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템플스테이 동행 취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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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연수국 작성일18-03-01 16:22 조회5,788회 댓글0건본문
세상의 번뇌를 잠시 이 밖에 놓아두고 일주문으로 들어선다. 고즈넉한 산사의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눈발이 나린 설악산의 높다란 산새가 마치 카메라 줌이라도 당겨보듯 눈앞 가까이에 펼쳐진다.
한파경보가 연일 발령됐던 매서운 이번 겨울, 속초 신흥사로 템플스테이를 떠났다. 대만 불광대학교, 남화대학교 학생 38명과 함께 겨울의 산사로 내 안의 평화를 찾아 떠나는 여행길에 올랐다.
속초 신흥사에서 템플스테이 체험 중인 대만 불광대학교, 남화대학교 학생들. |
시끄럽고 발 빠른 초시계처럼 머물 줄은 모르고 달음박질만 치는 일상을 잠시 접어두고 들어온 세상은 고요함으로 가득 찼다. 낯설지만 불편하지 않은, 비어있지만 편안함으로 채워진 시간이었다.
너무 춥지는 않을까, 이른 새벽 예불이 힘들지는 않을까 절에 들어오기 전 했던 고민들이 무색하게 느껴질 만큼 산사에서 맞이하는 시간들은 편안하게 내면으로 스며들어왔다.
절에 들어와 간단한 안내 교육을 마치고 수련복으로 갈아입은 후 저녁 공양 시간을 맞이한다. ‘공양’이란 부처님과 부모나 스승, 조상에게 공경하는 마음으로 공물을 올리는 것을 뜻한다. 밥을 먹는 일을 공양한다고 하는 것은 누군가 공양한 음식을 먹으며 그 은혜를 잊지 않는 것, 밥을 먹으면서도 마음을 바르게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학생들은 사찰의 예법에 따라 조용히 공양을 하고 자신이 먹은 그릇을 닦는다. 스님의 말씀에 따라 참선하는 법을 배우고 명상의 시간을 가져본다. 눈을 감고 곧게 앉은 자세에서는 편안함과 함께 결연함마저 느껴진다. 타국의 문화를 존중하며 어긋남이 없이 따르는 이들의 모습에 나 자신을 조용히 되돌아본다.
스님께 참선을 배우고 있는 학생들. 영어, 중국어 전문 통역가가 동행해 템플스테이를 깊이있게 이해하는데 한층 가까워졌다. |
학생들이 절의 예법을 배우고 수행하는 데 언어로 인한 불편함이 없었다. 외국인 전문 사찰 템플스테이에는 절에 외국인 전문 인력이 배치돼있다. 낯선 나라의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동화되는 데에 통역의 도움은 컸다.
첫날 마지막 순서로 마음을 다스리며 108개의 염주를 만드는 시간을 가졌다. 린징지아(Lin Jing-Jia) 씨는 “일반 여행과는 달리 경험할 수 없는 것을 해보는 템플스테이가 마음에 들어 신청했다.”고 참가 이유를 밝혔다.
그는 “이곳에 와보니 내 자신을 내려놓고 스스로를 찾을 수 있는 곳이란 느낌이 들었다. 염주알을 꿰면서 미래의 꿈을 하나씩 담아 꿰었다. 앞으로 삶에서 어려움이 닥쳐도 용감하게 헤쳐나갈 수 있으리란 용기가 생긴다.”고 참가 소감을 밝혔다.
강원도는 한국불교문화사업단과 함께 예불, 공양, 염주 만들기 등의 체험 프로그램이 담긴 올림픽 특별 템플 스테이를 월정사, 신흥사, 낙산사, 백담사, 삼화사 등 5개 사찰에서 운영한다. |
새벽 예불은 의무일정은 아니었다. 희망하는 사람을 묻는 질문에 10명 안팎의 손이 올라갔다. 새벽 4시에 일어나 4시 반에 시작하는 새벽 예불에 참가자 중 4분의 1 가량이 자원한 것이다.
알람이 없으면 일어날 수 없는 시간이었다. 새벽 4시에 잠자리에 들어본 적은 있으나 기상해본 적은 없는 낯선 시간이었다. 새카만 산사의 밤하늘에 총총히 박혀 있는 별을 올려다본다. 실로 오랜만에 보는 별이 가득한 풍경이다. 잊고 살았던 그 밤하늘의 풍경에 그대로 시선을 빼앗겨 버려 조용하고 까만 새벽이 무섭지도 않았다.
