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빠릅니다. 잠깐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과연 뭘까요. 그렇습니다. 가끔,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세상 속에서 서행할 때도 있어야 하는 법입니다. 익숙한 공간에서 잠시 벗어나기. 그야말로 '힐링로드'로 잠깐 차선을 옮겨보는 겁니다.
단풍의 계절을 앞둔 가을. 숲에 푹 파묻히는 '템플스테이' 쉼표라면 더없이 좋겠네요. 네이버 여행+가 한국방문위원회와 공동으로, 힐링 덕에 웃음 절로 나는 K스마일 힐링 템플스테이 5곳을 선정했습니다. 명품 힐링 코스인 만큼 꼭 한번씩 들러봐야겠네요. 먼저 네이버 여행+ 김수민 여행작가가 꿈을 찾아주는 낙산사 템플스테이 현장을 찾았습니다. 평온했던 그 1박2일을 소개합니다.
초가을 오후 1시. 낙산사는 차분하고 한적했다. 도착하는 순간부터 힐링이 시작되는 기분이다.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은 낙산사 인월료의 대강당에서 시작한다. 사찰과는 떨어져 있지만 반쯤 열린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산바람이 상쾌하다. 시작 시간이 다가오자 15개의 방석이 모두 채워졌다. 서로가 수줍게 웃으며 눈인사를 건넨다. 금발에 파란 눈을 한 소녀부터 이목구비가 또렷한 아랍계 청년, 내 친구와 닮은 중국 학생까지 다양하다. 다리를 쭉 뻗고 앉아 있던 한 금발 소녀는 스님이 강당에 들어서자 얼른 반듯하게 고쳐 앉는다. 스님은 "나는 마음만 받으면 된다"며 "편하게 앉으라"고 조곤조곤 말하신다. 마감에 쫓겼던 마음도, 비로소 편하게 앉는다.
◆ 8년째 이어오는 명품 힐링…당신의 꿈을 찾아드립니다
낙산사의 템플스테이는 올해로 8년째 이어오고 있다. 서울에서 4시간. 꽤나 먼 이곳까지 외국인 여행객들이 몰려드는 이유가 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외국인 템플스테이 지정 사찰로 지정돼 운영 중인 까닭이다.
낙산사 템플스테이는 '휴식형'이다. 이번 템플스테이의 테마는 꿈. 이유가 있다. 꿈을 찾아준다는 전설의 파랑새가 이곳 홍련암 주변에 가끔씩 목격되는 것에 착안한 것이다. 놀랍게 낙산사 창건기에도 이 파랑새가 등장한다. 신라 문무왕 12년 의상대사가 입산 도중 이상한 새를 발견하고 쫓아가는데 새가 석굴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이를 괴상히 여긴 의상대사가 석굴 앞 바닷가 반석에서 기도를 드렸고 7일 만에 바닷속에서 관세음보살이 나타난다. 석굴 속으로 사라진 새가 관음조인 파랑새라는 전설이다.
템플스테이 전용 공간은 '취숙현'. 일반인 출입이 제한되기 때문에 방해받지 않고 고요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공양 시간에는 '식사 수행'을 한다. 이게 기가 막힌다. 평소 5분이면 끝날 식사, 이곳에서는 어림없다. 한 숟가락에 30번씩 곱씹어야 한다. 게다가 묵언 수행. 입을 여는 건 서로에게 방해다. 답답하다. 허나 견딜 만하다. 이렇게 고요하게 참나(본래 모습의 나)를 들여다본 적이 있었던가. 저녁 공양을 마치면 뜨거운 물로 온몸을 깨끗이 씻는다. 저녁 예불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어느새 뉘엿뉘엿 해가 진다. 이곳에서는 해질녘 묘한 의식을 행한다. 지는 해를 바라보며 스님과 법고를 울리는 일이다. 잠깐 시간을 정지해 놓은 이곳 낙산사. 참나를 돌아보는 순간, 고요를 깨는 울림이다. 진중하다. 닫혔던 마음 깊은 곳이 비로소 진동한다.
