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템플스테이 한번 안가보셨나요?
연휴만 오면 해외여행, 리조트, 관광…
바가지요금에 북적북적한 사람들 틈에서
당신은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는가.
우리나라 최고의 절경, 옛 향기 그윽한, 山寺…
산사에서의 고요하고 맑은 하룻밤.
스님과 차담 나누며 인생을 이야기하고
숲길 거닐며 삶의 희노애락 마음에 그리면서
세상사 떠받들고 불밝히는 석등과 눈맞추고
천년 신라를 온 가슴으로 안아보고 싶다면,
이제는 더 이상 망설이지 마시길.
전국 110개 사찰, 내 몸 하나 뉘일 곳 없을까.
   
자연 속에 푹 파묻혀 세상사 잠시 내려놓는 템플스테이. 고무신 신고 숲길을 거닐다 잠시 쉬면 “여기가 바로 극락.” 사진은 해남 미황사.
서울ㆍ경기권
자동차로 20~30분
도심 속 천년고찰
템플스테이 하겠다고 꼭 먼 길 떠날 필요는 없다. 서울 수도권 근교에도 천년고찰의 향기를 흠뻑 맡으면서 자연치유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산사가 적지 않다. 집에서 가까운 절에서 하룻밤 템플스테이를 해도 몸과 마음이 개운하고 청정해짐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진관사는 서울근교 4대 명찰 중 하나. 천년의 역사를 이어온 진관사의 자랑은 전통을 중시하는 ‘사찰음식’이다. 유서깊고 기운맑은 사찰로 방송인 김제동 등 유명인들의 힐링도량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진관사는 선무명상과 108배 포행, 스님과의 차담 등을 통한 ‘웰빙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다.
북한산국립공원 내 아름다운 소나무숲과 솔내음으로 가득한 금선사는 도심지의 찌든 때를 씻어내는 템플스테이를 ‘산사에서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펼친다. 참선과 발우공양, 타종체험도 할 수 있다. ‘孝 템플스테이’로 특화된 화성 용주사는 사도세자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용주사를 일으킨 정조의 지극한 효심에서 비롯되어 ‘효심의 본찰’이라 불린다. 스님들이 들려주는 ‘효문화’ 이야기와 함께 내면의 풍요를 회복케 해주는 스님과의 차담, 숲길명상 등을 실시한다.
천년의 신비 은행나무로 더 유명한 양평 용문사에는 ‘나를 챙기다’는 주제로 복잡한 마음과 몸을 편히 쉴 수 있는 템플스테이가 있다. 숲길산책과 천년은행나무의 은행으로 핸드폰 고리 만들기, 천연재료로 만든 전통 뽕잎밥을 먹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여주 신륵사에서는 풍등날리기, 염색체험, 남한강트레킹 등 특별한 템플스테이가 열리고 있으며, 용인 법륜사는 ‘꿈, Dream’을 주제로 유등 띄우기, 꿈등 켜기 등을 하고, 대웅전에 ‘방긋 웃는 내 꿈등’을 켤 수 있는 기회도 있다.
서울ㆍ경기권에서는 국제선센터와 묘각사, 봉은사, 금선사, 용주사, 전등사 등이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템플스테이를 실시하는 ‘외국인 전문 템플스테이 사찰’로 지정돼 있다. 국제선센터는 담마토크와 참선, 걷기명상 등 외국인을 위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충청권
뮤직테라피 각수삼매…
‘바둑과 불교 만남’
보은 법주사는 ‘울화통 템플스테이’를 연다. 세상살이에 지쳐 우울하거나 분노하는 이들에게 ‘다 잘~될거야’라는 위안과 희망을 주는 시간이다.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길러 스스로를 위로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도와준다. 특히 ‘뮤직테라피’ 프로그램은 건강한 삶을 기원하는 마음치유시간이다.
법주사 주지 현조스님은 ‘세상사 괴로우면 한번쯤 찾아와서 세상사 떠받드는 석등과 천년 신라 안아보고 싶다’며 법주사를 그린 한 시인의 말을 빗대며 “인간사 번뇌와 욕망을 떨치고 싶은 사람들은 법주사로 오면 마음이 편안해질 것”이라며 기도와 예불 수행을 통해 산사체험을 하고 싶다면 언제든지 법주사에서 반갑게 맞이하고 친절하게 안내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깨달음의 한수를 찾아가는 여행, ‘각수삼매(覺手三昧)’는 서산 서광사만의 특화프로그램으로 바둑과 불교의 전통수행법을 더해서 태어났다. 고요한 자연을 벗삼아 몸과 마음을 달래며 간이 바둑대회를 통해 상대의 허를 찌르는 ‘신의 한 수’와 같은 삶의 지혜를 배워도 좋겠다.
