차근차근 진행되면 언젠가 큰 힘이 될 거라 생각한다. ‘백만원력 결집불사’ 뿐 아니라 세종과 위례신도시 불사, 10ㆍ27법난기념관 건립 불사도 마찬가지다. 신도시에 거점 포교당을 세우는 일도 종단이 해야 할 중요한 일이다. 빛을 볼 수 있도록 여러 가지로 노력하고 있다.”
- 위례신도시와 세종시 등지에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종단불사는 언제쯤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날 수 있나.
“세종시 전통문화체험관, 불교문화유산 보존처리센터를 짓는 세종‧위례신도시 사업의 구상과 방향은 이미 결정됐지만 실제 계획대로 사업을 진행하는 게 그리 간단하지 않다. 건축허가 하나 받는 것도 쉽지 않다. 다만 종단에 꼭 필요한 일인 만큼 임기 내 첫 삽을 뜰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다.
10ㆍ27법난기념관 건립 사업도 마찬가지다. 조만간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종단 사업에 대해 국회 정각회, 청불회 등 관계기관 및 단체를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일을 꾸준히 하고 있다.”
- 종단 현안과 관련된 일을 여쭐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국립공원 내 문화재구역입장료 문제, 전통사찰을 비롯한 전통문화 계승발전을 위해 관계 기관과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문화재구역 입장료와 관련해서는 종단 차원에선 처음으로 지난 6월 입장문을 발표했다. 강경한 어조로 대책 마련을 요구했고 7월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만나 관련 사안을 포함해 불교와 연계된 국가 법령 제ㆍ개정에 관심을 보여 달라는 의견도 전했다. 문화재위원 축소에 대한 문화재청 입장도 들었다. 지난 8월 정재숙 문화재청장이 직접 총무원을 찾았고 일방적으로 문화재위원을 축소한 것에 대해 사과 의사를 표시했다. 각 분과에 문화재위원을 위촉하겠다는 약속도 받았다.
지속적으로 소통하려고 한다. 전통사찰에 대한 각종 규제개혁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정부와 의견을 교환하고 있고 정부에서도 불교계 현안에 대해 관심을 갖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 전통, 그리고 민족문화 보존관리 주체인 불교계 의견이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는 생각은 확고하다. 종단 입장이 소홀함 없이 정부에 전달되고 대정부 현안 문제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하겠다.”
- 승가교육, 승려복지에 대한 큰그림을 갖고 있지 않나.
“출가자가 점점 줄어드는 것에 대한 고민이 깊다. 종단에서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교육기관이 먼저 바로서야 한다. 현실적으로 접근해 실용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빠른 시간 내 교육정책을 바로 세우는 일이 필요하다. 교육을 마친 스님들이 걱정 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본다.
조계종 스님이라면 출가에서 열반까지 병고와 노후에 대한 걱정 없이 누구나 안정적인 수행환경에서 정진해야 한다. 현재 종단 스님이라면 누구나 입원 진료비, 요양비, 국민연금보험료 등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평생 불교를 위해 헌신한 스님과 불자들을 위한 불교전문요양병원과 요양원 건립도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
- 남북문제, 해외 국가와의 교류 등 대사회적 활동에 대한 기대도 높다.
“남북관계가 여전히 경색 국면이지만 올해 초 신년기자회견에서 밝힌 것처럼 ‘신계사 템플스테이’ 실현에 대한 희망은 여전히 강하다. 지난 2월 금강산에서 강수린 조선불교도연맹 중앙위원장과 만나 구체적 사업에 대해 이야기했고 공식 서한을 전달했다.
통일부ㆍ문체부 장관을 비롯해 국회의원 등 정ㆍ관계 인사들에게도 지속적으로 관심과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템플스테이 사업에 대한 북측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다양한 채널로 노력하고 있다.
해외 국가와 문화교류 사업도 소홀히 하지 않으려 한다. 그 일환으로 지난 6월 일본 삿포로에서 한일불교문화교류대회를 진행했다. 200여 명 참석자들과 직접 만났다. 10월엔 중국에서 열리는 한중일불교우호교류회의를 앞두고 있고 11월에는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을 방문한다. 국가를 넘어 종교 간 이해와 화합을 다지는 일에 소홀함이 없도록 애쓰고 있고 지속적인 만남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 이웃종교 지도자들과도 허물없이 지낸다고 들었다.
“화합하고 소통하려 한다. 지난 6월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의장으로 선출된 후에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 8월 무주 안국사에서 각 종교 지도자들과 함께 워크숍도 가졌고 얼마 전 독일 린다우에서 열린 ‘제10차 세계종교인평화회의’에서는 이웃 종교인들과 한국 대표로 참가했다. 당시 세계 125개국에서 온 900명 종교인들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 종교계 노력에 지지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종교를 넘어 서로 이해하고 화합하려고 한다.”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 ‘나눔의집’ 원장으로 오랫동안 소임을 보면서 크고 작은 행사 때마다 빠지지 않고 참석해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피해 할머니들을 배려하는 모습이 따뜻하게 느껴진 적도 많았다. 총무원장 소임을 맡은 후에는 그런 인간적인 모습을 볼 기회가 적은 것 같다.
“아무래도 종단의 총무원장으로 있다 보니 스스로 경직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소임이 소임이니 만큼 매사 신중해진다. 종단의 중차대한 여러 사안들을 접하다보면 아무래도 이성과 원칙을 우선하게 된다. 결정은 한순간이라도 그 여파가 미칠 수 있는 영향들을 고민하게 된다. 때문에 어떤 사안들을 결정하는 데 있어 아직 여유를 갖기보다 조금 더 냉정하게 보려고 한다. 변명 밖에 안 되지만 그렇게 비춰졌다면 이해해주길 바란다.”
- 취임 당시 “당선의 기쁨 보다 종단과 불교계의 엄중한 현실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새로운 불교의 모습을 제시하겠다”고 했다. 그 무거움이 느껴진다. 앞으로 약 3년 임기가 남았는데 종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비 오는 날에도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고 하지 않나. 마음에 들지 않고 소소한 잘못이 있어도 이해해 달라. 늘 최선을 다하겠다. ‘새로운 불교의 모습’은 그리 거창하지 않다. 그동안 우리가 알면서도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해나가는 것이 새로운 모습이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임기 중 ‘백만원력 결집’ 불사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길 원한다. 백만 명을 단숨에 모을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종단 미래를 위해 백년대계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책무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10월5일 화엄사에 이어 6일 동화사에서 열리는 ‘백만원력 결집불사 대법회’를 시작으로 월정사 등 전국 교구본사를 찾는다. 취지를 직접 알리고 동참을 구할 생각이다. 처음엔 미미하지만 원력이 어느 정도 모일 때쯤이면 한국불교 중흥의 시대가 이미 우리에게 왔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지 않겠나. 최선을 다하겠다.
정리=이경민 기자 kylee@ibulgyo.com
[불교신문3520호/2019년9월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