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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고통은 안개 아지랑이와 같다, 아무리 힘들어도 지나가는 순간일뿐”(강원일보)2012.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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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2-10-11 09:33 조회9,10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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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고통은 안개 아지랑이와 같다, 아무리 힘들어도 지나가는 순간일뿐”



소설가 김도연(평창)이 만난 월정사 퇴우 정념 스님
… 오대산 문화축전을 말하다

시월 어느 일요일 오후 오대산 월정사를 찾았다. 사찰을 감싸 안은 금강연 시린 물에 제 얼굴을 비춰보던 나뭇잎들이 까르르 웃음과 함께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나뭇잎들뿐만 아니라 전나무 숲에서 삼삼오오 걸어 나오는 사람들과 길 옆 바위 위에서 앞발을 들고 귀를 쫑긋 세운 다람쥐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공평하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사천왕문 근처에서 강원일보 기자들을 만났다. 정념 스님을 기다리는 그들의 얼굴도 다르지 않았다. 우리는 바쁜 주지 스님의 일정이 어서 끝나기를 내심 바라며 수령 오백여 년이 넘는 전나무의 우듬지를 훔쳐보았다. 그늘 속은 서늘했고 갈 길 바쁜 가을햇살이 머무는 곳은 따스했다.

정념 스님이 권하는 녹차의 온기를 머금은 채 이야기는 시작됐다. 나는 고향이 오대산 자락이라고 먼저 털어놓았다. 오래전에 고향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 살고 있다고. 가끔 마음이 답답할 때 오대산에 들어오면 마음이 편하다고 고백했다. 속세의 인간이 절집에 들어왔으니 그냥 주머니를 털어 보이는 게 현명하다고 여긴 탓이었다.

먼저 정념 스님의 주도로 창립한 강원도 종교평화협의회에 대해 물었다. “강원도민의 화합과 동시에 종교지도자들의 화합이 그 창립 의도다. 다종교사회인 우리 현실에서 그 갈등을 해소하고 종교 간의 소통을 위한 차원에서 출발한 협의회다. 물론 각 종교 지도자들이 흔쾌히 동의했다. 서로 화합하고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도 한몫을 한 것이다.” 몇 년 전 나는 월정사 스님들과 신부님들이 족구대회를 한 것을 떠올렸다. “족구대회 역시 같은 맥락이다. 종교가 너무 멀리 있고 또 권위적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서다. 넓어지고 소통하고 그 연장 선상에서 모두 함께 강원도의 현안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것, 바로 그것이다.”

이 시대 도량은 어떤 의미를 지녀야 하는가. 산중에 숨어 있는 불교를 대중 속으로 스며들게 할 방법은 무엇인가. 스님의 고민 가운데 하나였다. 그 고민을 잠시 뒤로 미뤄두고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 거듭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

“어떤 올림픽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분명한 관점이 제시되어야 한다. 집중해야 한다. 강원도가 지향해가야 하는 것은 문화올림픽이다. 강원도는 좋은 산천을 지니고 있다. 그걸 잘 활용해야 한다. 막상 문화올림픽이라고 하지만 사실 인프라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오대산에서는 불교문화, 기록문화(오대산 사고), 등등을 세계인들에게 알릴 생각이다. 도량을 정비하고 성보박물관도 내실 있게 바꿀 것이다. 명상, 치유는 세계적 추세다. 절은 마음을 치유하는 곳이다. 마음의 치유타운을 만들어 세계인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스님은 오대산에서 30여년 살았다고 한다. 좋아하는 길은 전나무숲길이다. 거의 매일 걷는다고 한다. 홀로 오대산 옛길을 걷는 날도 있다. 우선은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의 옛길 복원에 힘쓸 계획이다. 그러고 나면 북대 미륵암, 동대 관음암, 서대 염불암(우통수가 있는) 남대 지장암, 중대 사자암 가는 길이 새로이 단장을 할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나는 늦가을 상원사에서 북대 미륵암으로 가는 길을 좋아한다. 그 길에서 풀리지 않는 어떤 마음을 달래기도 한다. 인생사 이러저러한 것들에 부딪쳐 마음이 아플 때가 많다. 그런 분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씀 한 마디를 스님께 청했다.