이중환의 <택리지>에서 십승지로 꼽혔을 정도로 절경을 자랑하는 공주 마곡사 템플스테이는 5km 구간의 울창한 소나무숲길을 걷고 태화산의 맑은 숨결을 느끼는 시간. 주제는 ‘수리수리 숲소리’. 트레킹을 즐기는 활동가에게도, 봄볕을 사랑하는 몽상가에게도 안성맞춤이다. 매월 1회 열리는 ‘수리수리 콘서트’는 마법주문 만들기, 마왕체험 등을 펼치는 열정과 긍정의 시간으로 큰 호응을 받고 있다.
구절초로 유명하고 된장 고추장 맛나기로 알려진 공주 영평사는 맛과 멋이 공존한다. 영평사 템플스테이에 참석하면 연밭 가득 핀 백련을 따 직접 백련꽃차를 만들기도 하고, 계절에 따라 산사에서 즐겨먹는 먹거리도 만들어 볼 수 있다.
충청권에서는 공주 마곡사와 보은 법주사가 외국인 전문 템플스테이 사찰로 지정돼 있다. 일반 템플스테이와 대다수 프로그램은 유사하게 진행된다.
■ 템플스테이 주요사찰
   
 
영남권
0.2평의 기적, 절…
‘내 마음의 쉼표’
대구 동화사는 ‘聽마풀 템플스테이’가 인기다. ‘들어주고 마음을 풀어준다’는 의미다. 삶에 쫓기는 현대인들이 산사의 절제된 생활과 명상을 통해 힐링이 되도록 운영한다. 동화사 템플스테이는 시교육위원회와 연계한 에듀힐링을 포함해 외국인도 참여 가능한 다양한 맞춤식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나무를 사포로 문질러 닦으며 마음의 때, 모난 성향, 단점을 갈아서 장점으로 만드는 나무잔탁 만들기 체험이 준비되어 있다.
하동 쌍계사 템플스테이에서는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선수행법과 매년 5월이면 직접 차를 따고, 덖어보는 야생차 체험, 그리고 한국 불교음악의 역사를 스님으로부터 들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특히 무더위를 한번에 날려줄 시원한 불일폭포 트레킹은 쌍계사 템플스테이의 백미다.
   
대구 동화사서 열린 수행특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 참석한 사람들.
김천 직지사는 ‘0.2평의 기적’을 테마로 ‘내마음 내려놓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절명상을 한다. 국내 공식 템플스테이 1호 사찰인 직지사는 ‘내 마음의 쉼표’를 비롯해 김천시와 연계한 문화체험형 프로그램인 ‘김천 직지 나이트 투어’ 등 다양하고 내실있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불교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야단법석 템플스테이’와 기업과 단체를 대상으로 한 맞춤형 템플스테이도 구비돼 있다.
성주 심원사의 템플스테이의 또 다른 이름은 ‘거북이 충전소’다. 일상에 지친 사람들을 포근하게 감싸주고 느긋한 거북이처럼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굳이 무엇을 하지 않아도 되고, 혼자여도 상관없이 사찰이 주는 넉넉함과 편안함을 통해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한다. 만물상 트레킹, 탑돌이 감사명상, 일출명상 등이 있다.
영남권에 있는 외국인 전문 템플스테이 사찰은 부산 범어사와, 경주 골굴사, 합천 해인사와 대구 동화사, 김천 직지사 등이다. 이 가운데 골굴사는 선무도체험 프로그램으로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해인사는 외국인을 위한 법고소리듣기 시간도 마련돼 있다.
호남권
‘나는 쉬고 싶다’
불일암 무소유길… 
김제 금산사 ‘나는 쉬고 싶다’ 주제 템플스테이는 여러 관계 속에 놓여있는 ‘나’를 1년에 한번쯤은 편안하게 놓아주자는 의미의 템플스테이다. 금산사 템플스테이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 가치는, “이것이다, 저것이다, 분별하지 않는다. 분별하려는 ‘나’부터 내버려두자”이다.
