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5일 연화탑을 참배하며 고인들의 구도정신을 되새겼다.

“불교가 처한 상황과 올바른 불자의 자세를 다시 마음에 되새기고 가신님들의 뜻을 다시 한번 더 생각하면서 발원합니다. 불법을 더 치열하게 공부하겠습니다. 깨달음과 중생구제가 둘이 아닌 도리를 실천하겠습니다. 젊은 대학불자 양성을 이승의 업으로 삼겠습니다.”

제50주기 연화제를 맞아 지난 5일 오대산 연화탑을 참배한 고려대불교학생회와 고려대불교학생회 교우회, 고려대불자교우회 회원,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총동문회 회원 150여 명은 이같이 서원했다. 반세기를 맞은 연화제는 고려대불교학생회가 1965년 월정사에서 개최한 여름수련회 도중에 급류에 휩싸이는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고(故) 정명훈, 한춘자, 이희임 씨 등 10명의 학생들을 천도하기 위한 추모행사다. 사고 당시 희생자들은 7월10일 상원사 보산스님 영결식에 참석한 뒤 월정사로 내려오다가 동피골이라는 오대산 계곡의 급류에 휩싸여 사망하게 됐다. 이에 고려대불교학생회는 지난 1967년 사고지점 인근에 추모탑인 연화탑을 세웠으며 한 해도 빠지지 않고 해마다 재학생과 졸업생이 참석한 가운데 연화제라는 추모행사를 열고 있다.

   
 7월5일 월정사 대법륜전에서 열린 학술세미나.

‘선배님들의 구도의 길을 따라서’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연화제는 지난 3일 10여 명의 재학생과 졸업생이 월정사와 상원사 옛길인 ‘선재길’을 걸은 뒤 중대 사자암에서 적멸보궁까지 3배1배하며 먼저 떠난 선배들의 구도정신을 되새기며 시작됐다. 연화제 본행사 첫날인 4일에는 선재길 탐방과 적멸보궁 참배, 월정사 예불, 108배, 선후배 간담회, 대담 등을, 5일에는 연화제, 학술세미나, 연화탑 참배 등으로 진행됐다. 이 가운데 연화제에서는 월정사가 고려대불교학생회 2명의 재학생에게 해마다 장학금을 수여하기로 MOU를 체결하고 첫 장학생으로 선발된 정수민, 장윤정 학생에게 200만원씩 장학금을 수여했다.

또한 ‘연화제와 대학불교운동’을 주제로 한 대담에서는 월정사 주지 정념스님과 고대불교학생회 재학생과 졸업생 10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대학생 포교에 깊은 애정을 보였던 탄허스님과 1965년 희생된 10명의 선배들의 구도정신을 오롯이 잇기 위해 월정사를 ‘대학 불교의 성지’로 이어가자는데 뜻을 같이 했다.

   
 월정사 주지 정념스님이 고려대불교학생회 재학생에게 장학금을 수여했다.

박재붕 고려대불교학생회교우회장은 “50년 전 구도수행 중에 불의의 사고로 이승을 떠난 선배님들의 구도정신을 추모해 후배들이 연화탑에 그 정신을 새겨 기려온 지도 어느덧 50년의 세월이 흘렀다”면서 “선배님들의 정신을 이어 젊은 불자들에게 불법을 전파하며 보리와 중생이 둘이 아닌 이치를 이 사바세계에서 실현하며 부끄럽지 않은 불자로 살아가겠다”고 서원했다.

고(故) 안경희 씨의 유가족인 안세환 씨는 유가족 대표 인사말에서 “벌써 반세기가 흘렀음에도 해마다 잊지 않고 연화제를 지내줘 정말 감사하다”면서 “못다 핀 10명의 젊은 영가가 연화제를 통해 극락왕생했을 것이라 믿고 이제는 편한 마음을 갖고 살아갈 것”이라며 감사인사를 건넸다.

월정사 주지 정념스님은 법문에서 “구도를 통해 이 세상을 불국토로 만들고자 했던 고인들의 원력을 잊지 말고 연화탑을 중심으로 한 오대산을 수행과 구법의 도량, 더 나아가 ‘대학 불교 원찰’이 될 수 있도록 여기 모인 여러분부터 불교가 이 시대를 향도해 나갈 수 있도록 더욱 정진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