“마음에 갇힌다는 거 어떻게 보면 뜬 구름 잡는 소린데, 헤어나기가 쉽지 않다. 종교인이라면 누구보다 전문가가 되어야 하는데 어려운 문제다. 말 한 마디에 모든 게 들어 있다. 현실의 아픔을 편하게 하는 게 쉽지 않다. 결국 수행을 통해야 해결된다. 잠시는 편안해질 수 있지만 근본해결은 어렵다. 마음을 비우기. 여러 생각에 의해 행불행이 결정된다. 과연 마음이 무엇이며 어디에서 일어나는가. 과연 나는 나를 어떻게 알고 있는가. 그걸 바라보는 관점이 문제다. 왜곡되게 모든 걸 바라보는 데서 발병한다. 반야심경에도 있듯이 모든 건 마음과 몸의 문제다. 몸, 마음도 무상성 속에 있다. 마음도 인연의 산물이다. 그 선상 속에 있는데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고통도 해소되지 않는다. 그런 대상(고통)에 대한 관점이 명확해야 소멸된다. 절실해야! 진리에, 상황에! 마음이란 게 수없이 일어나는데 빈 마음을 볼 수 있겠는가. 빈 마음으로 돌아가기, 이게 수행이다. 어떤 상황도 영원한 것은 없다. 고통도. 어떠한 즐거움 역시 영원한 것은 없다. 찾아가지만 그게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고통은 안개 아지랑이와 같다. 그걸 바로 알아야 한다. 지나가는 것. 아무리 순간이 힘들어도 다 지나가는 것이다. 순간이다!”

아무래도 어려워서 나란 인간은 마음을 못 다스릴 것 같다. 포기해야겠다. 스님은 근자에 실크로드를 탐방했다고 한다. 오래전 그 척박한 길을 걸어온 불교문화를 직접 접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삼장법사와 혜초, 무수한 구법승이 걸은 그 사막의 길을. 나는 저녁 공양을 알리는 종소리에 쫓겨 이번 불교문화축전에 대해 물었다.

“근본적인 주제는 생명, 명상, 치유다. 오대산이 지닌 불교사상은 화엄사상이다. 다양성을 수용하는 것. 다 꽃이다. 차별화된 꽃이다. 이런 관점으로 만물을 봐야한다. 다 서로 보완적인 관계다. 다 옳고 그르다. 우리는 나만 옳다고 말한다. 다 옳은 것도 있다. 그래야만 승화가 이루어진다. 그게 불교의 화합이다. 다양한 것과 함께. 그 기반 위에 현대적인 다양한 행사도 함께할 것이다. 특히 이번엔 보살계를 한다. 일반 불자들, 사부대중이 모두 받을 수 있는 행사다. 그걸 통해서 마음을 잘 다스렸으면 좋겠다.”

때가 때이니만큼 나는 이번 대통령선거에 대해 물었다. 지지하는 후보가 있으시냐고 묻지는 못했다. 중요한 낱말을 모아보면 이렇다. 시대정신의 구현, 북한 문제의 전향적 해결, 새로운 패러다임, 극단을 지양하는 중도(지난번보다 입장이 완화되었다고 남궁현 국장이 웃었다!)…… 하여튼 대선후보들은 부디 참고하시기 바란다. 아, 스님의 한 말씀이 더 있었다. 조선왕조실록 및 의궤를 오대산으로 보내겠다는 공약을 하면 마음이 움직일 거라고(물론 총선과 상관없이 강원도민의 노력도 필요함을 강조했다. 제자리로 돌아옴으로 인해 여러 유용성이 생길 것이다. 중앙이 다 잡고 있어야 한다는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방문화는 열악하다. 활성화 차원에서라도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학자들의 연구 문제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강원도민의 지속적인 관심, 결집된 마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는 마지막으로 도민들에게 들려줄 말을 청했다.

“아무리 겨울이 추워도 봄은 또 온다. 봄이 아무리 희망적이어도 여름이 오면 덥다. 가을이 오게 되면 단풍이 들고 산천이 아름답게 변하는 것 같지만 그 아름다움 뒤에는 눈이 내리는 추운 겨울이 숨어 있다. 세상이라는 것은 그렇게 어떤 것도 오래 가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아무리 나쁜 일이 있어도 그걸 피할 수는 없다. 좋은 일도 마찬가지다. 겨울이 가면 보이지 않는 생명이 생겨나듯이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새로운 희망의 싹, 이런 마음이랄까, 그런 통찰력을 가져야 한다. 강원도가 올림픽으로 희망에 부풀어 있지만 이 희망이 제대로 결실을 맺기 위해선 도민이 서로 이해하고 화합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현 상황은 안타깝다. 멀리 보는 혜안이 있어야 한다.”

밖으로 나오니 해는 이미 서산을 넘어가고 있었다. 정념 스님은 사천왕문까지 배웅을 나왔다. 날씨는 선선했다. 그늘이 단풍을 더 깊게 물들이는 시간이었다. 스님은 날이 일찍 추워져 축전 기간 전에 단풍이 대부분 떨어지면 손님들이 실망하지나 않을까 걱정을 했다. 그렇구나… 스님의 마음은 일주문 밖 거기에 닿아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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