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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달이 아름다운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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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연수국 작성일12-01-29 16:45 조회11,725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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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봉에서 거울마음을 갖다!

명유진

2012년 1월 1일의 해를 보기 위해 새벽 3시반부터 일어나 부산을 떨었다. 아이젠과 핫팩을 단단히 준비하고 해뜨기 전 적막한 새벽을 뚫고 우리 일행은 산행을 시작했다. 저마다 소원을 적은 종이를 매단 풍선을 조심스레 가지고 한걸음 한걸음씩 움직여 비로봉을 향해 올라갔다. 볼에 와 닿는 바람은 차고 강했지만, 새해 소망을 담은 간절한 마음은 우리를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듯 했다.

상원사를 지나 중대까지 가는 길은 계단의 연속이었고, 전혀 앞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를 인도해 주는 등불에 의지해 가며 발을 옮기기 시작했다. 등불에서 나오는 주황불빛은 마음을 설레이게도 하고, 주변의 경치를 따뜻하게 보여주며 길을 인도하고 있었다. 일행들은 말없이 어두운 산길을 올라가고 있었고, 서로를 격려해 주며, 챙겨주며 중대를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중대에 도착하여 숨을 잠시 돌리고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적멸보궁을 향해 올라갔다. 눈으로 하얗게 덮힌 길과 떨어진 기온은 산행을 힘들게 하였지만, 발을 옮길때마다 나는 뽀드득 소리는 나의 발걸음을 재촉하기에 충분하였다.

적멸보궁부터는 본격적인 산행의 시작이었다. 어둠속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낭떠러지의 두려움과 쌓인 눈 때문에 발이 푹푹 빠지는 길은 발걸음을 조심스레 옮기게 하였다. 겨울이라 힘든 산행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간밤에 내린 눈으로 인해 세하얀 은하수를 깔아 놓은 듯한 길을 만들어 주어서 고맙기도 했다. 비로봉 해맞이를 보러가는 등산객들과 인사도 나누고 담소를 나누며 아침이 오지 않은 새벽의 어둠속에서 서로의 빛에 의지하며 산행을 계속 되었다.

비로봉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나의 눈앞에 환상적인 눈꽃터널이 펼쳐졌다. 이 생을 사는 동안 무릉도원을 볼 수 있다면, 이곳이 무릉도원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가지마다 맺혀있는 눈꽃은 따뜻한 계절의 화려한 색깔을 가진 꽃들보다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흰색의 꽃들이 사방을 장식하였고, 새벽의 푸르스름한 빛마저 더해져 환상적인 경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세상의 찌들린 나의 발자국을 남기는 것 조차 죄를 짓는 듯한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자연의 경이로움앞에 나는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고 입에서 나오는 것은 오직 감탄사 뿐이었다. 오대산의 비로봉은 나에게 여러 가지 얼굴들을 보여주며 산행을 재촉했다.

드디어 도착한 비로봉! 여태까지 보아왔던 경관과는 달리 매서운 바람을 쉬지 않고 내뿜고 있었다. 운무가 깔린 산등성이는 붉은빛으로 장식하고 있었으나 동그랗게 맑은 해는 보여주지 않고 나를 애태우고 있었다. 얼마가 지났을까, 드디어 흑룡의 해 2012년 1월 1일 새해가 기운차게 붉은 빛으로 기운차게 그 얼굴을 내밀었다. 사람들은 연신 감탄사를 내질렀고, 우리 일행은 저마다 소원을 쓴 종이를 매단 풍선을 하늘위로 날려보냈다. 저마다 사연을 가진 풍선은 하늘을 향해 힘차게 올라갔고, 모두들 간절한 마음으로 두손을 모으고 기도를 했다. 가슴에 무엇인가 뭉클함이 생겼고, 올 한해 어떤일이든 열심히 하겠다는 포부가 풍선과 함께 떠 오르고 있었으며 그 감동으로 눈에는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비로봉 겨울 산행은 미끄러운 눈길과 턱까지 차오는 숨으로 힘들게 느껴졌다. 하지만 정작 힘들었던 것은 한해동안 쌓아놓았던 나의 근심걱정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리석은 집착을 버리지 못한 이기심으로 힘들어했던 한해를 날려버리고 거울과 같은 마음을 가질 수 있는 한해가 되길 기도했다. 붉은 해를 보며 나의 간절한 마음을 두손에 모아 2012년 새해를 향해 반배합장을 올렸다. 마음을 거울과 같이 가지고, 집착을 버린 무상을 깨닫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래본다.





몸의 움직임 거울같이 보면

마음 비워지나니

허공 속에 별빛만 가득하듯

마음엔 무상(無常)만 가득하네

텅 빈 거울마음 유지하려면

똑같은 형상 없는 그 자비가

빈틈아니

우주를 넣고도 넉넉하네

빈 마음거울로 무상을 다시 보라

어느 곳에도 머물 수 없나니

무주(無住)에 머물면

오직 마음뿐임을 알게 되리라

                                                                                        -출처 : 자비수관과 뇌과학, 지운스님-



오대산 향기 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댓글목록

연수국장 해욱스님님의 댓글

연수국장 해욱스님 작성일

우리 명보살님 한달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멀리 마산에서 살다가 이 추운 겨울에 오대산에서 한 겨울을 보내고 자원봉사로 복 지으신 것 임진년 한해에 여러 사람들을 위해 나누어 주는 그런 분이 되셨으면 합니다. 올해 꼭 좋은 인연 맺으시길 기원드리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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