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월정사 하기수련회 2차 과정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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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종인 작성일13-08-05 00:04 조회12,722회 댓글2건본문
지난해엔 월정사가 아닌 다른절에 템플 스테이를 다녀온지라
올해에 또다시 월정사 수련회를 가자는 나의 제안에 뭔가가 마땅치않은 집사람의 표정을 보며
한번 다녀오자고 고집부린 2013" 월정사 하기 2차 수련회
수련회 준비물인 고무신 챙기고,이불보따리 챙겨 내가 살고있는 안산에서 월정사로 가는길은
여름휴가를 떠나는 사람들과 뒤섞여 예상보다 2배의 시간을 넘기고
지각하는것을 뻔히 알면서
"속도를 내지 못하는 자동차를 타고 있는것 자체가 수련이 아닐까"라는 착각도 해본다
하기 수련회 접수처 표지가 보이는 시간은 벌써 15시 30분이다
먼저 도착한 사람들 뒷줄에 겨우 자리를 찾아 정신을 차리고 지각한 마음에 안정을 찾는다
이제부터 3박 4일의 수련이 시작된다.
찬발우에 들어있는 숭융을 들이키고도 모자라 청수발우 청수로 또다시 닦아 마셔버리는 나를보고
옆자리의 처음보는 아가씨는 이것을 먹어야 하냐는 당황의 눈초리로 나를 쳐다본다
청수물만 먹을수있는 아귀귀신을 이해못하는 3박 4일동안 나의 도반인 초면의 아가씨
9명의 조원이 벌칙으로 설거지를 해야 한다는 스님의 설명에
토를 억지로 참아 눈물이 흐르는 상황에도 참고 참아가며 청수물을 들이킨다
힘든 발우공양을 마치고
아귀 귀신의 배고픔 마저도 가엾어하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설명하며 하루가 지나간다
월정사 적광전의 새벽예불
웅장하게 맥놀이 치는 28천의 천상계가 열리는 범종 소리를 들으며 적광전에 있는것 만으로도 행복인데
오늘은 내가 수련생으로 새벽예불에 수련복을 입고있다
자장율사께서 "수련회에 오길 잘했다"고 나의 어깨를 다독여 주는듯 경이로운 감정에 취한다
이미우이의 편안한 자비경 노래소리는 스피커를통해 문수선원을 편안한 우리집 으로 만들지만
나를깨우는 108배의 멋진 성우 목소리는 좌복을 땀방울로 적시게 한다
여전히 힘들어 하는 도반들의 발우공양 이지만 조금씩 적응해가는 모습도 보이고
평소매일 15분정도 아나파나 사띠 훈련을 하던 나도 힘들어 하는 수련을 첮경험에도 참아내는도반들
굽혀보고,꺽어보고,끙끙거리며 이상하게 만들어진 자세를 사진속의 자세같이 폼잡아 보려던 요가시간
1일1식을 하신 부처님은 따라 하지 못 하지만 "오후 불식" 으로 부처님의 향기를 생각해본다
오늘이 금요일,착신전환으로 아버지 전화를 열심히 받고있을 아들녀석을 생각하며
수첩에 적혀있는 "고요속으로"를 낭송하며 이제는 취침이다
어느새 반복되는 새벽예불,108배,발우공양,요가훈련이지만
오늘은 모두들 비장한 각오를 다지는 삼보일배가 있는 수련 3일차 날이다
평소 같으면 나눠 먹고도 남아돌덕 점심밥이 모자란다고 버시발우의 밥을 또다시 나눈다
삼보일배의 두려움에 속을 든든히 채워야 된다고 생각하고
모두들 평소보다 많은양의 밥을 발우에 담았으니 모자라는 것이 당연하다
든든히 먹어둔 점심공양,손에는 장갑,무릎엔 보호대로 무장을한 80명이 일주문을 향한다
스님의"석가모니불"정근 목탁과 앞으로 나가라는 징소리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삼보하고,절한번하고,를 반복한다
예토인 사바세계를 지나 일주문을 들어선 정토의 부처님 세계지만
인간의 계산으로 1.8km의 부처님과의 거리가 이렇게라도 좁혀지길 바라며 하는 고행의 퍼포먼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6년의 고행을 마치며 "고행으로는 성불에 이를수 없다" 라고 하셨지만
오늘하는 이 고행의 퍼포먼스가 "나자신 변화의 아픔으로 여기라" 는 지도스님의 말씀으로
흐르는 땀과 힘겨운 고행이 계속된다
혼자하라면 억만금을 준대도 못 하겠다할 삼보일배가
80명 도반들과 함께하며 능숙하게 내가 해내고 있다
이제 고등학교에 1학년이라는 학생,올해 환갑이 지났다는 남자분,
부부,부녀간,부자간,불교이외의 타종교인,불교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 찾았다는 초심자...
