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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사] [최응천 교수의 한국범종 순례] ② 상원사종 (2월8일-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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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7-03-06 12:33 조회6,190회 댓글0건

본문

중국 일본종과 구별되는

독특한 형태, 의장 눈길

한국종의 ‘완성’ 보여줘

정교한 세부장식 외에도

여운 깊은 울림소리 지녀

백리 밖까지 들리는 명종

한국범종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는 오대산 상원사 종. 국보 36호, 높이 167cm, 구경 90.3cm.

오대산 상원사에 소장된 국보 36호 상원사 범종은 725년에 제작되었다는 명문을 지니고 있는 우리나라 범종 가운데 가장 오랜 작품이다. 이 종을 통해 이미 725년 무렵에는 중국과 일본 종과 구별되는 독특한 형태와 의장(意匠)을 지닌 한국 종으로 완성을 이루게 된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정교한 세부 장식과 더불어 종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웅장하면서도 여운이 깊은 울림소리(共鳴, 공명)를 지녀 성덕대왕 신종(771)과 함께 한국 범종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상원사종이 원래 어느 절에서 사용코자 만들어진 것에 관련된 기록은 명문에도 남아있지 않다. 다만 조선시대의 기록인 <영가지(永嘉誌)> ‘고적루문고종조(古蹟樓門古鍾條)’에 의하면 조선 세조 임금 때 상원사 중창을 계기로 전국 각지에서 범종을 구하던 중 안동(安東)의 문루(門樓)에 걸려 있던 오랜 종이 선정되어 예종 원년(1469)에 현재의 위치인 상원사로 옮겨진 것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종에 관하여 종소리가 웅장하여 백리 밖 멀리까지 들리는 명종이며 몸체가 단정 장중하고 조각이 우미(優美)하면서 아담하다고 기술하고 있다. 

용뉴와 음통.

총높이 167cm, 구경 90.3cm의 상원사 종은 통일신라 종 가운데서 비교적 대형 종에 속한다. 종의 몸체는 마치 독(甕)을 거꾸로 엎어놓은 것 같이 위가 좁고 배부분(鍾腹, 종복)이 불룩하다가 다시 종의 입구(鍾口) 쪽으로 가면서 점차 오므라든 모습이다. 종의 정상부에는 한 마리 용이 목을 구부리고 입을 벌려 마치 종을 물어 올리는 듯한 형상을 취하고 있으며 양다리는 각각 앞, 뒤로 뻗어 발톱으로 종의 상부인 천판(天板)을 힘차게 누르고 있다. 이 부분을 용뉴(龍)라 부르는데, 종을 매달기 위한 고리부분을 강화하면서도 장식적인 효과를 주기 위한 것이라 볼 수 있지만 원래는 고래를 무서워한다는 상상의 바다짐승인 포뢰(蒲牢)를 상징한 것이다. 이 상원사 종의 용뉴는 한국 범종 가운데 가장 웅건한 모습으로서 부릅뜬 눈과 크게 벌린 입을 천판에 붙인 채 앞 입술이 위로 들려 길게 솟아 있다. 입 안에 뾰족한 이와 입술 위로 날카로운 송곳니가 돌출되었고 정수리에서 솟아오른 두 개의 뿔과 길게 솟은 쫑긋한 귀 뒤로 갈기가 유려하게 표현되었다. 

