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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달이 아름다운 절
월정사 템플스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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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7월 정혜원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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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0-03-09 19:32 조회9,25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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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힘든 일을 겪었다

남편의 처방은 명쾌했다.

오대산 월정사에서의 '산사 체험', 일명 템플스테이

 

몸과 마음의 온갖 잠금쇠들이 풀려나가면서 세포 하나하나가 모두 이완되는 느낌

내 안의 온갖 찌꺼기와 독소를 하나도 남김없이, 아낌없이 내다버리는 느낌

스님의 한마디 말씀

'여기서 뭔가를 얻어가려고 하지 마시고, 버리고 놓고, 가시기 바랍니다'

버리고 놓는 만큼 우린 다시 채울 수 있는 가능성의 빈자리를 얻어 온다.

템플스테이의 수확은 역시 나를 짓누른 짐을 놓아버리고 던져버렸다는 것일 게다.

어쩜 도심의 사찰에선 이 완전한 이완을 경험하기 힘든 거 아닐지.

나무와 풀과 새와 물과 숲이 주는 치유의 손길의 위대함.

 

템플스테이를 예전부터 하고 싶었지만, 우린 늘 어쩔 수 없는 선택의 순간이 다가와야

실천하고 감행하고 시도한다.

1박2일 코스로 숙소는 월정사 경내에 마련되어 있다.

사진에서 보듯 정겨운 툇마루가 앉아 있는 한옥

일반 민박보다 시설이 좋으며, 일반 팬션보다 정갈하고 단정하다.

프로그램은 산사체험 말 그대로 산사에서 기거 하시는 스님들의 수행과정과 일상의 맛보기다. 범종 치기, 참선, 다도, 새벽예불, 발우공양, 전나무숲길 산책........

타종!

웅장하고 깊이 있는 범종 소리 하나로 산사의 만물을 일깨우고 그들과 하나로 이어지는 가슴벅참.

내가 머리깎고 스님되기 이전에야 감히 어디서 월정사 범종을 타종해보랴

 

새벽 4시,

목탁소리와 함께 신묘장구대다라니 게송을 하시며 경내를 도는 스님의 기막힌 알람.

불자가 되어 처음으로 참가하는 새벽예불, 새벽 4시 30분, 이미 새벽 3시면 만물은 생명의 잠을 깨우는 움직임이 시작된다는데 그 경건하고도 경건한 순간,

생명들이 깨어나는 시공간, 중생과 부처님과 산사의 생명들이 하나가 되어 만나는 순간,

전율할 정도로 환희스럽고 눈물나도록 경건해지는 순간.

아, 이래서 새벽예불을 하는 거구나.

법당에 들어설 때만도 깜깜하게 자고 있는 체 시침떼던 산사가 예불이 끝나자 이미 찬란하고 은근한 색으로 나와 같이 깨어났음을 미소로 화답해주는 순간.

새벽 예불 속에서 하나가 되는 믿음직한 도반은 산사주변의 만물이었다.

순간순간 시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일순간을 영원 혹은 空으로 비약하는 경험이

바로 이런 것 아닐까

 

발우공양,

세상에나,,음식이 이렇게 어려운 스승 같은, 인간 이상의 가치를 지닌 주체로 느껴진 건 첨이다. 내 몸 속으로 들어와 아낌없이 나를 위해 공양하는 음식물 하나하나에 대한 감사함과 경건함, 40년을 넘게 매일 음식을 준비하고 식사를 하면서도 이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쌀이 내 밥그릇에 들어오기까지 88번 농부의 손을 거친다는 스님의 일깨움으로 시작한 발우공양. 머리와 배는 남산만 하고 목구멍은 바늘구멍보다 더 가늘다는 아귀, 발우에 남아 있는 음식찌꺼기를 먹고 산다는 그들의 목구멍을 막고 불태울 고춧가루 하나라도 남지 않도록 청수로 싹싹 씻어내는 과정까지 음식 먹는 행위 하나도 철저한 수행과 자비의 실천이다.

 

새벽에 일어나 피곤한 성호를 남겨두고 전나무 숲길을 걸었다.

자연과 하나가 된다는 말이 그대로 내 몸과 마음의 경험이 되는 순간들.

숲과 나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그 100% 이완과 합일의 경험.

 

힘겨운 시간들이 우리를 훑고 지나가지만,

그래도 다시 희망이다.

산은,

산사는,

그 안에서 산사의 하루를 준비하고 도모해준 사람들은,

우리에게서 짐을 내려 주었고,

우리를 안아 주었고,

우리와 그들이 하나임을 경험하게 해 주었고

우리를 치유해주었고

그리고 그 자리에 우리 스스로 희망을 보게 해 주었다....

 

 

그래서 다시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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