토크콘서트인 ‘내비둬 콘서트’는 휴식을 위해 산사를 찾는 이들과 수려한 모악산의 풍광을 바라보며 공감과 감동을 전한다. 시인 김용택, 안도현, 개그맨 김병만 씨 등이 특별게스트로 초청된다. 아름다운 달마산, 다도해의 바람을 머금은 해남 미황사에서는 참선집중수행 프로그램인 ‘참사람의 향기’ 템플스테이를 매월 1회 개최한다.
수행문답 이외 일체 묵언이며 미황사 주지 금강스님의 지도로 한국 전통의 참선을 체계적인 방법으로 수행할 수 있다. 땅끝마을의 해가 뜨고 저무는 7박8일간 수행의 정수를 느껴볼 수 있다.
   
자연 속에 푹 파묻혀 세상사 잠시 내려놓은 템플스테이. 고무신 신고 숲길을 거늘다 잠시 쉬면 여기가 극락. 사진은 부안 내소사 숲.
오케스트라와도 같은 예불의 장엄함을 느껴볼 수 있는 순천 송광사에서는 수행의 자취를 따라갈 수 있는 특별한 체험이 기다리고 있다. 승보사찰로서 옛 고승들의 흔적을 느낄 수 있을 뿐만아니라 법정스님이 머물었던 불일암과 무소유길을 걸으며 송광사의 풍경을 마음에 담고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과 꽃비가 쏟아지는 벚꽃길을 거닐며 남도에서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 수 있다.
호남권 외국인 전문 템플스테이 사찰은 금산사, 미황사를 비롯해 고창 선운사와, 부안 내소사, 구례 화엄사 등이다. 화엄사는 특히 지리산에서 채취한 ‘야생차다도’를 체험하고 사사자탑을 맨발로 포행하는 시간도 갖는다. 화엄석경 탁본과 계곡명상 등은 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
‘자연과 하나되기’를 테마로 한 내소사 외국인 템플스테이 역시,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변산반도를 트레킹하는 코스가 템플스테이에 있어 외국인들에게 잊지 못할 시간으로 인기 만점이다. 선운사는 마애여래불과 내원궁, 도솔암 등 주변에 볼만한 유적들로 외국인들이 감탄을 자아내기도 한다.
강원ㆍ제주권
파랑새 찾아서
동해일출 바라보다
강원도는 태백산맥을 사이에 두고 높은 산 깊은 골짜기가 겹겹이 둘러싸여 있을 뿐만아니라 광활한 동해바다가 펼쳐져 있어 전국민들이 선호하는 여행지로 손꼽힌다. 영화로 더 유명해진 강원도는 ‘강원도의 힘’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전세계인의 발길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오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면서 이 지역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강원도의 템플스테이는 바다와 맞물려 있는 양양 낙산사가 대표주자다. ‘파랑새를 찾아서’라는 주제로 펼치는 낙산사 템플스테이는 행복의 파랑새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꿈을 찾아 도전하는 담대함을 응원하는 낙산사의 ‘파랑새를 찾아서’는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다스리는 방법을 알려준다.
상시프로그램인 ‘꿈길 따라서’는 삶에 지친 사람들을 위해 마음을 쉬어가고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방향을 짚어준다. 동해일출을 바라보는 ‘희망의 씨앗 품기’도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다.
동해 삼화사 템플스테이의 주제는 ‘당신도 자연입니다.’ 수많은 소인문객이 머물다 간 무릉계곡, 두타산에 위치한 삼화사는 용추폭포, 하늘문, 신선바위를 지나는 산행체험은 물론이고 동해바다 촛대바위에서 일출을 바라보며 낭만과 여유를 누려볼 수 있다. 산과 계곡과 바다를 두루 갖춘 삼화사만의 경관 속에서 건강한 힐링을 만끽할 수 있다. 강원도의 별미 곤드레밥도 맛볼 수 있다.
평창 월정사는 팔각구층탑에 걸린 달처럼 정청한 마음을 찾아가고 전나무숲길을 걸으며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해주는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탐진치 삼독에 물든 이들에게 ‘비움’의 미덕을 알려주는 자연친화적인 템플스테이다.
숲 나무 햇살 바람을 느끼며 평온과 치유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강원ㆍ제주권 외국인 전문 템플스테이 사찰은 월정사와 서귀포 약천사다. 특히 약천사는 최근 중국인 관광객들이 템플스테이에도 관심을 보여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불교신문3007호(봉축특집호)/2014년5월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