초가을 오후 1시. 낙산사는 차분하고 한적했다. 도착하는 순간부터 힐링이 시작되는 기분이다.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은 낙산사 인월료의 대강당에서 시작한다. 사찰과는 떨어져 있지만 반쯤 열린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산바람이 상쾌하다. 시작 시간이 다가오자 15개의 방석이 모두 채워졌다. 서로가 수줍게 웃으며 눈인사를 건넨다. 금발에 파란 눈을 한 소녀부터 이목구비가 또렷한 아랍계 청년, 내 친구와 닮은 중국 학생까지 다양하다. 다리를 쭉 뻗고 앉아 있던 한 금발 소녀는 스님이 강당에 들어서자 얼른 반듯하게 고쳐 앉는다. 스님은 "나는 마음만 받으면 된다"며 "편하게 앉으라"고 조곤조곤 말하신다. 마감에 쫓겼던 마음도, 비로소 편하게 앉는다.
◆ 8년째 이어오는 명품 힐링…당신의 꿈을 찾아드립니다
낙산사의 템플스테이는 올해로 8년째 이어오고 있다. 서울에서 4시간. 꽤나 먼 이곳까지 외국인 여행객들이 몰려드는 이유가 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외국인 템플스테이 지정 사찰로 지정돼 운영 중인 까닭이다.
낙산사 템플스테이는 '휴식형'이다. 이번 템플스테이의 테마는 꿈. 이유가 있다. 꿈을 찾아준다는 전설의 파랑새가 이곳 홍련암 주변에 가끔씩 목격되는 것에 착안한 것이다. 놀랍게 낙산사 창건기에도 이 파랑새가 등장한다. 신라 문무왕 12년 의상대사가 입산 도중 이상한 새를 발견하고 쫓아가는데 새가 석굴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이를 괴상히 여긴 의상대사가 석굴 앞 바닷가 반석에서 기도를 드렸고 7일 만에 바닷속에서 관세음보살이 나타난다. 석굴 속으로 사라진 새가 관음조인 파랑새라는 전설이다.
템플스테이 전용 공간은 '취숙현'. 일반인 출입이 제한되기 때문에 방해받지 않고 고요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공양 시간에는 '식사 수행'을 한다. 이게 기가 막힌다. 평소 5분이면 끝날 식사, 이곳에서는 어림없다. 한 숟가락에 30번씩 곱씹어야 한다. 게다가 묵언 수행. 입을 여는 건 서로에게 방해다. 답답하다. 허나 견딜 만하다. 이렇게 고요하게 참나(본래 모습의 나)를 들여다본 적이 있었던가. 저녁 공양을 마치면 뜨거운 물로 온몸을 깨끗이 씻는다. 저녁 예불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어느새 뉘엿뉘엿 해가 진다. 이곳에서는 해질녘 묘한 의식을 행한다. 지는 해를 바라보며 스님과 법고를 울리는 일이다. 잠깐 시간을 정지해 놓은 이곳 낙산사. 참나를 돌아보는 순간, 고요를 깨는 울림이다. 진중하다. 닫혔던 마음 깊은 곳이 비로소 진동한다.
◆ 가을 밤하늘…정말이지 별이 쏟아졌다
절이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 참가자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예불에 임하는 모습을 보니 어쩐지 정겹다. 온돌바닥 잠자리가 불편하지 않겠냐고 묻자 지금 이 순간이 마냥 좋아 문제없다고 웃어 보인다. 새소리와 파도소리를 함께 들을 수 있는 것이 마냥 신기하단다. 가장 인상적인 일정은 별 씻이. 일정이 모두 끝난 뒤 평상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바라본다. 글자 그대로 눈앞에 별이 쏟아진다. 도심에선 볼 수 없는 최고의 힐링이다.
이어지는 다음날. 조금 일찍 눈을 떴다. 관광객이 적은 틈을 타 한적하게 경내를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강원도 산속의 차가운 새벽 공기를 맡으며 천천히 걷는다.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다. '꿈이 이루어지는 길'이라는 입구의 팻말 옆으로 방문객들이 기도와 함께 쌓아올린 돌멩이 탑들이 이어진다. 길 끝에는 바다를 수호하고 있는 해수관음상이 서 있다. 사진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위엄이 압도적이다. 해수관음상 앞에 선 방문객들은 모두 경건하게 두 손을 합장하고 두 눈을 감고 각자의 꿈을 기도한다. 간절함이 역력해 보인다.
