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걷고 싶은 길_네이버캐스트(2010.05.14) > 언론보도


마음의 달이 아름다운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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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걷고 싶은 길_네이버캐스트(2010.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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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0-06-21 14:56 조회10,37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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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무르익을 무렵이면 떠오르는 길이 있다. 월정사 전나무숲이다. 일주문에서 절까지 이어진 이 숲길은 절로 가는 길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 전나무의 곧추선 기상은 상념을 통렬히 깨트리는 죽비처럼 장쾌하다. 그러나 이 길이 끝이 아니다. 월정사에서 다시 길이 시작된다. 몇 해 전 계곡을 따라 상원사로 가는 옛길이 다시 열렸다. 오대산에 석가모니의 사리를 모신 후 스님들이 부처의 향기를 쫒아 오르던 길이다. 이 길의 이름이 천년의 길이다.

 

 

 

적멸보궁과 그곳을 감싼 네 봉우리를 합해 ‘오대’

오대산 옛길은 부처를 찾아가는 길이다. 석가모니의 몸에서 나온 진신사리는 양산 통도사, 오대산 상원사, 설악산 봉정암, 사자산 법흥사. 태백산 정암사 등 모두 다섯 곳에 모셔졌다. 이를 ‘오대 적멸보궁’이라 불린다. 이 가운데 오대산의 적멸보궁은 중대라 불리는 곳이다. 이는 오대산의 중심을 뜻한다. 중대와 중대를 감싸고 돈 4개의 봉우리를 합쳐 ‘오대’라 부르고, 이것이 오대산이란 이름이 됐다. 중대를 찾아가던 길은 한 때 잊혀졌다. 모든 길은 편리함의 상징이 된 자동차에게 내줬다. 그러나 숲과 길, 자연에 대한 성찰이 깊어지면서 잊혔던 길이 살아났다. 월정사~상원사를 잇는 옛길도 천년의 길로 부활했다.

 

부도밭이 잣나무 숲 가운데 정갈하게 둥지를 틀었다. 월정사에 주석했던 고승대덕들이 한 점 흙으로 돌아가고 남은 표상이다.
오대산에 석가모니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후 이 산은 속세를 떠나려는 불자들의 사상의 거처가 됐다.

 

  

찻길에 묻혔다 다시 복원된 옛길

산사의 새벽. 월정사 일주문부터 길을 잡는다. 전나무숲길에는 차분한 아침 공기가 흐른다. 불자 몇이 산책을 왔다가 소리도 없이 돌아간다. 계곡은 아직 신새벽인데, 월정사에만 아침 햇발이 쏟아진다. 명당이란 이런 것을 두고 이르는 것일 게다. 어디 이뿐인가. 오대산의 오대 암자 모두 천하의 명당에 자리한다.


월정사를 뒤로 하고 옛길을 찾아간다. 전나무숲에 들어앉은 부도밭에도 눈길을 준다. 부도밭 곁에 ‘오대산장 4km'라 적힌 작은 안내판이 있다. 안내판에는 ‘봄이 오면 이 길을 맨발로 걸으리라’는 글귀도 있다. 비포장도로만 따라 간다면 맨발로 걸어도 좋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길 앞으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보인다. 월정사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다. 아침을 맞아 천년의 길 산책에 나선 모양이다. 일행 가운데는 벽안의 이방인이 있다. 그들은 동산교를 건너자 오른쪽으로 사라졌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옛길로 접어드는 것이다.

 

 

섶다리와 징검다리 건너며 옛길 가는 즐거움

길은 계곡 오른편으로 나 있다. 계곡에서 바라본 오대산은 이제야 봄빛이 돌기 시작했다. 남도에는 꽃소식이 끊기고, 초록이 지천이지만 오대산은 5월 중순이 지나야 산이 봄빛으로 물든다. 그 전까지는 그저 전나무와 금강송만이 독야청청 푸르다. 1km쯤 갔을까. 징검다리를 건넌다. 장정 둘이 마주 건너도 남을 만큼 널따란 바위들이 놓여 있다. 큰비가 와도 끄떡없을 것처럼 보인다. 천년의 길을 따라 가면 징검다리를 몇 번 건너게 된다. 이 징검다리는 모두 천년의 길을 복원하면서 새로 놓은 것들이다. 길은 계곡을 건너기 무섭게 다시 계곡을 건너간다. 이번에는 나무를 엮어 만든 다리를 넘는다. 다리가 걸린 계곡의 풍광이 아름답다. 이처럼 아름다운 계곡을 눈길도 안 주고 차를 타고 휑하니 상원사로 가는 이들이 안타깝다. 길은 계속 계곡 오른쪽으로 이어진다. 아늑한 오솔길이 얼마간 이어지다 이번에는 섶다리가 마중을 나온다. 아침 산책을 나온 탬플스테이 참가자들은 이 다리를 건너 돌아갔다. 섶다리를 지나서도 여전히 걷기 좋은 오솔길이 이어진다.

 

스님과 탬플스테이 참가자들이 나무다리를 건너가고 있다. 봄이 깊어지는 숲과 계곡에서 세상사의 상념은 잠시 접어두고
자신과 마주하는 일은 뜻 깊다.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오대산장~상원사는 차량과 사람이 함께 가는 길

다시 징검다리를 건너갔을 때다. 길이 사라졌다. 차들이 연신 오가는 비포장도로만 기다리고 있다. 하릴없이 그 도로를 따라 걸었다. 300m쯤 걸었을까. 다시 계곡을 건너는 다리가 나온다. 차도 오갈 수 있는 시멘트 다리다. 그 다리를 건너자 텃밭이 있고, 정겨운 산막도 있다. 길은 산막을 지나서 키 낮은 잣나무 사이로 이어진다. 그 길의 끝에 다시 징검다리가 나온다. 그 다리를 건너자 오대산장이다. 오대산장부터는 상원사로 가는 비포장길을 따른다. 주말에는 차량이 제법 많다. 이 때문에 자연미를 추구하는 이들은 오대산장에서 발길을 맺음하기도 한다. 그러나 내친걸음이다. 숲에 초록이 드는 기운을 느끼며 천 년 전 깨달음을 찾아 길을 나선 불자를 떠올려본다. 오르막도 아니고, 평지도 아닌 딱 걷기 좋은 길은 하염없이 계곡을 따라 가다 상원사와 만난다. 절 입구에 조선 세조가 목욕을 할 때 의관을 걸어놨다는 조그만 비석이 서 있다. 그때 문수보살이 등창으로 고생하던 세조의 등을 닦아주어 씻은 듯이 낫게 했다고 했던가. 그런 기적이 아니라도 숲길을 걷는 동안, 마음에 깃든 녹진한 마음의 때는 벌써 씻겨 내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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