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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달이 아름다운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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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순아, 오빠가 깨닫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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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앞싹 작성일11-01-20 17:03 조회12,403회 댓글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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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제야 좀 한숨 돌리고 앉았네요.
월정사 다녀온 다음날 아침부터 정말이지 정신없이 바빴습니다.
워낙 하는 일이 불규칙한 사람인지라, 일정이 몰릴 때는 연속으로 지방 출장이 잡히기도 하는데
이번이 딱 그랬네요. 그것도 아주 심하게 빡센...잠도 거의 못 자는 상황의 연속이었죠.
그런데도 이번엔 피곤함이 짜증으로 번지지 않고, 비교적 수월하게 일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예전엔 바쁘고 힘들때면 공연히 주변 사람들에게 짜증과 불평을 쏟아내기 일쑤였거든요.
아무래도 이게 다 수행의 힘인 거겠죠?^^

먼저, 처음부터 끝까지 저희들을 따뜻이 맞아 주고 이끌어 주신 주임님과 연운님께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두 분 편안하게 웃는 모습이 많이 닮아 보였어요.
언젠가 다시 찾아가더라도 기꺼이 그 좋은 웃음을 보여주실 수 있겠지요.^^

여전히 좀 어렵긴 하지만, 두 분 스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마치 담임 선생님처럼 2박3일을 지도해 주신 해욱스님.
바닥에 엎드리고 풀어져 떠들다가도 스님만 나타나면 다들 정신 차리고 똑바로 앉았었죠.ㅋ~
둘째 날 참선수련 지도해 주신 부공 스님.
눈빛이 너무나 형형하여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네요.
두 시간여 동안 들려 주신 모든 말씀, 정수리에 찬물을 부은 듯했습니다.
물론 그 말씀을 어찌 다 이해할 수나 있었겠나요?
아주 부분적으로만, 쬐끔 알아들었을 뿐.^^

일요일 오후 도착한 서울은, 그야말로 포근한 봄날이더군요.
월정사에서 맞은 추위에 비한다면 -17도쯤이야 가소로운 거죠.
적응력 200%입니다.^^
차에서 내리는 우리 모자를 먼저 맞이해 준 건 마당의 '복순이'입니다.
작년 겨울 이사올 때 전 주인이 버리고 간 녀석이죠.
반가워서 어쩔 줄 모르는 녀석을 보며 아들은 손을 번쩍 들고 외치더군요.

"복순아, 오빠가 깨닫고 왔다아~!"

이따금 싱거운 소리도 곧잘 하지만, 진짜 우습기도 하고...
과연 뭘 깨달았을까 궁금해지기도 하더군요.
거실로 들어서니 남편과 작은 강아지 '하루'가 반겨줍니다.
마치 먼~여행에서 돌아온 듯, 어린아이처럼 들뜨고 떠들썩한 분위기로
종알종알 월정사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남편에게 들려줬습니다.
남편은 낮잠의 여운이 채 안 가신 얼굴로, 그저 웃기만 합니다.
"어, 그래~ 좋았겠네." 하면서요.
(내년에 꼭 보내야겠습니다. 젤로 추운 날을 골라서..)

그런데 우리 정범이 하는 짓이 정말 가관입니다.
말끝마다 " 글쎄 난 깨달았다니깐."
"어허~! 내 말을 못 믿어? 난 지금 부처가 빙의된 몸이라구!"
하는 겁니다. (감히.. 그런 엄청난 말을!)
예불때 했던 경전 가운데 몇 구절을 혼자 주절거리질 않나...
이를테면 반야심경이라든지, "착하도다, 착하도다...'하는 부분을 특히.ㅋㅋ(혹시 착해지고 싶은 마음?)
그러면서 원각경에서 부처님이 들려준 얘기가 무슨 뜻인지 나름대로 나한테 설명해 줍니다.
뭐... 어설프긴 하지만 영 틀리지도 않은 것 같고,
나름대로 정말 깨달은 바가 있었는지...^^

아닌 게 아니라, 월정사 다녀온 후의 아들이 조금 변했습니다.
한결 부드럽고 편안해진 눈빛, 목소리 톤도 아주 밝고 명랑해졌더군요.
짜증과 볼멘 소리도 거의 없구요.(하긴,  내가 바빠서 못 보는 시간이 많긴 했네요.)
하지만 전엔 몇 번이나 잔소리를 해야 겨우 움직이던 녀석이
이제 '알아서' 할 일을 챙기는 모습도 보입니다.
참 기가 막힌 게, 이 녀석이 요즘 진짜로 공부를 하지 뭡니까?
그동안은 진짜 하는 척만 했었는데요.
팽개쳐 둔 책들을 차곡차곡 정돈하고, 영어 단어와 한자, 수학공부도 하고.책도 읽고..
 