아침 공양을 끝내니 말로만 듣던 차담 시간이 이어진다. 1박2일의 모든 일정을 마친 뒤 스님과 차를 마시며 각자의 '꿈'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스님은 참가자 한 명 한 명 모두의 이야기를 듣고 누군가에게는 조언을, 누군가에게는 위안의 말을 건넨다. 외국인들은 통역을 거치지만 스님의 말은 통역을 거치기도 전에 그들에게 박히는가 보다. 통역이 시작되기도 전에 미리 고개가 끄떡여지는 걸 보면. 짧은 시간 친해졌던 멕시코에서 온 엠마는 "낙산사에서의 1박2일은 이제껏 느껴본 적 없는 최고의 시간"이라며 "지쳐 있던 몸과 마음이 차분히 정리됐다"고 만족감을 드러낸다. 내 차례. 스님이 물으신다. 내 꿈. 내 꿈이 뭐였을까? 그냥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을 되뇐다. "그냥, 열심히 사는 거요". 지그시 스님이 웃는다. 손을 꼭 쥐어주신다. 말씀 안 주셔도 마음이 전해진다. 세상의 속도에 치여 꿈조차 생각할 수 없는 내가, 우리들이 안쓰럽다는.
▶▶ 템플스테이 즐기려면 = 불교문화사업단이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테마별 프로그램이 있는 명품 사찰이 전국에 200개가 넘는다. 예약을 원하거나 내용을 보려면 홈페이지 참고. 불교문화사업단은 지난달부터 평창동계올림픽이 개최되는 내년 3월까지를 외국인 템플스테이 특별운영 기간으로 지정했다. 양양 낙산사와 함께 속초 신흥사, 평창 월정사, 인제 백담사, 동해 삼화사 등 빅5 사찰에서 할인된 가격에 템플스테이를 이용할 수 있다.
낙산사 위치: 강원 양양군 강현면 낙산사로 100. 체험형 템플스테이 가격: 7만원.
■ 가을 힐링의 메카 K스마일 템플스테이 빅4
1. 만해 한용운 스님의 발자취를 느껴볼 수 있는 백담사
- 소원을 쌓아올린 돌탑이 계곡을 둘러싼 진귀한 풍경을 볼 수 있다. 백담사의 계곡 돌탑은 전경뿐만 아니라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으로도 유명하다.
위치: 강원 인제군 북면 백담로 746
가격: 10만원
2. 용추폭포와 무릉계곡이 있는 숲 속의 삼화사
- 국내에서 유일하게 천연 한지로 연등을 만드는 '지화만들기'를 체험할 수 있다. 사찰 수행과 더불어 한국의 전통문화를 겸할 수 있어 더욱 특별하다.
위치: 강원도 동해시 삼화동 176
-가격: 7만원
3. 별빛을 받은 대규모 청동 대불이 있는 신흥사
- 밤에는 통일 대불 앞에서 산사의 고요함을 오롯이 느끼며 명상을 즐길 수 있다. 출가한 스님과 템플스테이 참가자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위치: 강원 속초시 설악산로 1137
가격: 5만원
4. 드라마 도깨비에 나온 전나무 숲길의 월정사
- 트레킹 코스가 완만해 아침저녁으로 전나무 숲길 포행을 진행한다. 많은 일반인들이 단기 출가를 하러 일부러 찾아올 만큼 수행하기 좋은 사찰이다.
위치: 강원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로 374
가격: 7만~9만원
※ 한국방문위원회·불교문화사업단·네이버 여행+ 공동기획
[양양(강원도) = 김수민 네이버 여행+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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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이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 참가자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예불에 임하는 모습을 보니 어쩐지 정겹다. 온돌바닥 잠자리가 불편하지 않겠냐고 묻자 지금 이 순간이 마냥 좋아 문제없다고 웃어 보인다. 새소리와 파도소리를 함께 들을 수 있는 것이 마냥 신기하단다. 가장 인상적인 일정은 별 씻이. 일정이 모두 끝난 뒤 평상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바라본다. 글자 그대로 눈앞에 별이 쏟아진다. 도심에선 볼 수 없는 최고의 힐링이다.