땀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범벅이 되고서 금강문을지나 절마당의 9층 석탑이 보인다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알수없는 가슴속의 울컥하는 감정이
힘들어 지친 몸보다 먼저 "성취감 이란 이런것 입니다"하고 나를 일깨워 준다
드디어 해냈다!
머리위 샤워꼭지 에서 떨어지는 차가운 냉수에도 식지않는 성취감이
조용하던 문수선원에 화기애애한 열기로 미묘하게 다가와 도반들 얼굴엔 웃음꽃이 만발했다
수련회에 참석해 눈앞에 붙어있는 "묵언"이라는 족자도 오늘 이시간 만큼은 무용지물이다
오후불식이 아니고 오늘은 오후 만찬이 웃음꽃으로 포장되어 모두가 행복하다
지혜로운 부처님!
자비로운 부처님!
고마우신 부처님!
초전법륜의 5 비구에 설법하시듯 초빙 강사스님의 등불같은 강의가 연방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고
오늘은 수첩에 적혀있는 고요속으로 낭송에 힘이 들어간다.
이제는 모두들 아침 예불에 익숙한듯 어둠속에 적광전을 찾아가는 발걸음이 제법 편안한
오늘은 4일차 수련회 회향일이다
회향일답게 오늘일정은 지장암과 부도탑
일주문에서 시작한 수련회 과정이 태어남이라면
인간의 근본고통인 생,노,병,사의 마지막 죽음이 있는곳 이곳이
회향의 마지막인 우리의 일정임을 알아차리고 수련회 과정의 커다란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손안에 뜨거운 커피를 한컵 받아들고 먹지도 못하고 구경만 하던 수련회 첮날이
입술에 뭍혀 맛만 겨우 볼수있던 둘쨋날의 맛을느끼고
알맛게 식은 세쨋날의 커피를 마시며
여운이 남는 회향일의 향기를 음미하며
한국자 떠서 불유각의 젖을 먹습니다
함께 인연지어진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댓글목록
서철길님의 댓글
서철길 작성일
셋째 날 삼보일배 후 였던가요! 문수선원 계단 상단... 허리가 아프다며, 허리를 만지며 앉으려 하자 기둥에 기대라며 저와 집사람에게 자리를 주신 그 분이시죠. 시흥에 있는 절에 다니신다는 그 분....
잠깐의 만남이었는데 많은 느낌을 받았죠.. 내공이 아주 깊으실 것 같은....
첫날 부터 알았다면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을건데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첫날은 저와 집사람만 보였고, 둘째, 세째, 네째날.. 시간이 점차 지날 수록 다른 사람들의 표정이 보이고 얼굴이 기억되더군요.
하루에 한번씩 여기에 들어와 사진들 보며, 얼굴들 기억하며, 지내온 생활들 기억하며, 그러면서 저를 바로 잡습니다.
참으로 좋았던 시간과 공간이었구요. 다음에 다시 찾고 싶은 시공,인연입니다.
박재선님의 댓글
박재선 작성일덕분에 서울에 잘 도착했습니다. 두분 건강하시죠? 늦은 인사 이렇게라도 드리게 되어 반갑고 고맙네요. 두분 덕분에 수련회의 추억이 더욱 맑고 깊게 되었습니다. 타종교인 저희 두 조카가 이번 수련회를 통해 불교에 대해 큰 생각 가지게 된 것 같아 저로선 너무도 고마운 선물을 받은 것 같습니다. 베풀어주신 좋은 말씀 넉넉한 인정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많이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