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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달이 아름다운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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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사의 달빛이..." - 오영주수녀님 후기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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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수행원 작성일11-01-30 11:57 조회13,264회 댓글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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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아래 글은 지난 1/24~1/26 월정사 템플스테이에 참가하셨던 
    부천 모퉁이 쉼터의 '오영주수녀님'께서 메일로 보내주신 후기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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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마음을 세차게 두드려서 몇 마디를 적지 않고는 가슴이 터질 것 같아서요.
 
돌아와, 기도방에 앉았는데요, 
눈을 감으면, 숙소에서 걸어나와 귀를 열던 뽀드득 눈자국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그리고는 영혼을 깨우는 종소리 앞, 정말 자비롭게도 서 있던  팔각구층석탑에 걸린 달빛에 가슴이 무척 설레였던 그 새벽이 아주 또렷하고 세차게 제 가슴을 밀고 들어오는 겁니다. 그 아침의 첫 기운을 담아, 마음을 못 낮추는 못난인간인데, 몸이라도 낮추자 싶어 납작 엎드려 부처님께 드렸던 삼배에 코끝이 찡했던  그 새벽이 미치도록 그리운 겁니다. 조금 있다가는 첫날, 스님이 내어주셨던  방안을 금시 가득 메우던 연잎차의 향이 제 코끝을 감싸 피어오르는 겁니다. 백팔번뇌 이야기를 들으며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몸을 낮추어야만 하는 것이었던 그 시간,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 무언가 라는 질문을 받아들고 주저앉아 소리없이 마음을 풀어놓았던 참선, 연꽃등을  조심히 들고 무언가를 깊이 찾으며 탑돌이를 했던 그림자들, 공양게송을 읊어 시작하는 정겨운 식사를 한결같이 내주시던 공양간, 아는 건 하나도 없어도 열심히 따라 읽으면 부처님이 내 맘 알아주시겠지 싶어 웅얼거리던 예불,  거칠 것 없는 곳, 오직 하늘과 산소리만 가득한 상원사에서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던 동종을 만난 신비로움, 눈덮인 숲길을 따라 걸으며 죽비소리가 멈추어 세운 그 자리에 고요히 흐르던 개울물의 맑음이, 눈치운다며 함께 모여 유쾌하고 싱그러웠던 울력시간까지 생생하게 펼쳐지는 겁니다. 
 
좀 오래 갈 것 같습니다. 마음을 그곳에다 두고 왔습니다.
 
아이들은 연신  헤헤거리며, 눈끝에 눈물이 차오르게 하던 오대산의 그 칼날같던 산바람을 이야기하면서 우리의 정신을  헹구었던 그 시간 이야기에 꽃을 피웁니다. 웃음이 많아지고, 무언가, 저는 결코 해독할 수 없는, 거룩한 기운이 우리를 온통 감싸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이방인들에게도 넘치고 후한 자비를 베풀어주셨나 봅니다. 
 
그렇게 추운날씨인데도, 온전히 저희들의 몸을 녹여주고, 푸근한 밤잠을 자게 하도록 정갈한 방을 마련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자들이 다소 소란스럽고 어지럽게 했을텐데도 불구하고  너무나 흔쾌히 받아주셨던 예불시간이 무척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하루 세끼 정성껏 만들어주신 음식으로 몸의 기운을 주셨던 공양간의 수고하신 모든 분들께 그 때 전하지 못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 아이들이 음식이 너무 맛있었다고 내내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
또한, 귀를 열고 마음을 헤치고, 영혼을 담구었던 종소리를 아주 가까이서 듣도록,  떨리고 긴장스런 마음대신 무척 벅차올랐던 타종의 순간을 마련해주셨던 종지기 스님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2박 3일 동안 함께 숨쉬고 걷고 예불하며, 진한 담소까지 허물없이 듣고 나누어주시며 저희 옆자리들을 묵묵히 지켜주셨던 다른 동행들에게도 감사를 전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함께 해주셨던 해욱 스님, 연운, 동운, 명성님의 너그러움에, 기꺼이, 아낌없는 따뜻한 격려로, 차를 나누고 담소를 나누며, 연꽃등을 만들고, 탑돌이를 하고,  눈길을 하염없이 걸으며, 도반이 되어주셨슴에 우리들의 삼배를 보냅니다. 
 
참 보고싶습니다. 
 
 
오영주 합장 
 

댓글목록

원감 해욱스님님의 댓글

원감 해욱스님 작성일

수녀님의 글에 저 또한 감동입니다. 수행원 가족들만 읽기에는 너무 아쉬워서 여러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올려 봤습니다. 수녀님의 글 자체가 깨달음이 아닌가 싶네요.

수행원주임님의 댓글

수행원주임 작성일

정말  우리 주변 모두에 있는 것은 소중한 것 같습니다. 마음내려놓기,행복한 쉼터가 저희 템플스테이가 되었다면 저 또한 그 떄 말씀드렸듯이 항상 건강한 에너지로서 원기충천하시고 생할에 활력소가 되실 것 같습니다.
너무 아름다운 글을 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수녀님의 마음이 오롯이 느껴지는 글이 아닌가 싶습니다...저도 저희들의 삼배로 인사드립니다. _()_()_()_

수행원동운님의 댓글

수행원동운 작성일

특별하게 잘해드린것도 없는데.... 하는 아쉬움과 조금은 부끄러움이 함께한 일정들 속에서
부족함이 적지않은 준비임에도 너무도 고마워 하시고 저희의 작은정성에 감동을 전해주신
마음의 편지에 부드러우면서 따뜻하지만 마음으론 강하게 와 닿은감동으로
제 일에 대한 가슴 벅찬 자부심과 긍지를 갖게해주시어 감사합니다

동운 합장 _()_

대빵님의 댓글

대빵 작성일

수녀님.. 정말 아름다우십니다. 
아름다운 글 함께 느낄 수 있도록 해주신 해욱스님이하 관계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봄이오면님의 댓글

봄이오면 작성일

수녀님 글이 맑아 누가 될까봐 저의 이름은 감춥니다. 지난 달 체험형으로 다녀왔습니다. 저희들이 느끼고도 표현하지 못한 것을 이슬같이 들려주셨네요. 수녀님께, 또 전해주신 스님께 감사드립니다. 종교가 달라도 여여한 수녀님 글을 읽으며 문득 月印於千江 이란 옛글이 되살아나는 듯합니다.

임지영님의 댓글

임지영 작성일

왜 이글을 읽는데 눈물이 나는걸까요 ㅠ_ㅠ

유미경님의 댓글

유미경 작성일

수녀님을 찾다가 수녀님의 흔적에 기뻐 제 흔적도 남겨 봅니다
건강한듯 하여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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