목 뒷부분에는 우리나라 종에서만 볼 수 있는 굵은 대롱 형태의 음통(音筒)이 솟아 있다. 3단의 마디로 이루어진 음통은 각 마디마다 굵은 화문 띠로 묶은 뒤 이를 중심으로 위 아래로 앙 복련(仰 覆蓮)의 연판문을 서로 반대 방향으로 마주 보도록 조각하였고 각 연판 안에는 당초형의 줄기를 시문하여 더욱 화려하게 꾸몄다. 특히 우리나라 범종의 음통은 상원사 범종을 시작으로 하여 모두 음통의 내부가 비어있고 하부 쪽이 종신 내부에 관통되도록 작은 구멍이 뚫려 있는 점을 볼 수 있다. 그동안 이 음통에 관해서는 신라의 삼보인 만파식적(萬波息笛)을 상징한다거나 종 걸이 부분의 강도를 높여주는 역할 내지 종 주조를 할 때 상부의 불순물을 밖으로 빨리 뿜어져 내는 다양한 목적으로 설치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근래에 들어와 음통이 종의 울림소리와 관련하여 고주파를 빨리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새로운 학설이 제기되고 있다. 어쨌든 우리나라 범종에 빠짐없이 등장되는 음통이야말로 한국 범종이 지닌 독창적인 요소를 증명해 주는 자료임에 분명하다.

상원사 종은 종신의 윗부분에 불룩이 솟아오른 천판의 용뉴를 중심으로 양 쪽에 나누어 제작시기와 중량, 시주한 사람과 같은 종 제작에 관계된 내용을 음각하였다. 여기에서 개원(開元) 13년은 당 나라 고종(高宗)의 연호로 신라 성덕왕(聖德王) 24년인 725년에 해당된다. 종의 제작시 합쳐진 유(鍮, 靑銅)의 양은 삼천삼백근이며 ‘도유내효□(都唯乃孝□)’가 총감독을, ‘도직(道直)’이 조역을 맡았으며 ‘충칠, 충안, 정응(忠七, 沖安, 貞應)’ 등의 승려와 ‘유휴대사댁 부인(有休大舍宅 夫人)’, ‘휴도리(休道理)’에 거주하는 ‘덕향’, ‘사상(德香, 舍上)’의 관직에 있는 ‘안사(安舍)’ 등이 함께 시주하여 ‘조남댁(照南托)’의 장인(匠人)인 ‘사□(仕□)’가 주조하였다는 내용으로 확인된다. 

상원사 종의 몸체 상부와 종 아래쪽의 하부에는 동일한 크기의 문양띠(文樣帶)를 둘렀는데, 이 부분을 각각 상대(上帶)와 하대(下帶)라 부른다. 통일신라 범종의 상·하대에 주로 당초문과 보상화문이 장식되는 반면에 상원사 종은 상대와 하대에 각각 주악천인상이 장식된 반원형 구획을 중심으로 그 주위에 정교한 팔메트(palmette) 당초문을 빽빽하게 시문하였다. 상대와 하대에 문양은 유사해 보이지만 주악상에서 서로 차이를 보인다. 즉 상대에는 반원형 구획 안에 횡적(橫笛)과 요고(腰鼓)를 연주하는 2구의 주악상을 배치한 반면 하대에는 하나의 방형 구획 안에 심벌즈와 같이 생긴 제금(提琴), 횡적(橫笛), 요고(腰鼓), 비파(琵琶)를 연주하는 모습의 4인의 주악좌상을 두었다. 이렇게 4구로 늘어난 것은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상대에 비해 길이가 넓어진 하대를 위한 의도적인 의장의 변화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상대 바로 아래에 배치된 네 방향의 연곽(蓮廓)은 상원사 종에 보이듯이 대체로 위가 좁고 아래가 넓은 사다리꼴을 하고 있다. 대체로 상, 하대와 동일한 형태의 문양을 장식하는 것이 보편적이지만 상원사 종에서는 연곽의 좌우편에는 반원형 구획 안에 각각 단독의 주악상을 장식하였고 연곽의 아래 부분에는 상대와 동일한 횡적과 요고를 연주하는 2구 1조의 주악상을 시문한 점이 다르다. 

상원사종의 종루와 보관 모습.

