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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境의 아침]종이학 (2월12일-대경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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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7-02-13 09:36 조회6,51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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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 월정사에서 상원사 사이
전나무들은 부처님의 허리처럼 곧추 서 있고
월정사 석탑과 상원사 동종 사이
하늘을 찌르다 비스듬히 휘어진 탑 끝과
천년 묵은 놋쇠자궁의 동종 사이
방한암 선사의 결가부좌 비슷한 한길과
경 읽다 다 닳은 팔꿈치의 굽이 길 사이
한 순간 개명(開明)하듯 눈 내려 환하다.
사이사이 산들은 모조지로 접은 종이학이다.
그대가 곁에 있어 옛날에는 마음을 모아
밤새도록 정갈히 접고 만들었던 종이학.
지금은 종이학 접어 빌어 줄 그리운 사람도,
사람도 아주, 아주 소식줄 끊겨
만드는 법도 까마득히 잊은 무명(無明)같이
칠흑의 흰 바탕뿐인 마음눈이 내린다.
오대산 월정사에서 상원사 사이
유리병 안에 천 마리 학이 갇혔구나.
그저 하얗게 저무는 경전의 말씀.
하실 말씀 더 없으신 눈이 기막히게 내린다.
내린 눈보다 내가 더 조용히 깊고 하얗게 젖는다.








-강우식 시집『종이학』(문학하카데미,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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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린 오대산에 가고 싶다. 월정사와 상원사 사이 그 전나무숲길을 천천히 거닐고 싶다. 월정사 8각 9층 석탑의 풍경소리를 듣고 싶다. 상원사 폐탑의 돌 속에 있는 부처님 얼굴을 만져보고 싶다. 몇 해 전 칠흑의 여름밤 그곳, 큰 장마에 끊어진 길 위에서 “끊어진 길 이어라. 네 노래를 불러라.”라며 들려오던 내면의 그 커다란 소리를 다시 듣고 싶다. “오대산 월정사에서 상원사 사이”에 눈 내려 환한 풍광에서 강우식 시인은 거대한, 수천의 종이학을 본다. 눈 덮인 먼 산 가까운 산이 빚어내는 풍경이 “모조지로 접은 종이학”이다. 마음의 눈으로 커다란 종이학을 그리면서 시인은 소식줄 끊긴 그리운 옛 사람을 떠올린다. 그러나 “개명(開明)하듯” “무명(無明)같이” 내리는 눈이 “칠흑의 흰 바탕뿐인 마음눈”으로 내려 시인은 그 속에 행복하게 갇힌다. 그곳은 경전의 말씀이 저무는 곳으로 천 마리 학이 노니는 무한대의 맑은 유리병 안이다. “하실 말씀 더 없으신 눈이 기막히게 내린” 여기서 시인은 “조용히 깊고 하얗게 젖는다.”고 한다. 하얀 눈 내려 유리병 안이 되는 “오대산 월정사에서 상원사 사이”에 나도 갇히고 싶다. 그리하여 하얗게 저물고 싶다.
-이종암(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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