예닐곱의 대만 학생들과 함께 법당으로 들어섰다. 스님이 두드리는 목탁과 염불 소리가 잠들어 있던 정신을 고요히 깨운다. 불자가 아닌 이들도 여럿 참가했다. 불자이고 아니고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타국의 문화를 배우는 것이든, 무언가를 발원하는 것이든 이들의 새벽 예불은 경건함으로 가득 찼다.
뒤돌아보니 어제 인터뷰했던 린징지아 씨는 경건히 새벽 예불에 임하고 있다. 스님이 한글 음가로 독경하는 반야심경도 한자를 보며 따라 읊어낸다. 그의 신심이 거울이라도 되듯 내 안의 소란스러움을 비추고 걷어간다.
새벽 4시 반 새벽 예불에 참여한 린징지아(가운데) 씨와 대만 참가자들. |
새벽 예불을 조용히 마치고 하늘을 올려다보니 여전히 쏟아질 듯한 별들이 그대로 박혀있다. 정말 아침이 가까울수록 어둠은 더 깊은가 보다.
새벽 예불에 참여했던 대학원생 황휘타이(Huang hui-tai) 씨는 “새벽 예불을 드리며 오늘 하루를 잘 보냈으면, 내 마음이 평화로웠으면 하고 빌었다. 한국의 사찰은 고요하고 전통적인 느낌이 많이 들어 정말 ‘수행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모두 선량하고 좋은 것 같다. 특히 자원봉사자들이 너무 고맙고 좋다.”고 말했다.
2017년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외국인 수는 7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전통문화 콘텐츠는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는 관광콘텐츠 중 하나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
타이 퀸(tai-qing) 씨는 “이번 여행을 통해 불자가 아닌데도 불교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었다. 한국의 전통문화를 접해보려 졸업 전에 꼭 한국에 오고 싶었는데 드디어 오게 됐다. 이곳 산사의 풍경이 너무나 인상적이다.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의 케이팝이나 한류문화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지만 한국의 자연과 전통문화에는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젊은 학생이라고 해서 당연히 전통문화 대신 한류문화를 좋아할 것이라 생각한 건 착각에 불과했다.
산사의 고요한 아침 풍경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
2017년 한 해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외국인은 7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한류의 인기와 소모성, 우리나라만의 관광 콘텐츠 개발에 대해 사회적으로 많은 고민이 있는데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 콘텐츠가 중요한 열쇠가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관광공사, 강원도와 함께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대회를 관람하기 위해 강원도를 방문할 여행객을 위한 다양한 연계 관광 프로그램으로 꾸려진 ‘평창 여행의 달’을 준비했다.
국가적 행사인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고 국민들이 행복한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강원도 내 올림픽·패럴림픽 개최 지역과 인근 지역에서 다양한 여행혜택과 프로그램으로 꾸려진 평창 여행의 달(2월 9일~3월 18일)이 38일간 진행된다. |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일인 2월 9일부터 패럴림픽 폐막일인 3월 18일까지 입장권 소지자 및 동반 1인에 대해 템플스테이 참가비를 최대 80% 할인해 준다. 대상 사찰은 양양 낙산사, 인제 백담사, 속초 신흥사, 평창 월정사, 동해 삼화사 등 강원 지역 5개 사찰이다. 2017년부터 평창동계올림픽을 준비하며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일인 2월 9일부터 패럴림픽 폐막일인 3월18일까지 평창여행의 달 특별 이벤트로 입장권 소지자 및 동반 1인에 대해 템플스테이 참가비를 최대 80% 할인해 준다. |
사찰탐방과 스님과의 대화 이후 108배까지 마친 학생들은 다시 그들의 삶 속으로 돌아갈 준비를 마쳤다. 새로운 문화와 자연을 접하고 한결 가벼워진 마음과 함께. 평창여 행의 달에 아름다운 강원도의 자연 속으로, 일상의 소란스러움을 비워내는 명상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비워낸 만큼 무언가를 채워 돌아오는 따뜻한 겨울여행이 되리라 추천해본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진윤지 ardentmithr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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