그리고 연곽 내부마다 연꽃봉우리 형태를 충실히 묘사한 9개씩의 연꽃봉우리가 돌출되었으나 일부는 부러져 있다. 우리나라 범종은 상원사종에 처음으로 등장된 것처럼 한 방형곽에 9개씩의 연꽃이 배치되어 사방에 도합 36개가 장식되는 것이 기본으로 정착되어 이후 한국종의 가장 두드러진 양식적 특징으로 자리 잡게 된다. 오랜 기간 범종의 명칭에서 일본 종의 학명을 따라 ‘유두(乳頭)’로 불리던 이 장식은 상원사 종에 보이는 높이 솟은 연꽃봉우리의 표현을 통해 일본종과 처음부터 확연히 구별되는 연꽃봉우리를 분명히 나타내고 있는 점을 중시하여야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범종에 장식된 종유(鍾乳)는 처음부터 일본 종의 꼭지형 장식과는 다른 연꽃봉우리를 형상화 한 것이라는 점에서 ‘유두(乳頭)’라는 이름보다 ‘연뢰(蓮)’로 불러야 하며 이 연꽃이 모여진 방도 ‘유곽(乳廓)’이 아닌 ‘연곽(蓮廓)’ 또는 ‘연실(蓮室)’로 부르는 것이 타당하다. 

종신의 앞, 뒷면에 반대로 배치된 두 개의 당좌와 당좌 사이에 해당되는 종신의 여백에는 공후(空侯)와 생황(笙篁)을 연주하며 하늘에서 날아 내리는 한 쌍의 주악천인상(奏樂天人像)을 앞, 뒷면에 장식하였다. 이 주악상은 몸을 옆으로 돌린 채 두 다리를 곧추 세운 모습으로서 다른 통일신라 범종에 비해 훨씬 동적이면서 우아하다. 

한편 종신의 하대 위에는 종을 치는 자리로서 별도로 마련된 당좌(撞座)라는 원형 장식을 앞, 뒤면 두 곳에 도드라지게 배치하였는데, 그 위치는 대체로 종신의 3분의1 부분쯤에 해당되는 가장 불룩하게 솟아오른 정점부에 해당된다. 당좌는 중앙부에 연밥(蓮子, 연자)이 돌기된 원형의 자방(子房)을 만들고 집선문(集線文)의 테를 두른 뒤 그 주위를 8엽복판(複瓣)의 연판문으로 장식하였다. 다시 이 바깥 테두리를 연주문대(連珠文帶)로 두르고 가늘고 섬세한 넝쿨형태의 당초문 구획을 둔 다음 이 전체를 연주문 원권(圓圈)으로 두른 모습이다. 통일신라 범종 가운데 가장 우아한 모습의 당좌로서 이후 만들어진 범종의 모본이 되었다. 

이상과 같은 특징은 상원사 범종의 양식적 특징인 동시에 통일신라 범종의 가장 전형적인 양식으로 자리 잡게 된다. 우리나라의 범종은 이러한 상원사 종의 양식을 기본으로 하여 각 시대마다 조금씩 변화되어 간 것이라는 점에서 상원사 종이 지닌 중요성이 충분히 입증된다. 그러나 이렇게 한국 범종을 대표하는 국보 상원사종도 오랜 타종으로 인해 균열이 생겨 보존 처리를 거치게 되었고 결국 복제 종을 만들게 되었지만 아직도 그 웅건한 자태와 화려한 문양은 동양 종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종이라는 찬사를 받기에 충분하다.

 ▶여음(餘音)

근래 다시 찾은 상원사종은 종의 화재 예방 차원에서 새로 지은 누각 안에 걸려 있었는데, 바깥을 두른 철제 프레임과 강화 유리에 갇혀있는 답답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더구나 유리에 반사되어 종의 세부 모습은 희미한 윤곽만이 보일 뿐이어서 더욱 아쉬움을 주었다, 문화재 보호도 중요하지만 상원사 종이 지닌 가치에 걸 맞는 보관 장소와 전시 환경의 시급한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 

[불교신문3272호/2017년2월11일자]

최응천 동국대 대학원 미술사학과 교수   

 

 

기사원문보기 http://www.ibulgyo.com/news/articleView.html?idxno=155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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