이어지는 다음날. 조금 일찍 눈을 떴다. 관광객이 적은 틈을 타 한적하게 경내를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강원도 산속의 차가운 새벽 공기를 맡으며 천천히 걷는다.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다. '꿈이 이루어지는 길'이라는 입구의 팻말 옆으로 방문객들이 기도와 함께 쌓아올린 돌멩이 탑들이 이어진다. 길 끝에는 바다를 수호하고 있는 해수관음상이 서 있다. 사진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위엄이 압도적이다. 해수관음상 앞에 선 방문객들은 모두 경건하게 두 손을 합장하고 두 눈을 감고 각자의 꿈을 기도한다. 간절함이 역력해 보인다.
아침 공양을 끝내니 말로만 듣던 차담 시간이 이어진다. 1박2일의 모든 일정을 마친 뒤 스님과 차를 마시며 각자의 '꿈'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스님은 참가자 한 명 한 명 모두의 이야기를 듣고 누군가에게는 조언을, 누군가에게는 위안의 말을 건넨다. 외국인들은 통역을 거치지만 스님의 말은 통역을 거치기도 전에 그들에게 박히는가 보다. 통역이 시작되기도 전에 미리 고개가 끄떡여지는 걸 보면. 짧은 시간 친해졌던 멕시코에서 온 엠마는 "낙산사에서의 1박2일은 이제껏 느껴본 적 없는 최고의 시간"이라며 "지쳐 있던 몸과 마음이 차분히 정리됐다"고 만족감을 드러낸다. 내 차례. 스님이 물으신다. 내 꿈. 내 꿈이 뭐였을까? 그냥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을 되뇐다. "그냥, 열심히 사는 거요". 지그시 스님이 웃는다. 손을 꼭 쥐어주신다. 말씀 안 주셔도 마음이 전해진다. 세상의 속도에 치여 꿈조차 생각할 수 없는 내가, 우리들이 안쓰럽다는.
▶▶ 템플스테이 즐기려면 = 불교문화사업단이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테마별 프로그램이 있는 명품 사찰이 전국에 200개가 넘는다. 예약을 원하거나 내용을 보려면 홈페이지 참고. 불교문화사업단은 지난달부터 평창동계올림픽이 개최되는 내년 3월까지를 외국인 템플스테이 특별운영 기간으로 지정했다. 양양 낙산사와 함께 속초 신흥사, 평창 월정사, 인제 백담사, 동해 삼화사 등 빅5 사찰에서 할인된 가격에 템플스테이를 이용할 수 있다.
낙산사 위치: 강원 양양군 강현면 낙산사로 100. 체험형 템플스테이 가격: 7만원.
■ 가을 힐링의 메카 K스마일 템플스테이 빅4
1. 만해 한용운 스님의 발자취를 느껴볼 수 있는 백담사
- 소원을 쌓아올린 돌탑이 계곡을 둘러싼 진귀한 풍경을 볼 수 있다. 백담사의 계곡 돌탑은 전경뿐만 아니라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으로도 유명하다.
위치: 강원 인제군 북면 백담로 746
가격: 10만원
2. 용추폭포와 무릉계곡이 있는 숲 속의 삼화사
- 국내에서 유일하게 천연 한지로 연등을 만드는 '지화만들기'를 체험할 수 있다. 사찰 수행과 더불어 한국의 전통문화를 겸할 수 있어 더욱 특별하다.
위치: 강원도 동해시 삼화동 176
-가격: 7만원
3. 별빛을 받은 대규모 청동 대불이 있는 신흥사
- 밤에는 통일 대불 앞에서 산사의 고요함을 오롯이 느끼며 명상을 즐길 수 있다. 출가한 스님과 템플스테이 참가자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위치: 강원 속초시 설악산로 1137
가격: 5만원
4. 드라마 도깨비에 나온 전나무 숲길의 월정사
- 트레킹 코스가 완만해 아침저녁으로 전나무 숲길 포행을 진행한다. 많은 일반인들이 단기 출가를 하러 일부러 찾아올 만큼 수행하기 좋은 사찰이다.
위치: 강원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로 374
가격: 7만~9만원
※ 한국방문위원회·불교문화사업단·네이버 여행+ 공동기획
[양양(강원도) = 김수민 네이버 여행+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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