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정사에서의 첫 템플스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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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말뚝이 작성일11-02-23 01:06 조회12,472회 댓글2건본문
딸래미가 정월대보름에 다녀온 월정사 이야기를 듣고 사진을 보며 감탄하다가
저도 용기내어 신청을 하고 동생과 함께 일박이일 훌쩍 다녀왔습니다.
정성스럽게 절하는 법을 배우고 예불을 드리며 범종소리로 가슴을 울리며 조용히 걸음을 걸었습니다.
새벽 4시 30분에 법당에 모두 모여 가만히 범종의 아침을 깨우는 소리에 귀기울이며 이 귀한 시간의 선물에 감사드렸습니다.
아직 잠에서 덜 깨어 텅 빈 내 머리와 가슴에 이런저런 생각들 대신에 맑은 종소리만 가득 채워졌습니다.
내 마음과 몸이 재부팅되는 것 같았습니다. ^^;;
새벽예불을 드리며 어떤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하루하루 시작하는 아침마다 나는 웃어야겠다.
귀한 하루의 시간을 선물로 받았으니 한아름 종합선물셋트를 받은 아이의 마음으로 감사하게 활짝 웃어야겠다.
전날 밤이 아무리 괴롭고 어수선한 불면으로 지샜다 하더라도 다시 먼동 트는 새벽이면 말간 얼굴로 일어나 앉아
다시 웃어야겠다.
나와 함께 할 우리 아이들에게도 아침마다 새로 만나는 사람처럼 반갑게, 처음처럼 정성껏 그렇게 매일매일을 시작해야겠다.
며칠 전까지 펑펑 내려 가득 쌓인 눈이 봄기운처럼 훈훈한 온도에 녹아내려 월정사 경내는 온통 물바다였습니다.
졸졸졸 눈 녹은 물이 흘러가는 소리, 발 디딜 때마다 얼음이 깨어지고 부서지는 요란한 소리, 단청지붕 기왓장 골마다 줄줄줄 녹은 눈이 낙숫물처럼 햇살에 반짝이며 떨어지는 소리....어느새 세상은 봄을 느껴보라고 훈훈한 기운을 마구 뿌려주었습니다. 아! 봄이다! ^^
아직도 녹지 않은 전나무숲 얼음길을 조용히 혼자 걸으며 눈으로 보는 것 귀로 듣는 소리에만 집중했습니다.
미끌미끌하지만 천천히 한 발 한 발 걸으면 넘어지지 않습니다.
빨리 가지만 않으면 넘어지지도 않고 길을 잃지도 않으며 주변의 새소리 물소리 나무의 향기도 마음껏 마실 수 있습니다.
이젠 새 학기 시작할 준비가 된 듯 합니다. ^______^
추신:
저의 아이들과 동생 가족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신 해욱원감스님,
소소한 이야기에도 공명해주시며 미욱한 저희들에게 말씀 들려주셔서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행복했습니다.
처음뵙는 스님께 별별 이야기를 다 드려 조금 창피하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했습니다.
스님과 차를 마신 시간에 제 마음이 무장해제를 당한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수련하러 혹은 휴식하러 종종 달려갈 것입니다.
동운선생님 연운선생님의 따뜻한 보살핌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절 하는 법 인사하는 법과 묵언, 차수, 안행 모두 일상에서도 실천할 것입니다.
동운선생님 너무 미안해 하셔서 오히려 제가 더 죄송했습니다. ^^ 진심으로 저 아무렇지 않아요.ㅎㅎㅎ
(덕분에 저녁에 동생이 맛있는 저녁을 사주었습니다.)
남양주에서 정현주 올림.
댓글목록
수행원 연운님의 댓글
수행원 연운 작성일
안녕하세요 정현주님!
마음의 재부팅이 잘 되셨는지 모르겠네요~^^
따님이신 추세연님께서 체험하신 것처럼 다양한 프로그램은 아니었지만,
그보다 더한 양식을 구하신 듯하여 다행입니다.
오대산의 자연을 한 몸에 안아가셨네요~
날이 조금 더 따뜻해지면 월정사가 다른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그때는 온 가족 함께 오셔서 푸르른 오대산에서 다시 리셋 하시길 바랍니다^^
원감 해욱스님님의 댓글
원감 해욱스님 작성일다음에는 두 따님하고 같이 오셔서 많은 이야기도 나누시고 즐거운 시간되셨으면 합니다. 올 한해 아이들을 위해 많은 관심과 지도 부탁드립니다. 따듯한 봄날 꼭 뵙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