맞습니다. 이건 자랑입니다.^^
본인도 글쎄 월정사 다녀오기 이전과 이후의 역사는 다르다고 강조하네요.
일단은 엄마로서 무척 고맙고 다행인 게 사실이고..
물론 이 약발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진 봐야겠지만,
애들 공부 안 한다고 안달인 부모들한테 템플스테이 적극 권해야겠어요.^^

시간이 없어서, 월정사에서의 기억들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는데
틈나는 대로 그때 들었던 마음과 느낌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려 합니다.
그 때 만났던 모든 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어디서든 행복하고 건강하시기를 바래요.



댓글목록

앞싹님의 댓글

앞싹 작성일

어라!  아이디가 '앞싹'으로 나오네요. 오타입니다. 등록할 때 그랬나 봐요.
제대로 된 이름은 '잎싹'입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이라는 동화의 주인공 이름이지요.
본명은 김수연이고요.^^

월정사 지킴이님의 댓글

월정사 지킴이 댓글의 댓글 작성일

잎싹님!
안녕하세요.
월정사 지킴이입니다.
닉네임을 '잎싹'으로 수정해 드렸습니다.
글이 너무 재미있고 현장감이 있어서 쉼표도 무시하고 단숨에 읽어버리고 말았네요.
애고 숨차라!!!
닉네임은 한 번 정하면 30일 이내에는 본인이 수정할 수 없도록 되어 있어 부득이 제가 수정해드렸습니다. 잎싹의 이름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저도 마당을 나온 암탉이라는 동화를 꼭 읽어봐야겠는걸요.

잎싹님!
그리고 깨달음을 얻으신 귀여운 아드님!
내년에 제일 추운날로 골라 월정사에서 템플스테이 당하실 불쌍한(^^) 아니 행복한 남편분!
모두 모두 새해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부처님께 발원합니다.

나무 석가모니불_()_
나무 석가모니불_()_
나무 시아본사 석가모니불_()_

원감 해욱스님님의 댓글

원감 해욱스님 댓글의 댓글 작성일

저는 만화 제목인줄 알았네요. 글을 읽어보니 불교에서 말하는 소 찾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네요. 참으로 보기 좋은 글입니다. 강력 추천 !  ^^ _()_

수행원주임님의 댓글

수행원주임 작성일

안녕하세요~ 수연 님.^^ 아드님의 "내적 성장"에 반갑움이 물씬 묻어나는 글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이들에게도 보다 넓은 세상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또한 템플스테이가 아닌가 싶은데, 초심자를 위한 참선 템플스테이 잘 보내고 가셨네요.
날씨가 무척 추운 덕분에(?) 또한 무언가를 얻을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언제 또 마음의 기운을 충전하러 들리세요. 따뜻한 차 한잔 드리겠습니다.  날마다 좋은 날 되세요. 나무 아미타불 관세음보살 _()_()_()_

김수연님의 댓글

김수연 작성일

지킴이님, 닉네임 고쳐 주셨군요. 감사합니다.
게다가 저희 가족을 위해 부처님께 발원해 주시니 그 또한 감사!!^^
반갑게 저의 후기를 읽어주신 해욱스님, 주임님께도 감사드려요.

올해는 정말 좋은 일이 많으려는지, 어제 축구교실에 다녀온 아들이 막 흥분해서 자랑을 하더군요.
생애 최초의 골을 넣었다구요. 그것도 그냥 연습이 아닌 다른 팀과의 '시합'에서요.
비록 수비수지만 아들의 지난 학기 동안의 목표가 그 '한 골!'이었거든요.^^
그 소원을 어제 풀었다지 뭡니까.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좋아하는 모습에 덩달아 기분 좋아지더라구요.ㅋㅋ

수행원 연운님의 댓글

수행원 연운 댓글의 댓글 작성일

안녕하세요 김수연님,
휴가를 다녀오니 마음에 꽉차는 흐뭇한 글이 올라와있군요^^
생애 최초의 골을 넣은 아드님도, 생애 최초의 수행을 하셨던 김수연님도
이번 겨울 모처럼만의 따뜻함을 지니실 수 있게 된 것 같아 마음이 매우 좋습니다~
다음에는 가족분들이 다같이 오셔서
나름 후배인 아버지께 정범군이 보여주는 의젓한 템플스테이가 될 수 있었음 좋겠습니다^^

수행원동운님의 댓글

수행원동운 작성일

복순에게,,,,,,,, ㅠㅠ
복 순 아~~~~~~~~!!아아
니 오빠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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